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AI 예술을 생각하며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AI 예술을 생각하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장

  • 승인 2021-04-23 17:39
  • 신문게재 2021-04-2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장
얼마 전 인간화가와 AI의 합작품이라는 그림을 보았다, 독도를 그린 이 그림은 수면에 비친 독도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위의 독도 풍경은 화가가, 수면에 비친 하단의 그림은 AI가 그렸다고 한다. 첨단 기술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등에 대해서도 거의 문맹에 가까운 나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만 인공지능의 개념으로 작동하는 컴퓨터가 스스로 그림을 그려 내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수준이다.

관심이 가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 보니 AI화가니, AI 작곡가, AI 소설이니 하여 예술 분야에 AI가 주체적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 영역에 AI가 작가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예술가들을 대체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긴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움직여 나갈지 도무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나와 같이 기술에 문외한이고 나이로 보아서 기성세대이며 전형적으로 스스로 손을 움직여 몸으로 체득된 작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작가로서는 새로운 모습들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논의들 역시 매우 낯설다. 컴퓨터가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감상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니? 그러면 앞으로 화가들은 무엇을 하지? 이런 정도의 수준에서 생각이 오락 가락 할 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AI 뿐 아니라 이미 다른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목격하고 실제 몸으로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별 다른 저항없이 사용하고 있는 첨단의 기술들은 꿈도 꾸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물건으로 전선도 없이 전화통화를 하고 심지어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더구나 이 작은 물건이 이제는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카드처럼 사용되기도 하고, 카메라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비디오 촬영기, 녹음기, 라디오, TV 역할까지 한다. 또한 내가 내 그림을 파일로 저장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그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서 다른 사람들이 컴퓨터로 자유롭게 화면을 통해서 그림을 보고 글을 읽도록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도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던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블로그에 그림이나 글을 올린다. 나는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쇳덩어리가 스스로 굴러가고 심지어 그 안에서 음악도 나오고 더 나아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까지 길안내도 해주는 자동차라는 물건을 탈 때 마다 늘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해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자동차까지 곧 상용화된다고 하니 어디까지 기술이 발전할지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제는 기계가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고 전달해 주는 심부름꾼의 역할을 넘어서 스스로 작가가 되어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그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기보다 좀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도구로서의 심부름꾼 역할과 작가로서의 역할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은 인간이 지닌 고유한 특성 중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인간이나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것을 미적으로 승화시켜 아름답게 표현하는 행위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또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성찰이란 어떤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인간이 스스로의 본질을 찾아보고 자연을 탐색하여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다양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교류하고 교환하는 활동은 그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고 인간이 존속하는 한은 지속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가 작가들을 대체한다기 보다 다양한 작가 중의 하나로 참여하는 일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변화가 심한 시대에 살고 있을수록 인간이 갖고 있는 고유한 모습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라는 인간 고유의 역할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지한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은 언제나 인간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1.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2.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속보>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폭력이나 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금속보호대가 대전교도소에서 1년간 122차례 사용되고 한 번 사용되면 평균 3시간 50분간 수용자에게 착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보호대를 이용해 6시간 이상 수용자를 결박한 사례도 16차례 있었는데 사후 전자기록을 남겨놓지 않거나 부실작성 등 보호장비 사용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교도소장에게 발송한 직권조사 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이나 자해 위험 수용자를 관리할 목적의 여러 보호대 중 결박 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