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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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 승인 2022-06-26 08:10
  • 수정 2022-06-27 08:36
  • 신문게재 2022-06-27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올해 1월 결성한 '위안부 사기 청산연대'라는 단체가 이달 말 베를린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방문명단에 오른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와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연구소 연구위원 이름은 낯설지 않다. 베를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러 간다고 하는데 이들의 행보가 참으로 낯부끄럽다.

베를린 마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가 2020년 독일 측에 항의해 철거위기에 있었으나, 베를린 코리아협의회가 힘을 모아 구청의 철거 명령을 보류한 상태다. 이런 때에 일부 한국인이 몰려와 철거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으니 베를린시는 황당할 테고 일본 정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이들이 위안부를 사기라고 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궁금하다. 일본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과 전시성폭력범죄의 역사적 진실은 그동안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심지어 일본패전 후 "이 재판은 역사상 최후의 위선이다"(찰스 윌로비, 당시 연합군최고사령부)라고 할 정도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도쿄재판에서도 일본군 '위안부'관련된 증거서류가 제출되었다. 일본패전 후 열린 도교재판에 제출된 증거서류에도 일본군 위안부에 관련된 서류가 나왔다. 당시 검찰이 언급했던 위안부 사례 몇 가지에도 여공을 모집한다고 속이고 강제로 위안부로 삼았다는 증거는 뚜렷하다.

1990년 37개의 여성단체 중심으로 결성된 정대협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의 전시성노예 제도에 대한 사죄와 국가배상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996년 일본의 성노예 문제에 대한 사죄와 국가배상을 권고한 유엔의 공식보고서인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1998년 유엔 인권소위 특별보고관인 게이 맥두걸이 제출한 '전시 조직적 강간, 성노예, 노예적 취급 관행에 관한 특별 보고서는 특히 일본 정부가 내세웠던 방어논리(1 한일정부 협상으로 배상 종결. 2 전쟁 당시 한국민은 일본 국민이므로 전쟁법 적용대상 아님. 3 노예제도가 당시에는 금지되지 않음. 4 현재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임. 5 당시 전쟁법은 강간을 금지하지 않음)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일본의 전시성 노예 범죄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유엔의 공식문서로 널리 알려졌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일궈온 위안부 운동, 올해로 30년을 이어온 수요시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1542일의 생생한 기록이며 증언이다.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이들은 2020년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 이후 득세하고 있다.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수십 년 간 수요시위를 이어온 장소를 선점하고 위안부 피해여성을 모욕하는 비이성적인 집회를 지금까지 이어오도록 방관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권고에 불과하지만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반대 단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내려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전후 반세기 동안 침묵을 강요당해온 위안부 피해여성들의 절절한 증언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위안부는 사기다. 위안부는 매춘행위를 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수요시위 현장을 찾는 이들에게 묻는다. 매춘이라고 주장하면 범죄가 안 될까? 위안부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종 동원되는 것이 매춘 패러다임이다. 나라 망신인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이들의 목소리 저변에 환향녀를 화냥년으로, 집안과 민족의 수치로 여기는 민족과 가부장제시스템에서 가해지는 사회적 심리적 페미사이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 해결은 단선적이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로만 호명될 수 없는 개별적인 삶이 있고 그 삶을 교차하는 민족과 식민지, 계급, 젠더, 정치가 촘촘하고 무섭게 착종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안다.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도 역사는 사라지지 않으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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