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Remember who you are '한계를 뛰어 넘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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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Remember who you are '한계를 뛰어 넘은 사람들'

박정수 둔산소방서장

  • 승인 2021-07-25 08:5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증명사진(둔산소방서장 박정수)
박정수 둔산소방서장
6월에는 참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우리의 가족인 동료가 2명이나 하늘로 떠났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로 순직한 故 김동식(52) 구조대장 그는 구조대장으로 후배 대원들과 인명구조를 위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가 갑자기 거세진 화염에 대원들을 대피시킨 후 홀로 지하 창고 안에 고립됐다. 김 구조대장이 짊어진 산소통의 산소는 50여 분 남짓을 버틸 수 있다. 그는 홀로 2일을 불길 속에 있다가 우리에게 돌아왔다.

6월 29일 울산 3층 상가화재로 순직한 故 노명래 소방교(29) 그는 화염으로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순직했다. 그의 나이 고작 29살, 입사한 지 1년 6개월, 2월에 혼인신고를 마치고 10월 결혼을 앞둔 새신랑…. 신에게는 가장 슬픈 시나리오가 있는 걸까. 상가 3층에서 유리창을 깨고, 검게 그을린 채로 탈출하는 후배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들은 안에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도망 나오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세계무역센터의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스티븐 실러(Stephen Siller)는 브루클린 제1소방서에서 막 철야 근무를 마치고 글렌우드 컨트리클럽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날 아침 형제들과 골프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러 소식을 듣자마자 실러는 망설임 없이 맨해튼 쪽으로 가는 터널로 핸들을 돌렸다. 사려 깊은 실러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에 조금 늦겠다고 형제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실러가 터널을 도착했을 때 교통은 이미 통제되고 있었다. 실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30kg이나 나가는 장비를 꺼내 들고 5km 떨어진 불길에 휩싸인 생지옥으로 달려갔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븐 실러의 마지막 행적이다. 그는 형제들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날의 아침, 실러의 영웅적 여정을 기념해 매년 9월이면 미국 뉴욕에서는 터널에서 트윈타워까지 실러가 간 길을 따라 5km를 달리는 자선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소방관 생활도 30여 년에 접어들었다. 공직 생활 중에 1월, 7월은 긴장감이 도는 때다. 7월은 정기 인사철이기에 승진심사도 있었고, 인사이동도 있었다. 승진을 해 영광의 자리에 올라 기뻐하는 동료도 있을 것이며, 승진 탈락으로 마음이 아픈 동료도 있을 것이다. 인사이동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간 사람은 기쁨이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상심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두가 마음에 드는 결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드물다.



지난 7월 6일 우리 소방조직 출범 73년 만에 노조를 결성하게 되었다. 노조 결성은 우리 소방조직에 많은 도움과 발전을 줄 것이다. 초반에는 조직 내부의 이견 등으로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통은 우리 조직의 발전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일 것이다. 우리 소방조직은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생과 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저 뜨거운 불길 속을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내 옆의 동료를 믿기 때문이다. 국민이 위태로운 순간에 떠올리는 사람이 소방관이듯 소방관도 소방관을 믿는다. 내 옆의 동료를 믿는다. 영화 '라이온킹'에서 어린 사자 '심바'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버지'무파사'는 어린사자 '심바'에게 이렇게 말한다. "Remember who you are, 네가 누구인지 기억해"

우리 소방조직은 국가직 신분으로 전환된 지 1년이 됐다. 또한 소방노조가 출범한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았다. "멀리 가고 싶다면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라!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가라!" '멘탈의 연금술'의 한 대목이다.

서로에 대해 정확히 말해 줄 수 있는 가족과 같은 나의 동료! 우리 조직의 앞날은 다 함께 걸어갈 때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박정수 둔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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