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회식은 싫고 삼겹살은 맛있어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회식은 싫고 삼겹살은 맛있어

  • 승인 2021-12-08 09:5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우난순 수정
삼겹살은 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6년 전인가? 그날도 편집국 송년회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직원들은 고기와 술로 텅 빈 위장을 채우느라 바빴다. 나는 여자 후배들과 남자 후배 하나랑 둘러앉았다. 두툼한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갔다. 상추에 고기 두어점을 얹고 마늘, 고추에 쌈장을 얹어 사흘 굶은 사람처럼 먹었다. 다들 배고픈 참이어서 고기는 구워지기 무섭게 사라졌다. 바지 벨트 구멍을 두 칸 늘려놓을 만큼 배가 부르자 옆에 앉아 묵묵히 고기만 굽는 후배가 비로소 보였다. 그 후배도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집게로 고기만 열심히 뒤집는 게 아닌가. "흥수야, 너 왜 고기 안 먹어? 너도 고기 좋아하잖아." 후배 왈, "선배랑 얘들이 너무 빨리 먹어서요. 전 바싹 익은 고기를 좋아한단 말예요." 우리는 미안하기도 하고 우스워서 배를 잡고 웃었다.

한국 사회는 회식문화가 발달했다. 대체적으로 회식은 나이가 많을수록, 관리자 마인드가 투철한 사람일수록 좋아한다. 왜 그럴까? 회식자리야말로 권력이 작동하고 사내 정치가 빛을 발하는 장소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는 지시와 명령에 익숙하다. '까라면 까'라는 군대와 다를 바 없던 시절을 살아온 기성세대는 다분히 권위주의적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들 참석여부로 본인이 존중받고 있다는 걸 과시하고 아랫사람은 복종과 충성을 맹세한다. 조직 내 권력관계가 재확인되는 자리인 셈이다. 그러니 회식 불참은 상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걸로 여겨져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따른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정말 많이 마신다. 나는 체질적으로 술을 못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 회식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지만 예전엔 술 못 먹는 직원은 회식자리에서 '죄인'이었다. 윗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술 잘하는 직원이 능력자라고 발언하며 치켜세우곤 했다. 당연히 술 못 먹는 사람은 무능력자로 낙인 찍혀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신세가 된다. 이런 분위기에선 수월한 조직생활을 위해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하고 윗사람에게 달려가 무릎 꿇고 술 한 잔 따라 드리는 예의를 잊으면 안 된다. 오래 전, 한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배도 윗사람에게 아부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걸 전혀 못해서…." 어느 설문 조사에서 연말 송년회 꼴불견 1위가 '술 강요형'이었다. 억지로 술을 먹이는 상사를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꼰대 기질이 강한 높은 양반일수록 회식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런 인식에 대해 질색한다. 재작년 봄 한 후배는 1박 2일로 회사 단합대회를 가야한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요즘은 회식도 잘 안하는 추세인데 금쪽같은 휴일에 단합대회가 웬 말이냔 얘기다. 후배는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가는 윗사람들의 후진성이 답답하다며 술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린다고 투덜거렸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일상 회복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코로나 이후 평범한 일상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는 삶이 이어진다. 목욕탕 가서 뜨거운 물로 피로를 푸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는데 이젠 옛말이다. 딱 하나 좋은 점도 있다. 회식이 없어졌다는 사실. 대신 사무실에서 피자나 치킨을 간단하게 시켜 먹고 끝내니까 더할 수 없이 좋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아쉽겠지만. 고도 성장기를 거친 한국인은 팀워크를 이유로 밤새도록 음주가무로 흥청대고 먼동이 틀 때 퇴근하는 것이야말로 회식의 완성이라고 여겼다. 역병이 사라지면 다시 또 퇴근 후 술판이 벌어질까? 올 연말도 일찌감치 퇴근해 발 닦고 후식으로 다디단 홍시 먹으면서 재밌는 TV 프로나 봐야겠다. 삼겹살은 휴일 집에서 점심으로! <지방부장>

회식
게티이미지 제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괴정동 옛 예지중고 건물서 불… 15분 만에 진화
  2. 대전신세계, 가정의 달 맞이 푸드트럭 '부릉부릉'
  3. 재선 도전 김태흠 충남도지사, "4년 동안 성과, 도민들이 판단할 것"
  4.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 대전 헤레디움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展
  1.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2. 대전과학기술대, 지역 스포츠·헬스케어 인재 양성 장학금 기탁식
  3.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4. 대전 검정고시 891명 합격… 초등 합격률 98%
  5. 한밭새마을금고, 어버이날 특식 지원 활동 후원

헤드라인 뉴스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대표이사 안광헌)이 7일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7일 오전 10시께 서산시 동문동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발생했으며, 길을 건너던 80대 보행자가 시내버스 차량에 치여 관내 중앙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과 관계기관은 사고 운전자 진술과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 발생 이후 서산지역사회에서는 터미널..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캐릭터가 대전에 자리한 국립중앙과학관에 모여 비밀 신입 요원을 모집한다. 하반기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 개관에 앞서 국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6~17일 과학관 사이언스터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색 과학 축제 '초능력 히어로 박람회: 비밀 아카데미 신입 요원 모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하반기 창의나래관에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비밀 요원을 모집하고 훈련시킨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관람객은 초능력과..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회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것을 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가운데, 이미 개최가 합의된 논의의 장에 집단 불참한 것은 사실상 공청회를 무력화하고, 행정수도특별법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공청회 자체가 법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국회 논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3개 전국·세종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범시민대책위원회(가칭)는 8일 오전 '행정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