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③] 오랜 역사를 담은 옛 명성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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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③] 오랜 역사를 담은 옛 명성은 어디로 갔나

  • 승인 2021-08-10 08:15
  • 수정 2021-08-24 16:04
  • 신문게재 2021-08-10 10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컷-3대하천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천은 7㎞… 갑천.유등천과 비교했을 때 가장 작아
작은 길이만큼 갖춰지지 않은 하천 시설… 사람은 없고 하상도로 이용 차만
하상도로로 오가기 모호한 출입로 곳곳… 이동 약자는 이용도 불가능해 보여



대전에서 살게 된 지 8년째인데, 의도치 않게 원도심에서만 살았다. 그래서인지 갑천이나 유등천보다 자연스럽게 대전천과 맞닿을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인근을 살았을 뿐 산책하러 나가 본 적은 없다. 탁 트인 꽃밭, 산책로 옆에 흐르는 시원한 하천…. 갑천의 엑스포 다리 부근, 유등천 삼천교 인근을 떠올렸을 때의 풍경을 대전천에선 볼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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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천의 모습. 사진=김소희 기자
대전천은 대전의 과거이자 시작점이라고 불릴 만큼 원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경부선 개통 이후 형성된 원도심 지역을 관통한다. 대전은 한밭의 한자 표기인데, 큰 들, 넓은 들이란 의미로 하천 변에 형성된 지형 조건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큰 들을 통과하는 하천이란 의미에서 대전천이라 한다. 걷기를 시작하기 전 찾아보았던 대전천의 유래는 참 거창했다. 실상도 대전이 겪어온 무구한 역사만큼 발전했을지, 작은 기대감을 갖고 걷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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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 너머로 대전천이 있는데, 인도에서 걷고 있으면 하천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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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도 보이질 않는데 인도를 기점으로 오른편에는 하상도로가 있다. 차들이 쌩쌩 달린다. 사진=김소희 기자
대전천① [대전천이 아니라 무(憮)천 아닌가요]
대전천이 가진 유일한 장점은 시간이다. 오랜 시간 대전과 역사를 함께했다는 것.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갑천이나 유등천과는 비교할 수 없다. 대전천은 고작 7.86㎞다. 유등천은 대전천의 2배, 갑천은 대전천의 거의 5배 수준이다. 천의 길이가 짧다 보니 하천부속시설도 비교적 없을 수밖에 없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출입로, 진입 계단, 안내 간판까지도 3대 하천 중 가장 적다. 8월 중 걷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가장 먼저 찾기 시작한 것이 그늘막이었는데, 대전천엔 고작 3개뿐이었다. "이러니 사람이 없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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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인도인가요 자전거도로인가요? 사실은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합쳐져 있다. 실제론 이 표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곳이 많다. 사진=김소희 기자
*PM 4:00. 첫걸음은 Y 존에서부터
삼천교를 기준으로 Y 형태로 대전천과 유등천이 갈라진다. 서서히 걷기 시작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목척교까지를 목표로 잡았다. 왼쪽엔 대덕구, 오른쪽엔 중구, 앞은 동구가 펼쳐져 원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삼천교에서 목척교 방면으로 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하천을 걷고 있는 게 맞는 건가'였다. 왼쪽에 하천이 있었는데 풀숲과 나무들에 가려져 물이 보이질 않았고, 오른쪽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걷는 사람은 없었다. 목척교까지 걸어가는 내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적었다.

넓은 들과 꽃, 하천은 대전천에선 쉽게 구경할 수 없었다. 차들이 달리는 걸 멍하니 쳐다보며 걷다가 문득 바닥을 봤다. 인도에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표시돼 있었다.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았단 건 알고 있었는데, 굳이 그 표시를 보니 더 헷갈렸다. 사람이 걷는 길인지, 자전거 도로인지. 사람도 없었고, 하천도 보이질 않고, 도로 정비도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았다. Y 존을 기점으로 유등천은 비교적 잘 관리가 된 느낌이었는데, 대전천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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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보이지도 않고, 차량 소음만 가득한데 대전천은 인도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사진=김소희 기자
* 여긴 그냥 차도구나… 소음만 가득
1km 정도 걸었을까. 크게 후회되는 게 하나 있었다.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것. 노래를 듣고 걸어야겠다는 계획이 없어 챙기지 않았는데, 머리를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이어폰을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삼천교에서 목척교로 향하는 대전천은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정비되지 않은 인도? 알 수 없는 출입로?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문제는 소음이었다. 끊임없이 오가는 차들 때문에 정말 시끄러웠다. 내가 하천에서 산책하고 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중간에 신호등도 없는 탓에 차들은 상당한 속도를 내면서 달리고 있었고, 중간중간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까지 있어 경적까지 머리를 울렸다. 아주 단단히 잘못 걷고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원도심을 가로지르며 무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전천은 오랜 시간 정비하지 않으며 자동차 소음만 가득한 공간이 됐다. 너무 시끄러우니 중간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늘막 같은 휴식 공간은 없어 강제로 앞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하천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는데 교량 개량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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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없는데 차들은 줄지어 다니는 대전천. 하천변이 아니라 하상도로로 전락한 듯 싶었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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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 쯤 걸었을까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됐다. 사진=김소희 기자
* 두 갈래로 나뉜 인도, 갑자기 산책할 만 해졌다
다행히 공사 현장을 넘어서부터는 울창한 풀숲이 하천을 가리고 있진 않았다. 걷던 중 갑자기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걸으란 건지 모를 정도로 불친절한 두 갈래 길에서 어리둥절하던 중, 자전거 도로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된 것이다. 이때부터는 정말 걸을 만했다. 우선 인도가 하상도로와 조금이나마 떨어진 탓에 소음으로부터 멀어졌고, 바로 하천이 보여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금 걸으니 그늘막도 눈에 보였다. 물론 사람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진 않았는데, 자전거 거치대도 보였다. 요즘 어디를 가든 자전거 거치대엔 버려진 자전거가 많았는데, 대전천은 버려진 자전거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쓰레기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차들만 다니니 당연한 결과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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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람이 다니는 출입구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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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로 너머에 있는 출입구를 이용하고 싶지만, 차들이 쉽게 멈추질 않았다. 사진=김소희 기자

* 목적지인 목척교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나가야 하나요?
중간중간 걸으면서 문득 걱정됐다. 산책로에 들어올 때도 차량이 없을 때 후다닥 산책로에 들어왔는데, 나갈 때도 그렇게 나가야 하는 건가 싶었다. 맨 왼쪽부터 하천, 인도, 하상도로, 출입로 순이었다. 하상도로에 차량 신호등이 없으니 중간에 멈추는 차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결국 인도로 넘어오기 위해선 시민들이 하상도로 건너기 눈치 게임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부분이 너무 불편해 보였다. 출입로는 있는데 차들이 멈추질 않아 사람들은 언제 건너야 할지 몰랐다. 실제로 한 번 건너보려 하니 끊임없이 오는 차들만 바라보게 됐다. 차들이 중간에 멈춰주는 경우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차들이 다 지나가고 나서야 건널 수 있었다.

 

지도

총 2km 정도를 걸었는데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출입로는 목척교 인근에 단 한 곳뿐이었다. 목척교가 목적지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하천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만난 출입로는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라 다시 와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산책하는 사람도 오가기 불편할 정도였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더 불편할 게 뻔했다. 만약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면 더더욱 이용하기 어려울 터였다.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계단만 있을 뿐 풀 등이 정비가 안 돼 있는 곳이 많았다.


삼천교에서 목척교까지의 대전천의 2㎞는 아쉬움만 남겼다. 동구, 중구, 대덕구까지 원도심을 다 품고 있으면서도 단순 하상도로로만 전락한 듯했다. 분명 대전의 태동인 하천일 텐데도 역사적 흔적이나 명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두 번째 걷기는 목척교에서부터 문창교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음엔 조금 다른 대전천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대전천=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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