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전의 안전한 여름을 위한 우리들의 자세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대전의 안전한 여름을 위한 우리들의 자세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21-07-04 08:09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권중순 대전시의장
권중순 의장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방 하나에 모여 있다.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방 가운데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원숭이 중 한 마리가 바나나를 먹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가는 순간, 나머지 원숭이들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진다. 원숭이들은 깜짝 놀라 도망친다. 다른 원숭이들이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원숭이 무리는 바나나를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 이후 과학자들은 원숭이 무리를 한 마리씩 교체해 간다. 그때마다 신입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먹으려 사다리를 올라가려 했고, 기존에 있던 원숭이들이 이를 저지하는 현상은 계속된다.

결국, 무리 전체가 한 번도 찬물을 맞은 적 없는 원숭이들로 바뀐 후에도 그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위해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찬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모른 채 그저 사다리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것만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지게 하던 장치는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는 점이다.

이는 비판적 사고 없는 관행 답습의 위험성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이다. 행정, 그중에서도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 있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관행일 것이다. 이것은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대형 사고들은 천재(天災)보다는 방심으로 인한 인재(人災)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는 초대형 허리케인이라는 천재가 제방 붕괴라는 인재로 이어지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 불릴 만큼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이미 제방 붕괴의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되며 예견된 참사였지만 시민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관련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허리케인 이후 구호작업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피해는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비단 경영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각종 재난과 관련한 그간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고 재난 예방, 대응, 복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계획 수립 시 재난 및 안전관리 전문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지역자율방재단 등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시민의 참여가 있을 때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며, 보다 신속 정확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각종 비상상황 발생 시 주민행동 요령을 담은 메뉴얼에 대한 온·오프라인 교육, 캠페인 전개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재난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100% 완벽한 계획은 있을 수 없다. 시민의 생명, 삶과 직접 연관돼 있는 현장 행정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세종실록> 기록을 보면 세종은 연이은 흉년으로 백성들이 큰 어려움을 겪자 "기후가 순조롭지 못하니 직접 나가서 벼농사 형편을 살펴보리라"고 하며 직접 민가를 돌아보면서 농사가 잘되지 못한 곳에서는 반드시 농부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고 한다.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시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점검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제 이틀 뒤면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소서(小暑)다. 게다가 7월 초 시작될 올해 장마는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로 예년보다 강한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대전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로 많은 시민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올해 여름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지역의 구석구석을 살펴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탄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