[기고] 주춤하는 형사소송·검찰청법 개혁선(改革船)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주춤하는 형사소송·검찰청법 개혁선(改革船)

문성식 법무법인 씨앤아이(C&I)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9-09 08:11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문성식 변호사
문성식 변호사
어느새 35년 넘게 법조인으로 살아왔다. 처음 법학을 공부할 때 인간 자체를 다루는 형사법에 매력을 느껴 형사법을 전공했고, 그런 이유로 10년 넘게 대학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실무와 강의를 병행하면서 느끼는 괴리는 이상적인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 결론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수사권체계가 '체크 앤 밸런스(Check & Balance)'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법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형사법은 유독 이해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형사법에 기반한 공권력 중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권한일수록 분배되고 정제되어야 하며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1954년부터 약 70년 대한민국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이 된 형사소송법은 검찰에게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있어 이로 인한 문제점과 부작용이 논란이 되어왔던 것이고 그 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줄곧 있었던 것이다.



견제장치 없는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개선해 검찰과 경찰의 수평적 관계를 회복하고, 상호 견제장치를 작동시켜 형사사법체계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수사권 개혁이다. 결국, 형사사법 제도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동력으로 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개정법에 따르면 이제 검찰의 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등 6대 범죄로 제한된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대등 협력관계로 개선됐으며 경찰도 제한적으로 수사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검찰의 영장 불청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됐다.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방대한 수사 권한 등은 더 보완해야 할 과제지만 개정법은 분명 '체크 앤 밸런스' 견지에서 진일보한 것이었다.



그런데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던 개혁선이 갑자기 주춤거리고 있다. 개정법 관련 입법 예고된 대통령령이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위험성이 커 보이고, 심지어 퇴보시켰다는 느낌마저 주기 때문이다. 입법예고안 중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대통령령(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을 보자. 이에 따르면 검찰은 검찰청법의 제한규정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관련된 영장만 발부받는다면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대물적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초동수사에 필요한 것으로서 평균 발부율이 90%에 육박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처럼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개정법의 근본 취지는 온 데 간대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대통령령 제64조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재수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채증법칙 위반을 들어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채증법칙이란 증거를 선택할 때 지켜야 할 법칙을 의미하는데 그 기준은 논리와 경험칙이다. 문제는 논리와 경험칙이라는 개념은 필수적으로 주관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검찰의 논리와 경찰의 논리가 다를 수 있고, 심지어 법원도 원심과 항소심의 논리가 다른 경우가 많다. 물론 잘못된 수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검찰이 논리와 경험칙이라는 주관적 기준을 근거로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무조건 이에 따라야 한다면 결국 수사권은 다시 검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검찰수사와 경찰수사가 경합할 경우에도 검찰은 이송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점, 검찰청법에는 전혀 규정돼 있지 않은 마약범죄와 사이버범죄 일부가 검찰 수사범위에 포함된 점도 재고돼야 할 규정들이다.

사무실 창밖을 보니 찌는 듯한 날씨에도 행인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방역을 위한 모두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수사권 개혁도 진행돼야 한다. 경찰과 검찰의 영역싸움이 돼선 안 된다. 어느 시스템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합리적인 것인가만 생각해야 하고, 그 기준은 수사기관 간의 체크 앤 밸런스다. 지금 뱃머리를 주춤거리면 목표지점에 언제 도달할지 모를 일이다. /문성식 법무법인 씨앤아이(C&I)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집단 해고 GM세종물류 노동자들 "고용 승계 합의, 집으로 간다"
  2. 전북은행, '겨울방학 다다캠프' 성료
  3.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지부, 대학생위원회 출범 첫 정기총회
  4. 배재대 라이즈 사업단 성과공유회 개최…대전시와 동반성장 모색
  5. 우송대 유아교육과,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최우수 A등급
  1. 인간보다 AI가 매긴 '지구 가치' 더 높아…충남대 정왕기 교수 연구 이목 집중
  2. 법무부 세종 이전 탄력받나…"이전 논의에 적극 응할 것"
  3. 구즉신협 노조활동 방해혐의 1심서 전·현직 임직원들 '징역의 집행유예형'
  4. 행안부 찾은 이장우·김태흠, 민주당 통합 법안 질타
  5. 조원휘 "대전패싱, 충청홀대 절대 안돼"

헤드라인 뉴스


설 명절 차례상 비용,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0% 이상 저렴

설 명절 차례상 비용,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0% 이상 저렴

설 명절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32만 4260원으로, 대형마트 평균인 41만 5002원보다 21.9%(9만742원) 차이가 났다. 품목별로 보면 채소류(-50.9%), 수산물(-34.8%), 육류(-25.0%) 등의 순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우위를 보였다. 전체 조사 대상 품목 28개 중 22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깐도라지..

집단 해고 GM세종물류 노동자들 "고용 승계 합의, 집으로 간다"
집단 해고 GM세종물류 노동자들 "고용 승계 합의, 집으로 간다"

집단 해고로 한 달 넘게 천막 농성에 나섰던 한국GM 세종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한국GM의 하청업체 도급 계약 해지로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놓였지만 고용 승계를 위한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다. 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GM부품물류지회에 따르면 전날 노사 교섭단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데 이어 이날 노조 지회 조합원 총회에서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총 96명 중 95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74표로 합의안을 가결했으며 이날 오후 2시에는 노사 간 조인식을 진행했다. 노조..

이장우 대전시장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대전·충남 통합법 직격
이장우 대전시장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대전·충남 통합법 직격

이장우 대전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겨냥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통합 자체의 명분보다 절차·권한·재정이 모두 빠진 '속도전 입법'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민주당 법안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6일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미팅'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은 "도시 발전을 위해 권한과 재정을 끝없이 요구해왔는데,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가 만들어 온 틀에 사실상 동의만 한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