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49]<단독 인터뷰>‘학계도 몰랐던 인물’…본보, ‘청주 박팔괘' 후손 찾았다

[10년간의 취재기록-49]<단독 인터뷰>‘학계도 몰랐던 인물’…본보, ‘청주 박팔괘' 후손 찾았다

박팔괘 증손자 박종덕 씨, “말년에 나라가 외면했던 박팔괘는 굶어 돌아가셨다”
본보, 박팔괘 제적등본 단독 입수, 생몰연대 등 구체적으로 기록
‘피는 못 속인다’…박팔괘 가족, 해외서도 인정한 피아니스트 등 음악인 삶 걸어

  • 승인 2022-08-26 16:44
  • 수정 2022-09-05 10:57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2
본보가 박팔괘 증손자인 박종덕 씨로부터 가족의 제적등본을 처음으로 입수했다. '박팔괘(빨간색 부분)' 이름 석자가 제적등본에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국악계의 큰 스승이자, '충청제(忠淸制)'라는 독자적인 산조 가락을 만들었던 청주출신 박팔괘(1882년~1940년)명인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굶어 죽을 만큼 궁핍한 말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팔괘는 또 말년에 우리나라 최고의 명인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손자의 친구(박만규) 집 사랑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일보는 지난 25일 오후 박팔괘 증손자인 박종덕(54) 씨를 그의 자택인 경북 구미시 옥계동에서 만나,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본보는 박 씨가 실제 '박팔괘 후손'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미로 달려갔고, 박팔괘와 어떤 관계인지 등을 면밀하게 확인했다. 확인 결과 박 씨는 박팔괘의 실제 증손자 였다.



박 씨는 본보의 단독인터뷰에서 박팔괘와의 관계 등을 밝혔는데, 그의 인터뷰는 학계의 큰 관심뿐만 아니라 '박팔괘 연구'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본보는 박팔괘 후손으로부터 '제적등본'도 단독으로 입수했다. 제적등본에는 박팔괘의 생몰연대가 정확하게 게재됐고, 그의 후손 이름 등 가족들의 가계도도 엿 볼 수 있었다.



12
"저의 증조부는 박팔괘 명인입니다"…박팔괘 증손자인 박종덕 씨 가족 제적등본에 박팔괘(빨간색 부분)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박팔괘의 가계도는 '박영춘-박팔괘-박동기-박만규-박종수·박종덕'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국악 학계는 박팔괘의 후손이 존재했는지 등을 80여년 동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특히 후손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박팔괘 생몰연대' 등도 학계에 정확히 보고되지 않았다. 박팔괘의 일대기 역시, 전혀 알려진 봐가 없다. 충북 옛 청원군 출신(현 청주시)이자, '충청제'라는 산조 가락을 만들었던 인물로 알려진 게 박팔괘의 전부였다.

1
"저의 증조부는 박팔괘 명인입니다"…박팔괘 증손자인 박종덕 씨 가족 제적등본에 박팔괘(빨간색 부분)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박팔괘 제적등본과 후손에 따르면 박팔괘는 명치 15년, 그러니까 1882년 6월 3일 현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석성리에서 태어났다. 박팔괘는 또 소화 20년, 그러니까 1945년 7월 21일 오전 8시 본적지인 충북 청원군 북일면 외평리 산 67번지(현 청주시 청원구 외평동·다른 지번과 합병)에서 별세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옛 충북 청원군 외평리 인근의 '통새골'에서 별세했다는 게 후손 박 씨의 설명이다.

후손 박 씨는 "당대 최고의 국악 명인이셨던 증조부 박팔괘는 말년에 손자의 친구 집 사랑방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들었다"며 "말년에 너무 가난한 삶을 사셨고, 외롭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팔괘는 '통정대부'라는 직함도 얻었다. 통정대부는 정3품의 상계(上階)다. 통정대부는 당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여했는데, 박팔괘도 당시 고위 관료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팔괘는 조선시대 고종, 명성황후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후손 박씨는 "모친께서 '박팔괘 할아버지는 고종, 명성황후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늘 이야기 했다"며 "고종 등과 촬영한 증조부(박팔괘) 사진, 증조부 인물 사진 등은 여러 번의 이사로 없어져서 아쉬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4=1
"저의 증조부는 박팔괘 명인입니다"…박팔괘 증손자인 박종덕 씨가 베이스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피는 속이지 못했다.

후손인 박씨는 현재 베이스기타 연주자 겸 버스 운전업을 하고 있다. 박종수 막내딸인 박소라 씨는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세계 피아노 연주자 반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국악과 현대음악',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박팔괘 가문'의 세계적인 음악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후손 박 씨는 "청주시 수성초등학교 때, 인근 매봉산으로 소풍을 갔는데, 늘 국악곡인 '새타령'만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던 집이 외진 곳이었고, 가족들은 '새타령' 등 전통음악만 불렀던 기억만 있다"며 "살던 집이 외진 곳이다 보니, 시내에서 불렀던 신곡 음악은 전혀 알 수 없었고, 가족들이 불렀던 전통음악과 학교 '교가'만 '음악'인 줄만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어릴 적, '천엽(川葉)·농사일을 끝내고 먹거리 장만해서 계곡이나 강가로 소풍 가는 것'을 갔었는데, 어머니는 늘 장구로 장단을 맞췄다"며 "청소년 시절 서울 종로 우미관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의 전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그때부터 음악의 지식을 조금씩 넓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5.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1. 당진시, 신규 공무원 임용식 개최
  2. <인사>대전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선 현장에선 76년 만에 독소조항 폐지 기대감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환영기류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일각에선 개정안 국회 통과 때 자칫 지휘체계가 휘청이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대전 지역 공직사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전날 입법 예고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둘..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