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있는 곳에 의사가 간다' 민들레의원 왕진 21년 '뚝심'

  • 사회/교육
  • 건강/의료

'환자 있는 곳에 의사가 간다' 민들레의원 왕진 21년 '뚝심'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들레 의원
2002년부터 방문진료 시작해 환자돌봐
의사가 환자 찾아가는 의료복지 롤모델

  • 승인 2023-06-14 17:47
  • 신문게재 2023-06-15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2176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들레의원 박지영 전문의와 서동애 간호사가 척수손상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가방을 메고 청진기를 두른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아파트 복도를 걸어 약속된 환자의 가정집 초인종을 누른다. 현관을 거쳐 환자가 머무는 방까지 걸어가는 동안 환자를 둘러싼 환경이 보였고, 의료진은 아프고 불편한 증상에 대한 환자의 설명뿐 아니라 환경을 보고 처치 범위와 방식을 선택했다.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들레의원 박지영 전문의와 서동애 간호사를 따라 6월 12일 대전의 한 임대아파트를 찾아갔다. 박 원장은 일주일에 두 차례 환자 가정집을 찾아가 방문 진료를 시행하는데, 이날은 척수손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 A(55)씨를 왕진하는 날이었다. 환자가 사전에 동의해 이뤄진 이날 동행취재에서 A씨는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해 인공호흡기 도움으로 자가 요양 중이었다. "가래가 충분히 빠지지 않아 숨쉬기 답답해요" 인공호흡기 너머 낮은 목소리로 불편함을 호소했고 박 원장은 흡입기를 통해 가래를 제거하고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가래를 조금 더 원활하게 배출하는 요령을 시범을 보이며 처치했다. 허리에 큰 욕창이 생겼다는 설명을 듣고 박 원장은 환자를 옆으로 조심히 눕히고 욕창의 크기와 상태를 살폈다. 보호자에게 욕창을 소독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A씨는 어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으나, 어머니 역시 청각장애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했다. 밤에 인공호흡기가 빠져 호흡이 어려울 때 기계에서 알람이 울려도 어머니가 듣지 못해 위급한 상황도 발생했었노라고 의료진에게 설명했다.

박 원장은 즉석에서 119안심콜서비스를 작성해 A씨의 병명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기록하고 비상연락망에 보호자와 의료진 연락처를 적어 소방청에 등록했다. A씨가 위급한 상황으로 119에 도움을 요청할 때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척수손상 환자에 맞는 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 원장은 그러고도 한동안 환자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눠 지난 닷새간 장 활동이 부진해 발생하는 증상에 대해서도 손으로 직접 문진하며 자극을 주어 환자를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박 원장과 서 간호사의 이어진 두 번째 왕진은 뇌출혈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30대 여성 환자이었다. B씨는 함께 머무는 어머니와 함께 의료진을 방에서 맞았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발과 팔에 대해 가까운 친구와 대화하듯 설명했다. 박 원장은 환자의 손을 잡아 완력의 세기를 측정하고 약물 등의 처치보다 운동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향후에 작업치료사가 환자 집을 방문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아줬다.



대전시는 '대전형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을 시작했고, 의사가 몸이 불편한 환자를 찾아가는 방문진료를 확대할 예정이다. 진료 수가와 참여 의사 부족 등으로 방문진료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로 민들레의원은 2002년부터 왕진을 시행해 모델이 되고 있다.

박지영 원장은 "방문진료를 위해 현장에 나오면 진료실에서는 만날 수 없던 환자와 환경을 마주하게 되고 보람도 작지 않다"라며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가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학 교직원 사칭한 납품 주문 사기 발생… 국립한밭대, 유성서에 고발
  2. [문화 톡] 대전 진잠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를 찾아서
  3. 대전 중구, 교육 현장과 소통 강화로 지역 교육 발전 모색
  4. 대전특수교육수련체험관 마을주민 환영 속 5일 개관… 성북동 방성분교 활용
  5. 단풍철 맞아 장태산휴양림 한 달간 교통대책 추진
  1. "함께 땀 흘린 하루, 농촌에 희망을 심다"
  2. 대전도시공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 수상
  3. 대전 대덕구, 자살률 '뚜렷한 개선'
  4. 대전 서구, 간호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으로 전문성 강화
  5. 공장·연구소·데이터센터 화재에 대전 핵심자산 '흔들'… 3년간 피해액 2178억원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강훈식 실장 “불법계엄 고비 넘겼지만, 국가는 여전히 위기”
강훈식 실장 “불법계엄 고비 넘겼지만, 국가는 여전히 위기”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6일 “비서실 전 직원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무너진 나라의 기초부터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개월의 소회를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모두 발언에서 "이재명 정부와 대통령비서실은 탄핵이라는 비극 속에서 치러진 선거로 인수위도 없이 맨바닥에서 출범했다"며 "취임 당시 당장 업무에 필요한 필기도구와 컴퓨터는 물론 직원 1명 없어 인수인계조차 불가능했던 대통령실은 실로 무덤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건 민생경제와..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신도시 건설 이후 수년간 방치됐던 공터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아파트 숲 속 허허벌판으로 남겨졌던 곳에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충남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내포 RH-14블럭인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929번지 일원에 'e편한세상 내포 에듀플라츠'를 건설 중이다. 공사를 총괄하는 시행사는 충남개발공사가, 시공사는 DL이앤씨가 맡았다. 총 세대수 727세대인 해당 아파트의 대지면적은 3만 8777.5㎡로 지하 2층~지상25층 규모, 10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대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