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지역개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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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지역개방학교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1-08-16 08:3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성광진 소장
성광진 소장
"우리 동네는 신혼부부가 들어와 살지 않아요. 집들도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많은데,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아봤자 혼자 사는 친구들이고, 대부분 중장년층이나 노인들이에요. 과거에는 신혼부부들이 이곳 단독주택의 위층이나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살았는데, 요즘에는 번듯한 아파트로 가지 이런데 오질 않아요."

"번듯하게 큰 학교에 애들이 몇 명 다니지를 않아요. 초등학교에는 학년마다 한두 학급이고, 가까이 있는 중학교도 전체가 대여섯 학급으로 운영되다 보니 조만간 폐교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요."

"아이들도 조금 멀더라도 큰 학교로 가려고 해요. 학교가 구리다고 하면서 전학시켜 달라고 해서 부모들도 고민이 많아요. 학생이 적으니 교사들의 관심이나 사랑도 많이 받겠거니 하지만 학교에 활력이 없어요. 행사를 해도 학생들이 적어 신나지를 않아요. 교육청에서도 이웃 학교와 통합하고 싶어도 수십 년 전통의 학교다 보니, 졸업생들 눈치가 보이고 거기에다 남겨진 건물과 땅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된다고 하고요."

원도심의 변두리 지역에서는 학교를 둘러싸고 이런 고민이 두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학생들을 수용하던 학교 시설이 이제는 관리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효율로만 따지면 당장 폐교하자는 주장에 마땅히 반론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학교들을 지역의 개방학교로 만들어 주민들과 학교를 공유하는 것이 어떨까?

교실과 급식실, 음악실을 비롯한 특별실, 체육관, 운동장 같은 학교 시설들을 지역의 주민들에게 개방하여 성인들과 지역 아이들을 위한 각종 문화교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물론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공존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급식실을 이용해서 지역 주민이 요리교실을 만들어 재학생이나 성인에게 강의를 할 수 있게 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점심 급식만 하기 때문에 오후 늦게는 급식실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또 학교도서관도 주민들이 관리하면서 인문학 강의나 동아리 활동을 하기가 좋은 장소이다. 다른 특별실이나 체육시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지역주민이 학생 교육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 하에서 문화공간으로 학교를 활용할 수 있다면 주민이나 학교나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학급 규모가 작아 수업시수가 적은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이다. 외국어나 인문학, 컴퓨터 관련은 물론이고 교사들이 갖추고 있는 특별한 자질들을 이용하여 지역주민에게 질 높은 강의를 한다면 지역사회에서 학교는 더 큰 무게감을 가질 것이다. 물론 교사들만이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들도 초청하면 더욱 알찬 강의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현재 학교가 개방에 소극적인 이유는 아마도 안전 문제 때문일 것이다. 운동장이나 각종 시설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와 개방 시 드나드는 일부 성인들의 일탈이나, 재학생에 대한 위해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안전사고에 대한 보험과 시설 사용 주민들의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드는 등의 대책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 관리의 책임을 가볍게 해야 학교장이나 교사가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렇게 지역의 주민들이 학교를 통해 각종 문화활동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생활에 필요한 유용한 지식과 기능을 얻을 수 있다면 젊은 부부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는 현상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주민들의 결속력이 더욱 끈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평생교육의 시대이다. 워낙 변화가 빨라 사회가 원하는 지식과 정보와 기술을 때마다 적절하게 습득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학교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제는 경계를 풀고 필요한 누구에게나 학습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로 개방해야 할 때이다./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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