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훌륭한 울타리를 짓는다는 것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훌륭한 울타리를 짓는다는 것

최은지 조치원명동초 교사

  • 승인 2021-02-25 18:17
  • 수정 2021-06-24 13:56
  • 신문게재 2021-02-26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치원명동초 최은지 선생님
최은지 조치원명동초 교사
잔뜩 웅크렸던 몸이 꽤 따스해진 온기에 사르르 녹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 희망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계절, 3월은 봄이 오는 것만큼이나 찬란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메워지는 달, 바로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다.

3월이 다가오면 설렘 반, 걱정 반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교사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일 년 동안 자신이 맡을 학급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안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지, 첫 시작을 알리는 출발의 이정표를 세우는 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2년 전, 초임인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학교에 발령 난 열정 많은 신규교사인 나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학급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내가 원하는 학급의 모습은 무엇인지 교사로서의 나에 대한 해답을 아직 몰라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학급 긍정 훈육법이라고 들어봤어?"

답답한 마음에 결국 먼저 교직의 길에 들어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중 한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건넸다. 친구는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교실에 관해 설명해주었고 그 친구의 교실이 꽤나 흥미로웠던 나는 당장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PDC(학급 긍정 훈육법)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수를 받은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고 나는 내가 세우고 싶은 교실의 방향과 맞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친구에게 전해 받은 학급 긍정 훈육법을 기반으로 두 해를 거쳐 교실을 운영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우리 반은 매주 1회 학급 평화 회의를 진행하였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떠올려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제시하여 실천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학급 회의와 다르게 회의 전 일주일 동안 감사했던 일이나 친구에게 고마운 점을 모두가 이야기하고 시작하였다. 작은 일 같아 보이지만 이 시간을 가지니 회의 분위기가 이름 그대로 더 평화롭게 흘러갔다. 나중에는 학급 규칙을 조금 수정하고 싶을 때 먼저 나서서 학급 평화 회의를 열고 싶다는 학생들의 모습에 놀란 적이 있었다.

또한 아이들은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다. 1인 1역과 청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만큼 '의미 있는 역할'은 학급 운영에 있어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학급에 필요한 역할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 후 붙이고 싶은 역할의 이름을 붙여 재미있고 특별하게 1인 1역을 이어나갔다. 자신들이 붙인 이름이라 그런지 역할이 필요할 때 이름을 부르면 마치 히어로가 나타나는 것처럼 신나서 역할을 수행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며 교사인 나에게 맞는 옷, 나의 교실에 맞는 울타리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때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부딪혀 허무함을 느끼기도, 나의 욕심과 아이들의 성향의 틈을 메우기가 버겁기도 했었다. 정말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네는 사랑스러운 고백들이 모든 고민과 힘듦을 떨쳐내게 했다.

친절하면서 단호한 교사. 학급 긍정 훈육법에서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사상이다. 친절하면서 단호한 교사가 되려면 무엇이 제일 필요할까 고민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수업의 전문성?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 생활지도? 물론 이것들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인 것 같다. 두 해가 지나 보니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눈'을 가장 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의 모서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내 마음속 사랑을 꺼냈을 때 나의 손을 잡고 잘 따라와 주었다.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의 눈에서, 아이들의 마음에서 교실의 울타리를 짓는다면 그 안에 채워질 아이들의 웃음소리, 배움의 희망은 다가오는 3월처럼 따뜻하고 찬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은지 조치원명동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2.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2.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3.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4.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5. [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