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심은 대로 거둔다는 법칙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심은 대로 거둔다는 법칙

주종순/ 수필가

  • 승인 2021-03-11 16:4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용병용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강한 장수 아래 약한 병졸이 없다'는 뜻입니다.

같은 뜻으로 '용장수하 무야 병'이란 단어도 있지요. 그런데 거꾸로 해석한다면 용감한 병사 위에는 항상 용감한 장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속담에 비유하자면 '하인이 똑똑하면 상전이 대우를 받는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제가 암을 고치기 위해 3년째 강남에 있는 한의원에 한 달에 한 번씩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용병용장을 운운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처음에 그 박사님을 소개받아 갔던 날에도 그곳에서 박사님을 보조하는 여자분 두 선생님의 역할이 환자로서 방문한 제 눈엔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익힌 사상체질에 따른 치료 법칙들, 그중 환자가 체질에 맞춰 지켜야 할 음식 종류와 생활방식, 그리고 운동에 대하여 전문성을 띠고 열변을 토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지식과 열성은 박사님께서 보여 주신대로 따르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모든 모습은 용장 아래 용병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박사님을 뵙기도 전에 한의원의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범상치 않은 꽉 찬 분위기랄까?

박사님은 초진 때 암이 생기는 원인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하시더니, 먼저 다니던 곳으로 가든지, 안 가든지 선택할 시간을 주셨습니다.

저는 죽음이 코앞인데 당연히 박사님을 만난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생각에 딱 붙어 치료를 시작했고. 그런 세월 3년 차 그 많던 암이 다 사멸되고, 그래도 저는 두려워, 선생님이 3개월에 한 번씩 보자고 하셨지만, 우기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박사님을 뵈러 강남으로 갔습니다.

1개월 전쯤 방사선과에서 목에 전이된 암이 좀 더 줄었다고 원장님께서 말씀하시며 "자주 검사 하시는군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긴 저는 매달에 한 번씩 꼭 박사님과 원장님을 뵈러 가야 덜 불안했으니까요. 그런데도 이번에도 또 방사선과에 1개월 만에 들러 초음파로 목 암의 유무를 검사 받았는데 "암 치료를 어떻게 했느냐?"고 저에게 물어보시며 혼자 말씀이 "생기기도 잘 생기고, 줄기도 잘 줄어, 없어지기도 잘 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입가엔 흐뭇한 웃음기가 보였습니다. 저는 없어진 암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봐 걱정을 하면서 한태영 박사님 앞으로 써 주신 소견서를 가지고 반룡인수 한의원(제가 다니는 한의원)으로 갔습니다.

박사님에게 칭찬받을 생각으로 병원을 들어서니 다른 날보다는 손님이 많았는데, 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 다 한 번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니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설명을 강단에 서서 강연하시듯, 제가 알아 듣기 어려운 전문용어까지 쓰시며 열성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사실 그곳에 있던 우리는 각자의 병을 고치려고 들른 것인데, 박사님의 서두르는 듯 하시는 강연에 빠져들었으니까요.

저는 생각 했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진지하였고 직접 심각성을 체험하듯 적나라한 설명에 '우리의 박사님은 역시나 의학공부도 인류를 병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 오신 거야'라는 생각에 빠져 모든 사람이 본인들의 직업에 걸고 있는 모습은 역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우리 주변엔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 있는 사람 안 보고 못 봤을 뿐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흐뭇했고 행복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사람에게든지 마음에 심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심는 대로 거두리라.' 그리고 '인과응보', '사필귀정',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에 진심 깊은 일화가 생각납니다.

영국의 어느 마을에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한 농부에게서 매일 아침 직접 만든 버터를 공급받고 있는 제과점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버터가 모자라는 느낌을 받아 납품된 버터 무게를 일일이 체크해 놓았다가 법정에 고발을 했답니다. 그러던 중 재판과정에서 농부의 진술을 듣고 깜짝 놀랐답니다.

알고 보니 농부의 집엔 가난한 탓에 저울이 없었고, 농부는 제과업자가 파는 파운드 빵 봉지 규격 봉투에 맞춰 납품을 해오던 중, 사실 제과점 사장이 이윤을 더 보기 위해 봉투규격을 줄인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일화처럼 제과점 사장이 뿌린 대로 거둔 격이 되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공자의 춘추좌씨전이란 역사서에서 유래한 말 중 '권선징악'이란 뜻이 공자의 삶의 덕목을 보여주는 듯, 착하게 살 것을 권하고 악하게 살면 벌해야 된다는 삶의 태도는 '심는 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주종순/ 수필가

1fec5806b6efe2d99d6bccea1b7bc194c393e1a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상록골프앤리조트, '가족친화인증' 획득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