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희망' 씨실과 '감동' 날실로 행복을 엮어요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희망' 씨실과 '감동' 날실로 행복을 엮어요

  • 승인 2021-04-15 14:12
  • 수정 2021-06-24 13:57
  • 신문게재 2021-04-1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3
이재연 부여 내산초 교사
차령산맥의 한 줄기, 계향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작고 아름다운 부여 내산초등학교는 방문객을 반기는 해사한 시와 바람개비가 행복의 기운을 불어넣는 곳이다. 학교 운동장의 늙은 느티나무와 벚꽃은 작은 마을의 기나긴 역사를 말해준다.

산촌 지역에 있는 내산초는 전교생 38명의 작은 학교로 공교육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학생들은 사교육에 노출돼 있지 않고 오로지 학교 교육만으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들이 어느 날, "선생님, 방학이 싫어요. 학교에 안 나오면 너무 심심해요. 친구들하고 놀 수도 없고 그냥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만 봐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방학만을 기다렸던 나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 이에 아이들의 방학을 즐겁게 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마을 돌봄'을 떠올렸고, 학부모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인 '띠앗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게 됐다.

안내문을 통해 선정한 학부모 봉사자는 처음엔 3명이었지만, 지금은 5명이 봉사하고 있다. 5명의 학부모는 너무 귀한 희망의 씨앗이었다.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에 희망을 품고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 맞춤형 학습지를 만들고, 학생들이 방학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놀잇감을 제공하며 봉사 학부모들과 프로그램 운영을 함께 논의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우쿨렐레와 배드민턴, 공예 등에 대한 배움의 열정을 내비쳤고, 이러한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외침과도 같았다. 이에 우리 학교는 지역의 멀티센터 역할 중심지가 됐다.



그러던 중 학부모와 학생에게 프로그램 운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농어촌 희망재단 사업에 공모, 선정돼 지난 2019년부터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일주일에 1시간씩 학부모와 학생이 우쿨렐레, 배드민턴, 공예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작은 학교의 저력을 보여줬다. 배드민턴 축제와 우쿨렐레 발표회, 토론발표회 등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해 모두 하나 되는 배움을 경험해 나가는 즐거움을 키워갔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특기와 취미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키웠고, 공예 자격증과 우쿨렐레 지도사 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하는 등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을 어르신을 위한 효 실천 프로젝트인 '다옴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과 마을 어르신이 일대일로 결연해 마을의 역사에 관해 탐구하고 효 실천의 기회를 얻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갔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사랑을 받았어요"라는 학생들의 고백을 들었을 때 마을은 살아있는 인성교육 배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긴급돌봄까지 해야 하는 등의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얼굴을 보면 한순간에 피로가 풀린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희망' 씨실로 교육하고 학부모가 '감동' 날실로 반응하면 소중한 아이들의 행복을 엮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3.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4.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5.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1. 사나래복지센터,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2. [인터뷰]장석영 대한언론인회 회장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