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강형욱과 오은영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강형욱과 오은영

이진영 변호사

  • 승인 2023-06-07 08:46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41201000914900036461
이진영 변호사
나는 개도 없고 아이도 없다. 그런데도 강형욱 훈련사와 오은영 박사를 좋아하고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강형욱은 '개는 훌륭하다' 등에 출연해 심하게 짖거나 사람을 무는 등 문제행동을 보이는 개들을 훈련시키고, 오은영은 '금쪽같은 내새끼' 등에 출연해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담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두 프로그램의 유사성은 문제가 있는 개나 애가 등장하고 전문가가 이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해당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반려견의 보호자 또는 아이의 부모가 자신의 개나 아이의 문제점을 고칠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데서 프로그램이 출발한다는 것도 같다.

두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강형욱과 오은영이 제시하는 솔루션 또한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개(또는 애)는 오히려 문제가 없고 반려견 또는 아이의 보호자에게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강형욱이 이렇게 말을 한 적도 있다. 보호자가 자신이 손으로 개에게 먹이를 주면 개가 싫어하고 안 먹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자, 강형욱이 "그건 보호자님이 원하는 거잖아요. 손으로 음식을 주는 것을 싫어하면 바닥에 놓아주면 되잖아요"라고 말한다. 오은영은 아이의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금쪽이에게 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한편 두 사람은 아이(또는 개)가 예민한 성향을 타고 나는 경우가 있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한다. 이러한 성향을 낮춰주기 위해서는 사회화 훈련이 필요하다는 보는 것도 동일하다. 낯선 상황을 불편해하는 아이(또는 개)에게 이에 대한 접촉을 늘려주면서 그 과정에서 보호자가 개입해 아이(또는 개)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그러한 상황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경험을 느끼게 하고자 한다.

이 같이 양쪽의 해결책이 유사한 데에는 개와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나중에 입양된 반려견이 자기보다 먼저 입양된 개의 행동을 모방하고 그 개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마치 한 가정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관계와도 유사하다.

물론 두 프로그램은 다른 점도 많다. 내가 느낀 본질적인 차이는 개와 아이에 대한 교육 내지 훈련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보호자가 아이(또는 개)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과에 있어서 가장 강조되는 지점은 개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통제에 따르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목표가 되는 반면 아이의 경우에는 성장했을 때 보호자로부터 독립해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개는 보호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을 통제하지 못해 개가 사람을 해치면 결국 개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의 경우에는 성년이 되기까지는 부모가 보호자로서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언젠가 아이는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서 살아가야 한다.

이를 법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개의 잘못 같은 것은 없다. 개가 사람을 문다면 이는 개의 보호자인 사람의 책임이다. 법적인 영역에서 책임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법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동물이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아이의 경우에는 그 책임이 제한되고 일부를 부모가 일시적으로 떠안고 있을 뿐, 결국에 아이는 성년이 되고 자신의 몫의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 역시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반려견은 보호자에게 공감하며 아이 역시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두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지지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상기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도 없고 애도 없는 내가 강형욱과 오은영을 좋아하는 것은 성인이나 아이, 그리고 개도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이를 두 사람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좀더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진영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2. 서산 지곡면에 '문화예술 새 거점' 들어선다, 내포-서산 창작예술촌 건립 속도
  3. 천안시, 원성커뮤니티센터 건축설계 최종보고회 개최
  4. 장기수 천안시장, 복지현장서 폭염 대비 안전점검
  5. 천안시, 민선 9기 출범 맞춰 안전·보건경영방침 개정
  1. 與 당권주자, 지역 현안 실종된 순회경선에 비판 고조
  2. 남서울대, 롯데마트 성정점서 탄소중립 조형물 전시회 성료
  3.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색 청렴 캠페인 전개
  4. 천안시, 'K-컬처박람회' 앞두고 선제적 방역소독 총력
  5. 천안문화재단, 하반기 삼거리·서북갤러리 전시 개최

헤드라인 뉴스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연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불볕더위에 대전에서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정동 쪽방 주민들은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역세권 정비를 위한 이곳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이 지난해 9월 2년 반 만에 기본조사가 재개돼 기대감을 모았으나 최근 완공 시점이 2032년으로 변경된 데다 여전히 토지건물주 이견에 벽을 넘지 못해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4·20·21·23일 자, 7월 9·10일 자, 8월 6일 자 1면 보도 등>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연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대전 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 악화'로 터미널 폐업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자체의 조속한 폐업 결정과 교통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단 하나 남아있던 금남고속마저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유성복합터미널로 기점 변경을 신청, 충남도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폐업을 늦추는 것보단, 조속한 이동권 확보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운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남고속은 충남도에 기점 변경을 신청했다. 금남고속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공사로 서남부터미널 진입..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발표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