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2021년 대전의 봉산개도(逢山開道)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2021년 대전의 봉산개도(逢山開道)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1-01-11 16:18
  • 수정 2021-06-24 14:26
  • 신문게재 2021-01-04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재혁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유비·손권 연합군에게 참패하고 80만 대군 가운데 살아남은 수백명의 부하만 데리고 화용도란 곳으로 도망한다. 마침 장대비가 내려 수레바퀴와 말발굽은 진흙탕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군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조조는 머뭇거리는 부하들에게 일갈 한다. "무릇 군대란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법이다(軍旅 逢山開道 遇水架橋)" 조조의 비장한 명령에 놀란 병사들이 마른 흙과 대나무 가지로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故事)가 산을 만나면 길을 내듯이 어떤 역경도 극복한다는 뜻의 봉산개도(逢山開道)다.

새해를 맞이하면 기관이나 단체마다 고사성어를 하나씩 선정해서 발표하곤 한다. 나도 이즈음엔 신문에 게재되는 신년 사자성어를 관심 있게 읽으면서 그 뜻을 음미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나 우리조직에 맞는 사자성어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정신은 대전지역사회가 2021년의 화두로 삼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2천년전 조조는 마른 흙을 뿌리고 부하들을 채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대전시민에게는 단기간에 대전을 국토의 중핵도시로 성장시키고 과학, 행정,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낸 불굴의 DNA라는 자산이 있다.

지난해 우리 대전이 풀어낸 매듭이 적지 않다. 대전시티즌은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구단으로 전환했고, 하수처리장의 이전계획이 구체화 됐다. 12년째 표류하던 대전역세권개발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이나 지역화폐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혁신도시 지정, 트램과 대전의료원 예타면제도 이끌어 냈다. 도시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였다고 자부할 만하다.



코로나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흡수해버린 바람에 이런 성과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전의 장기 미결과제들이 대부분 해소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결정은 시민 대부분이 아쉬워하는 점이다. 특정인이나 특정부문을 향해 '네탓'을 거론하며 내부의 갈등을 만들기 보다는 정치, 경제, 언론 등 지역사회의 힘과 의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능력이 아직도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추하면서 중기부 이전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대전의 2021년 봉산개도(逢山開道)는 이처럼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대전으로 내려올 공공기관이 특정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만 혁신도시란 사실을 유념하고 지역경제와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관유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트램과 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일을 벌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런 시설이 대전시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민의 복리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조처럼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좁은 길을 내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무엇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뒷받침 되어야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한편으로는 대전이 중부권 메갈로폴리스의 거점도시로 향하는 곧고 넓은 길을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21년 새아침에 봉산개도(逢山開道)의 의미를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의료원 응급실, 전문의 6인 체제로 24시간 상시운영
  2. 20일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등록...경쟁구도 눈길
  3. 백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전국 8개 시·도 임용고시 수석·차석 등 합격자 배출
  4. 세종시의원 선거, '지역구 18석·비례 2석' 확정
  5.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1.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설 앞두고 전통시장 민생 행보
  2. 농협 천안시지부, 범농협 가축 질병 특별방역 실시
  3. "설 연휴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 휴무일 확인하고 가세요"
  4.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이 준비한 설 연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5.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헤드라인 뉴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1992년 2월 4일 설날, 대전 원도심의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OTT도,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절, 명절 연휴 극장은 시민들에게 최고의 오락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본보(중도일보)에 실린 빼곡한 극장 광고는 그때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 홍콩 액션과 할리우드 대작의 격돌 광고의 중심에는 당시 극장가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액션물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홍콩연자(香港燕子)'는 당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대변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공략했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위세도 대..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초등학교 졸업 20주년이 되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풋풋한 마음이 실제로 결실을 맺었다. 13살에서 33살이 된 그들은 20년 만에 교실로 돌아와 13살 과거의 자신이 33살 현재의 나에게 쓴 편지를 수신했다. 대전 원앙초등학교는 2월 14일 오후 2시 20년 전 제1회 졸업생들을 초청해 당시 졸업을 앞두고 '20년 후의 내 모습은'이라는 주제로 쓴 편지의 개봉식을 가졌다. 원앙초는 서구 관저동에서 2005년 3월 31학급으로 개교했고, 2006년 2월 16일 1회 졸업식에서 168명이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 골목부터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문은 누구를 환영하던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설빔을 차려입고 골목을 뛰어다녔으며 어른들은 이웃집을 오가며 덕담을 나눴다. 그러나 2020년대의 설은 사뭇 다르다. 명절은 여전히 달력 속 가장 큰 절기지만 그 풍경은 빠르게 바뀌며 이제는 사라지거나 점점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귀성길을 준비하는 모습과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1990~2000년대만 해도 명절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흔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