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현장경찰관들에게 배려와 존중을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현장경찰관들에게 배려와 존중을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 유동하

  • 승인 2021-03-24 09:09
  • 수정 2021-03-24 14:01
  • 신문게재 2021-03-25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유동하
유동하 실장
꽃피는 봄이다. 아침 출근길, 대전천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나리도 샛노랗게 그리고 시경(市警) 후정에는 살구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하얀 목련도 탐스럽게 피었다.

이번 주부터는 벚꽃 상춘객들이 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우리 지역경찰관도 근무를 무사히 마치면 휴무를 어찌 보낼지 '소확행'을 상상한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간밤에 일어났던 112 신고사건이다. 대전은 하루평균 1500건 정도 신고가 들어온다. 정인이 사건 이후 가장 신경 쓰며 보는 사건은 '아동학대'이다. 그다음 매일 2~3건의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다. 그리고 Code-0 사건이 적정하게 처리되었는가에 있다. 그 후 경찰관 관련 언론 보도를 살펴본다.



하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관의 현행범체포가 위법하다며 징계를 권고했으나, 경찰관의 제소로 법원이 징계권고를 취소하는 뉴스를 봤다. 필자는 무슨 사건이길래 그 내용이 궁금해 좀 더 찾아봤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9년 6월 말 오전 5시 반경, 경북의 한 도시에서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 4명이 출동했다. 만취해 노상에 잠들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으나 그는 경찰관에게 욕설하면서 폭행을 하려 손을 휘둘렀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파출소로 인치했다. 체포와 인치 과정에서 경찰관은 안경이 떨어져 파손됐으며, 손가락 골절 등 5주의 상해를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검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주취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가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인한 침해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경찰서장에게 출동 경찰들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권고했다(19진정0609400). 그러자 이번에는 경찰관이 법원에 징계권고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3090).

필자는 위 사건에서 관심을 가진 곳은 모욕과 체포의 필요성 두 가지이다.

주취자의 최초 '경찰관 모욕'은 정당한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경찰의 모욕죄 현행범 체포가 부당하다며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경찰청은 경찰관에 대한 모욕죄 사건처리를 독려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경찰권 남용을 감소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경찰청은 단순 모욕죄의 현행범체포를 금지하면서도, 장기간 지속하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양형에 가중되도록 수사보고 하라고 지시했다. 필자가 2017년 대전권 경찰서 모욕죄의 현행범체포 통계를 살펴보니 경찰서별 월 1건으로 자제하고 있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부당거래 대사처럼, 경찰관에 대한 모욕은 피의자의 권리처럼 인식돼 버렸다. 문제는 위 사례처럼 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위원들조차도 경찰관 모욕을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다. 최소한 결정문에는 도와주러 간 경찰관에게 행한 최초의 모욕은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경찰관 모욕죄로 현행범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어느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debet esse judex in propia causa)'라는 법언에 있다. 하지만 모욕과 더불어 경찰관의 멱살을 잡거나 모자를 쳐서 떨어뜨리거나 주먹을 휘둘러 경찰관을 뒷걸음질 치게 하거나 실제 상해를 가할 때에는 체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경찰관에게는 체포의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관 폭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체포의 필요성(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을 논하는 것은 논점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다시 꽃피는 봄이다. 휴무일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현장경찰관들을 힘들게 하는 주취자 문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휴무일에는 머리 개운한 상태로 가족과 함께 상춘객 중 한 명이 되기를 기원한다.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 유동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학 교직원 사칭한 납품 주문 사기 발생… 국립한밭대, 유성서에 고발
  2. [문화 톡] 대전 진잠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를 찾아서
  3. 대전특수교육수련체험관 마을주민 환영 속 5일 개관… 성북동 방성분교 활용
  4. 대전 중구, 교육 현장과 소통 강화로 지역 교육 발전 모색
  5. 단풍철 맞아 장태산휴양림 한 달간 교통대책 추진
  1. "함께 땀 흘린 하루, 농촌에 희망을 심다"
  2. 대전도시공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 수상
  3. 공장·연구소·데이터센터 화재에 대전 핵심자산 '흔들'… 3년간 피해액 2178억원
  4. 대전 대덕구, 자살률 '뚜렷한 개선'
  5. 대전 서구, 간호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으로 전문성 강화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 4대 패키지 법안 국회 문턱 오른다

'행정수도 완성' 4대 패키지 법안 국회 문턱 오른다

2026년 행정수도 골든타임을 앞두고 4대 패키지 법안이 국회 문턱에 오르고 있다. 일명 행정수도완성법으로 통한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무소속 김종민(산자·중기위) 국회의원은 지난 5일 행정수도특별법과 행정수도세종특별시법, 국회전부이전법, 대법원이전법을 패키지로 묶은 '행정수도완성법'을 대표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차례로 발의한 행정수도특별법에 보완 사항을 적시함으로써 '행정수도 세종'의 조기 완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현재 양당의 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병합 심사로 다뤄지고..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이번엔 축구다`… 대전하나시티즌, 8일 전북 현대 상대로 5연승 도전
'이번엔 축구다'… 대전하나시티즌, 8일 전북 현대 상대로 5연승 도전

대전하나시티즌이 K리그1 선두인 전북 현대를 상대로 5연승에 도전한다. 대전은 8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파이널A 3라운드)에서 전북 현대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날 기준 대전은 승점 61점(17승 10무 8패)으로 K리그1 2위에 올라있다. 대전은 포항 스틸러스전 3-1 승리를 시작으로 제주SK(3-1 승), 포항(2-0 승), FC서울(3-1 승) 등을 차례로 잡으며 지금까지 4연승을 달리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서울전 승리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3연승이 최고였는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