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설날 세시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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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설날 세시풍습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 승인 2022-01-26 16:28
  • 신문게재 2022-01-27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병곤=국악학박사(대전시립연정국악원지도위원)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임인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는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면서 새해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한 해를 시작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새해 첫 달을 보내면서 신년에 세운 계획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보는 시간이 지금일 거라 생각한다.

이제 며칠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은 음력 1월 1일로 일 년의 첫날을 뜻하며, 한자로는 원일(元日), 원단(元旦), 정초(正初), 세수(歲首), 신일(愼日)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설날 아침에는 가족 모두가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님께 예를 갖춰 차례를 모시고 온 집안 식구들이 마주 앉아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고, 음복술을 마신다. 식사가 끝난 후엔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린다. 웃어른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건강을 기원하는 큰절을 올리고, 윗사람은 아래 사람에게 세뱃돈을 주거나 덕담을 하며 건강과 소망 등 한 해의 복을 기원해준다.

세배가 끝나면 평소 만나지 못한 가족들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꽃을 피우고 정담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가족 간 화목을 이루기 위한 투호,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통해 가족 간 친목을 돋구는 시간도 보낸다. 점심이 되면 만두를 빚거나 떡국을 나누어 먹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마을회관에 모여 농악기를 꺼내 가가호호를 방문해 지난해의 나쁜 액을 몰아내고 좋은 기운을 들어오게 하려고 지신밟기를 하는데, 대문을 들어가기 전 주인에게 "우리가 이 댁을 들어가면 만복이 따라 들어가고, 우리가 이 댁을 나갈 때는 집안의 나쁜 액들을 멀리 던져버리고 한 해 동안 돈과 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의미의 '문굿'을 시작으로 '장독굿'과 '우물굿', 부엌의 '조왕굿'을 한다. 마당으로 나와서는 터 밟기와 지신밟기를 하면서 구경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신명 나는 농악놀이가 펼쳐진다. 주인은 떡과 술과 안주를 내주고, 연희자와 구경꾼이 하나가 돼 '대동놀이' 판이 이루어진다.

대전에서도 예부터 마을마다 미풍양속이 진행됐다. 그중 대전웃다리농악보존회의 전신인 '대전중앙농악회'는 매년 행사를 하며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했다.

중앙농악회는 걸립농악과 연희농악을 함께해온 단체로 정월이 되면 기업체와 상가들을 방문해 한 해 동안 무탈하게 잘 유지되고 사업의 성공을 위한 행운과 복을 빌었으며, 그 대가로 돈이나 쌀을 받아 불우이웃 돕기를 해왔다.

중앙농악회는 고 월해 송순갑 선생에 의해 1960년에 대전에서 창단된 단체로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다가 그의 아들 송덕수 선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1월 20일 올해 첫 공연으로 신년음악회를 큰마당 무대에 올렸다. 다양한 레퍼토리에 이어 마지막 공연은 연희팀들의 공연으로 송순갑 선생의 후예들인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이수자들이 중심이 된 '비나리'와 '판굿'을 선보였다. 비나리는 축원 덕담의 노래로 행운과 복을 빌어주는 고사 소리와 한 해 동안 나쁜 액을 풀어주는 액풀이를 통해 대전시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소리다. 판굿은 농악의 원류인 풍물굿을 무대화시킨 작품으로 대전시민들에게 신바람 나는 기운을 불어넣는 의미를 담는다.

각 마을 단위로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전통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했다. 이러한 농악은 다양한 예술적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집단놀이를 통해 개인과 마을 공동체의 평안과 화합을 이루는데 중요한 구심체가 됐다. 농악을 기반으로 하는 풍물단들이 펼치는 다양한 공연은 주민들의 공동체 문화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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