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의과대학 쏠림 현상과 인기 진료과로의 진로선택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의과대학 쏠림 현상과 인기 진료과로의 진로선택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 승인 2022-01-19 08:24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권종범교수1
권종범 교수
요즈음처럼 코로나 시국에 나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고 약간의 존경과 적잖은 시기, 질투를 받으며 남에게 큰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선택받은 듯 살아가는 직업군에 대해 생각해본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해 의사 면허를 받는 의사도 이 직업군에 포함될 것이다.

80년대 초 필자가 의과대학을 진학할 때도 소위 잘 먹고 잘 살려고, 또 성적이 되니까 굳이 안정적 생활이 보장되는 의사가 되는 길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세태처럼 의과대학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과거 80년대 의대는 인기 진학과의 반열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으나 이과계통에서는 전자공학과, 건축학과 방위산업, 금속공학과를 비롯해 소위 유수한 대학교 자연과학 계통 등도 상당한 인기 과였다. 오히려 탑5 의과대학 외의 다른 의대보다는 입학 점수도 높고 지망학생들도 적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대학병원 전문의로 남아 인턴·레지던트 교육을 해오다 보니 예전보다 조금은 더 우수한 인력들이 대부분 의대를 진학해 의사가 되고 또한 전문의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

지금은 제도가 거의 없어졌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이라고 하는 기형적인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존재했다. 극단적일지는 모르지만 예를 들면 기초과학의 학부를 나온 우수 인력이 연구나 기초과학에 몸담지 않고 있으며, 우수한 유학파들도 다시 국내로 리턴해 의전에 진학하고, 다른 과를 전공한 우수한 학사들이 다시 의전을 목표로 재수를 택하는 시절도 있었던 것이 최근이었다. 그야말로 의사 만능 최고주의가 됐다.



그러나 우수한 인력의 의대 쏠림현상이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이과계통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당장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의사와 같은 보상이나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직업적 환경, 즉 좋은 일자리 창출이 먼저 이뤄져야 이러한 쏠림현상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것임은 자명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돼서도 전문 과목을 정하는 레지던트 과정의 지망실태 역시 소위 인기 과에 많은 의사가 지원하는 현상이 점점 더 두드러져 가고 있다. 그런 과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된다.

소위 3D과(흉부심장혈관외과, 비뇨기과, 일반외과 등)라는 위험하고 난이도가 높아 중증환자를 많이 상대하는 과, 레지던트 수련과정이 고단하고 나중에 전문의가 돼서도 개업이 어려워 경제적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과들은 이미 젊은 의사들의 눈 밖에 난지 오래된 일이다.

이런 과들은 전공의 부족사태에 직면해 전문의들이 전공의를 마치 애지중지 업어 키우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사명감으로 3D과를 지원하기를 바라기는 쉽지 않다. 꼭 필요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필요하고 그런 의사들의 고충과 애환을 잘 어루만지고 보상해주는 제도가 시급히 필요하다. 위험도의 인센티브 제도나 보험 체계 안으로의 반영 등 사기진작을 위한 당근책이 지금보다 더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공공의과대학, 사이버 진료, 원격진료 등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의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AI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 등도 일정 부분 의사의 일을 대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연 이러할 진데 의사의 품귀현상이나 우대받는 현실은 서서히 정상을 찾아갈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특정 직군으로의 우수 인력 쏠림현상은 21세기 후반을 준비하는 국가적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아마 시장논리가 여기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의대 졸업생들에게 적도의 성자 슈바이처, 울지마 톤즈의 김태석 의사·신부님 같은 분들의 숭고한 봉사 정신은 잊은지 오래라고 얘기하면 편견일까?

늘어가는 의료분쟁과 의사들을 향한 불신의 시선 등이 환자권리 보호라는 어찌 보면 약간의 포퓰리즘 하에 수술실의 CCTV 의무적 설치 같은 섣부른 의료정책 등이 의료계를 발가벗기려고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과연 순기능만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후학이 그립다. 영재는 아닐지라도 후학을 키워 편안한 마음으로 정년을 맞이하고 싶다.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4.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5.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1.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미지의 세계로 남은 인간의 뇌, 그중에서 뇌파는 치매와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진다. 활동하는 뇌에서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고 무수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뇌과학이 발전해 뇌의 기능적 장애를 뇌파로 조기에 파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뇌파와 뇌과학에 주목하는 이는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문과 유전자 감식 등의 과학수사 기법을 첨단화해 뇌파 분석을 시작한다. 20일 중도일보가 만난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욱 경장은 우리 지역 뇌파 분석 특채 1호 수사관이다. 뇌파 분석이란 대상..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