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대전역 설계 이상순옹 "해방 후 우리기술 첫 역사(驛舍)"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대전역 설계 이상순옹 "해방 후 우리기술 첫 역사(驛舍)"

대전역 설계 이상순 전 철도청 시설국장
사업 착수 단계부터 광복절 준공 목표
꼴라쥬 방식에 타일과 철골빔, 샷시 사용

  • 승인 2021-04-06 16:12
  • 수정 2021-08-08 10:49
  • 신문게재 2021-04-08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10306_083737539
대전역 설계 이상순옹.
"충남도청 고전적 건물 일직선 상에 현대적 대전역을 설계했지, 그런 대전역을 흔적도 없이 허물다니 참 아쉬워"

대전역을 2년에 걸쳐 설계하고 착공 때는 감리를 맡아 준공까지 이끈 이상순(87) 옹은 1950년대 재건에 몸부림치는 대전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1957년 대학을 졸업하고 철도청에 입사해 처음 맡은 일이 대전역사(驛舍)를 설계하는 것이었고, 광복 후 우리 기술로 설계한 최초의 역사(驛舍)가 대전역이라고 밝혔다.

이 옹은 "당시 대전역은 호남선으로 분기하는 삼남의 관문이자 전쟁 때 파괴돼 나무로 지은 임시역사를 쓰고 있었다"라며 "서울과 부산역만큼이나 중요한 역이 판잣집 신세이니 정부에서도 시급하다고 생각해 재건축을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이 옹은 고등학교 시절 제1회 대한민국 학생미술전에 입상한 미술 지망생이었지만,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표에서 건축공학과를 진학했다. 이러한 연유에서 그의 첫 설계였던 대전역사는 현대식이면서 예술적 요소가 여럿 가미됐다.

1959년 준공한 대전역사는 승객의 대합실 공간과 대전철도청 사무실 두 개의 목적으로 지어졌는데 대전역 부분을 꼴라쥬 방식으로 설계했다. 또 당시로서는 볼 수 없었던 철제 I빔을 기둥으로 사용해 밖에 노출시켰고, 미국에서 원조받은 철제 샷시를 장착했다.

대전역공로상수상직전 1959
1959년 대전역 낙성식 당시 공로패를 받은 이상순옹.
또 일본의 것밖에 없던 설계도면 대신 다른 여러 나라의 시방서를 구해 퇴근시간을 지나 밤 늦도록 설계도 작성에 매달렸다. 2년여의 공을 들인 끝에 대전역 설계을 완성했고, 당시 관례대로 건축공사의 감리까지 맡게 됐다.

이 옹은 "모래나 시멘트처럼 건설자재를 어디서 구할지 설계자 몫이었고 대전 여러 곳을 견학하고 세천이라는 곳에서 콩자갈을 조달한 기억이 있다"라며 "철도청 선임이 나를 대전역 감리로 보내면서 8월 15일까지 준공하지 못하면 정화조에 머리 박고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하라고 할 정도였고, 밤낮 없이 매달렸다"라고 회상했다.

대전역은 아주토건이 시공을 맡았는데 최소 1억 환짜리 공사에 6250만 환을 써내서 덤핑 낙찰됐는데 아주토건은 6.25전쟁에서 파괴된 곳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6250만 환에 입찰했다고 한다. 건설기간 이 옹은 충남도청 옆 선화동에 하숙집을 얻어 생활하고 당시 대전 공군기교단에 장교로 근무 중인 박만식 충남대 명예교수와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근대 대전역
대전역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이 옹은 고전적 건축물인 충남도청에 일직선상에 현대식 대전역을 세워 '충남도청-대전역' 상징성을 감안해 설계했다.

이 옹은 "당시 충남도청과 대전역은 일직선 축선에 딱 맞았고 저쪽은 고전적 건축물에서 이쪽은 현대적 서양건축에서 대칭을 이루고자 했다"라며 "지금은 축선 중간에 이상한 구름다리 같은 게 놓였고 쌍둥이빌딩이 세워지면서 축선을 살리는 상징성이 사라졌다"라고 안타까워했다.

1959년 준공한 대전역은 전쟁을 극복한 대전을 상징하는 명물이 되었으나, KTX고속철도 개통에 앞서 2003년 완전히 철거돼 지금의 옛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옹은 "당시 0시50분 기차를 기다리며 헛간이라고 불리는 플랫폼에서 비를 피하던 상인들이 우동을 나눠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라며 "저렇게 멋진 충남도청과 대전역이 있는 대전은 분명히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전역을 설계했다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지금껏 살아왔다"라고 대전시민에게 인사를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상순 옹은 ▲1933년 서울 출생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철도청 철도건설 국장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등 역임.

 

중도일보 4월 8일자 보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오월드 탈출 늑대 밤사이 무수동 치유의숲서 목격…"여전히 숲에 머물러"
  2. 늑대 포획 골든타임에 갑작스런 비…"탈진에 빠지기 전 발견이르길"
  3. 대전동물원 탈출 늑대, 야간수색 전환… 암컷 등 활용 귀소본능 기대
  4. 대전동물원 늑대 탈출 이틀째, 의문 투성… 전책·철조망 모두 뚫고 나갔나
  5. 퓨마탈출 이후 표준매뉴얼 수립했는데… 오월드 이번에도 안 지켰다
  1. 탈출한 늑대 목격된 보문산 일대 ‘출입금지’
  2. AI 더해진 교육현장, 대전 중·고 교사들 "평가 민원 때 실질적 보호 못 받아"
  3. 고교학점제 시행 1년…학생·교사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 확인만"
  4. 대전교육청 지방선거 앞 '공직선거법' 직장교육
  5. 대전기상청-tbn충남교통방송, 기상재해 최소화 업무협약

헤드라인 뉴스


이춘희 캠프에 합류한 김수현… 요동치는 세종시장 선거

이춘희 캠프에 합류한 김수현… 요동치는 세종시장 선거

더불어민주당 김수현 세종시장 예비후보가 이춘희 캠프에 전격 합류하며, 조상호 예비후보와 물러섬 없는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3일 중앙당 주최, 대전MBC 주관 양자 토론회에 이어 14~16일 경선 투표일까지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외형상 이춘희 세종시장 예비후보 캠프가 기선을 제압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5자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3명 중 전날 고준일에 이어 김수현 예비후보까지 2명을 품으면서다. 홍순식 예비후보는 양 후보 사이에서 여전히 정중동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희·김수현 예비후보는 10일 오전..

도난당한 `이글스TV` 실버 버튼…당근 마켓에 `12만 원?`
도난당한 '이글스TV' 실버 버튼…당근 마켓에 '12만 원?'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유튜브 채널 '이글스TV' 실버버튼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한화에 따르면 구단은 이날 중고 거래 앱 당근 마켓에 구단 유튜브 채널 명인 'Eagles TV(이글스 티비)'라고 적힌 유튜브 실버버튼 판매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 후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게시자 A씨는 유튜브 실버 버튼을 12만 원에 판매한다고 올린 뒤, 'Eagles TV 채널 10만 구독자 달성 기념으로 받은 제품이다'라며 "벽걸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면에..

`거래절벽·대출규제`에… 충청권 아파트 10가구 중 4곳 이상 입주 못해
'거래절벽·대출규제'에… 충청권 아파트 10가구 중 4곳 이상 입주 못해

충청권에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축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까지 겹치면서, 분양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가속하면서 지방 주택 처분 압력이 커져, 그 여파가 서민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9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충청권 3월 입주율은 57.5%로 전월(63.4%)보다 5.9%포인트 줄었다. 즉 10가구 중 4곳 이상은 입주를 하지 못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 대전오월드 늑대 탈출 이틀째…‘열화상 드론’ 등 투입 대전오월드 늑대 탈출 이틀째…‘열화상 드론’ 등 투입

  • 벚꽃 엔딩 벚꽃 엔딩

  • 탈출한 늑대 목격된 보문산 일대 ‘출입금지’ 탈출한 늑대 목격된 보문산 일대 ‘출입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