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의료데이터의 소유권보다 중요한 것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의료데이터의 소유권보다 중요한 것

김종엽 건양대의료원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

  • 승인 2020-12-16 08:2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종엽(건양대병원실장)
김종엽 교수
2020년 올 한해에만 3,000억이 넘는 큰 예산이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투입됐다. 그중 600억가량이 헬스케어 분야에 편성됐다. 덕분에 전국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데이터셋 구축이 한창이다.

문제는 구축이 완료돼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데이터3법’이 통과하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데이터3법 만으로는 동의를 받은 목적 이외의 활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코로나19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25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개인정보의 동의 목적 외 활용 시 원시데이터 관리 주체인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를 명시해 면책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가이드라인은 시민단체에서도, 산업체에서도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시민단체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산업체의 입장에서는 예전과 다름없는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더 큰 대의(大義)에 시선을 돌려보길 바란다. 우리가 치료지침으로 삼고 있는 현대의학의 교과서는 어느 한 줄도 근거 없이 적히지 않았다. 여기서 '근거'란 인류가 의학이라는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진행했던 수많은 임상시험을 말한다. 특정 질환의 유병률이 얼마인지부터 병리기전과 더 나아가 어떤 성분이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두 인류가 함께 고생하면서 얻어낸 소중한 결과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데이터 홍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빅데이터란 과거에 없었다기보다 그동안 수집하지 못했거나, 정형화(디지털화)하지 못하고 흘려버렸던 시간의 기록을 데이터로 모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빅데이터 안에서 인간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건강 증진 및 질병 퇴치를 위한 소중한 근거들을 찾기 시작했다.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에 대해 이제는 이견이 없으리라. 그런데 지금까지 인류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갖게 되면서, 소유권의 문제가 큰 이슈로 부상했다. 가치가 있다면 나눠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헬스케어와 관련한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일까? 매우 복잡한 문제다. 마치 마이클 샌댈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상황에 따라 정의의 판단 기준이 미묘하게 바뀌었던 것처럼 말이다. 의료데이터가 환자의 신체정보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의료데이터는 환자의 소유일까, 의료데이터를 생산(또는 작성)하고 지금껏 관리해온 의료기관은 전혀 지분이 없을까? 만약, 공동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면 그 비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껏 한 번도 거래되지 않았던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건 파는 사람에게나 사는 사람에게나 매우 조심스럽다. 그렇다 보니, 의료 빅데이터를 쌓되, 데이터 거래에 대한 논의는 자꾸 구천을 맴돈다.

나는 데이터 유통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로 미루더라도 빅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임상연구는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필자가 속한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가 진행 중인 연구 중 하나는 병원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약물들의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난 의학사를 돌이켜보면, 기형아를 유발했던 임신 중 입덧치료제 탈리도마이드와 같이 동물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뒤늦게 발견돼 전량 회수한 사건들이 종종 있다. 그런 발견이 조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은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 하더라도 발생 빈도가 낮으면, 의사 개개인의 진료 경험만 가지고는 인과관계가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시대가 열리면서 인류는 이와 같은 부작용을 비교적 일찍 발견할 기회를 얻었다. 전국 의사, 아니 더 나아가 세계 의사들의 경험을 빅데이터로 묶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가능하다. 인류의 건강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남일 같아 보이는가. 그럼 그 혜택을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누릴 수 있다면 어떤가. 바로 이것이 내가 빅데이터 연구를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루고 싶지 않은 절실한 이유다.

/김종엽 건양대의료원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민주당 절반의 성공·국힘 예상외 선전… 내란청산·정권심판 팽팽
  2. 국민의힘 백성현 후보, 52.63% 논산시장 재선 성공
  3. [한화에어로 참사] "사고 재발 방지 이행 여부 확인"…경찰, 사업장 압수수색
  4. 대전교육 최우선 과제는 '학교 안전·학교 급식·교권 회복'
  5. 새벽에 뒤집힌 대역전극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던 대전교육감 당선 순간
  1. 세종교육 새 수장 '강미애' 그는 누구인가
  2. 교육계·시민사회, 새 교육감들에 주문 "현장 변화로 답해야"
  3. [대입+] 6월 모평 국어·영어 쉬워지고 수학 비슷… 체감 난도는 엇갈려
  4. 생명연, 암세포 내성 약화시키는 기제 발견…항암치료 효과 회복 가능성
  5. 대전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 유해환경 예방 합동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호 인수위 내주 착수… 민선 8기 사업 `대수술` 예고

허태정호 인수위 내주 착수… 민선 8기 사업 '대수술' 예고

6·3 지방선거에서 전직 시장인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선거에서 경쟁을 벌인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의 재임 시절 펼친 대전시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허태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부활이 예고되는 반면 0시 축제, 신교통수단(3칸 굴절 차량) 시범사업, 중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보물산 프로젝트(보문산 개발사업) 등 민선 8기 대표 사업은 전면 재검토 될 전망이다. 당장 인수위원회에 눈길이 간다. 허태정 선거대책위원회는 3일 선대위를 해산하고, 조만간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인수..

[대입+] 6월 모평 국어·영어 쉬워지고 수학 비슷… 체감 난도는 엇갈려
[대입+] 6월 모평 국어·영어 쉬워지고 수학 비슷… 체감 난도는 엇갈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늠자인 6월 모의평가가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전문가들은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고 수학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으며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평이했지만 일부 문항 탓에 체감 난도는 높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4일 전국 2124개 고교와 564개 지정학원에서 2027학년도 6월 모의평가(모평)를 실시했다. 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문희 평가원장은 "사교육을 통한 문제풀이 기..

행정수도 시계 빨라지나… 조상호 "올 가을, 특별법 처리 골든타임"
행정수도 시계 빨라지나… 조상호 "올 가을, 특별법 처리 골든타임"

민선 5기 세종시정을 이끌 조상호 당선인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재정난 등 지역 핵심 현안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올 가을 정기국회를 행정수도 특별법 처리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연내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특별법 관철과 개헌을 통해 세종의 새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당선인은 이번 선거 승리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이 아닌, 이재명 정부와 보조를 맞춰 세종의 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