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여름빛 햇살 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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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여름빛 햇살 한입

황미란 편집부장

  • 승인 2023-07-05 14:09
  • 신문게재 2023-07-06 18면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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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작은 쉼표. 시골집 마당 한 켠 올망졸망 열린 방울토마토 한 알 입안에 넣어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 그대로의 맛에 옛 추억 새록새록. 주전부리 변변찮던 코흘리개 시절, 혼자 먹을 심산으로 이파리 아래 교묘(?)히 숨겨뒀던 토마토와 참외 몇알. 풋내나던 어린놈들은 땡볕아래 한나절이면 볼그스레, 노르스름 제법 먹을만하게 익어있곤 했다. 학교 다녀온 후 맛보는 달콤한 선물.

할아버지 마실방 쫓아다니는 맏손녀 특권인양 입에 달고 살았던 20원짜리 라면땅, 먹다 남은 막걸리로 반죽한 밀가루에 호박잎 깔고 강낭콩 흩뿌려 만든 할머니표 술빵, 어쩌다 특식으로 끓여내던 어머니의 라면국수 한 솥, 국수 가락 사이로 구불거리는 면발 하나 건져 올리면 어찌나 행복했던지…. 젓가락 싸움 서슴지 않던 그 시절 얘기에 웃음 한가득. 가족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이야기 메뉴다.

추석이나 설 대목 며칠 앞두고 있었던 연례행사 '동네 돼지 잡던 날'. 마당 넓은 우리집은 그 거사의 중심이었다. 타닥타닥 소나무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 거세질 즈음 동네사람들이 모여들고, 제 주인 회초리 피해 멋모르고 도망오던 암퇘지 등장하면 일의 절반은 성공. 꽥꽥~ 외마디 소리 몇 번 내지른 놈은 삽시간에 부위별로 나뉘어 이집 저집 소쿠리에 담겨졌고, 손님맞이 음식재료가 돼 있었다. 간, 허파 등 부산물 안주삼은 술판이 끝나갈 무렵, 아버지는 한풀 꺾인 장작불에 살코기 넉넉히 붙은 갈빗대 몇 개 얹으셨다. 새벽부터 거사의 일원이 돼 잠 설쳤을 동네 꼬맹이들 몫. 코끝 파고드는 숯불갈비 냄새에 머리카락 그슬리는 것쯤 뭐 그리 대수였으랴. 아궁이 앞 추억은 그렇게 익어갔다.

자연이 주는 먹거리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지는 때다. 방사능 공포로 인한 소금대란에 이어 이번엔 아스파탐이 논란이다. '달콤함은 200배, 살찔 걱정은 제로'라며 설탕의 자리를 당당하게 꿰찼던 인공감미료. 1965년 궤양 치료제 개발과정서 우연히 발견된 후 현재 미국을 비롯한 200여개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설탕과 달리 열량 걱정 없고 사카린처럼 뒷맛도 쓰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어트 음료, 막걸리, 절임류 등의 식음료부터 어린이용 물약 같은 의약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제로 칼로리' 열풍 속 식품업계는 아스파탐을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단맛'이라며 앞다퉈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칼로리 혁명'의 대명사였던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란 이름을 얻게된 것.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오는 14일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 서다. 연구소측이 프랑스 대학과 공동연구한 결과 아스파탐이 암 위험을 15%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발암물질의 등급은 기준에 따라 1군, 2A군, 2B군, 3군, 4군 다섯가지로 구분되는데, 2B군은 발암가능 물질이지만 인체 관련 연구와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전자파, 김치, 피클 등이 있다. 커피도 1990년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B군으로 분류됐다가 25년만인 2016년 발암물질 꼬리표를 뗐다. 참고로 술, 담배, 햄과 같은 가공육은 1급에 속한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스파탐의 진실(?).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려면 다이어트 콜라를 매일 55캔 이상,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한다고 하니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닌가 싶다가도 '그래도 발암가능물질이라는데…' 제로 콜라를 예전과 같이 선뜻 집어들 수는 없을 것 같다.

시골집 마당 한 켠 오래된 복숭아 나무, 울퉁불퉁 못난이 복숭아 하나 따서 한입 크게 베어 문다. 여름빛 햇살 한가득 품어서 일까? 예닐곱 그때처럼 여전히 달고 맛있다.


황미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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