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자본주의 국가의 어떤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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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자본주의 국가의 어떤 민낯

노년 빈곤과 독거노인 정리 수납

  • 승인 2023-08-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 전 독거노인의 자택으로 정리 수납 자원봉사 지원을 나갔다. '정리 수납'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 싶어 부언한다.

이는 집안의 의류나 살림살이 또는 사무실, 공장 또는 업무공간의 물품이나 비품 등 생활의 다양한 것들을 테마별로, 종류별로 정리해서 정돈하거나 수납하는 형태를 말한다.

정리 정돈을 하는 이유는 물품이 필요할 때 찾거나 사용 중에 편리함에 도움이 되고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정리 정돈을 잘하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정리 정돈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윽고 도착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방 안은 한 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온갖 악취는 기본이었고 이름 모를 벌레들까지 우글우글했다. 그 지독한 분위기에서 동행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새삼 노년 빈곤의 비애(悲哀)를 곱씹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적 뇌관이 되고 있다. 1인 가구 빈곤율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2.1%로 가장 높았으며, 중년(38.7%), 청년(20.2%), 장년(19.5%) 순이었다고 한다.

특히 여성은 55.7%, 남성은 34.5%로 성별에 따른 빈곤율 격차 역시 컸다.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꿈꾼다. 하지만 이는 신의 영역이라고 본다. 천하를 제패했던 진시황조차 나이 오십을 못 채우고 죽었다. 그것도 객사(客死)로.

따라서 무기력한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우 관건은 경제력이다. 통용되는 상식이겠지만 빈곤한 노인에겐, 더욱이 혼자 사는 경우라면 대부분 자식이 외면한다.

노쇠하고 가난한 아버지(어머니)를 찾아봤자 '국물'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력이 철철 넘치는 경우라면 주말마다 손자들까지 데리고 찾아오느라 문턱이 닳는다. 자본주의 국가의 부끄러운 어떤 민낯이다.

직업상 평소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십인십색(十人十色)답게 그들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도 다양하다. 그런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듯 겸손한 사람은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대단히 불편할 걸 인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매사를 재물로 재단하는 경향을 보임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사람과 밥을 먹었는데 불쾌해서 혼났다.

자신이 지닌 재산이 수십억인데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바람에 많이 불편했다. 잠시 샛길로 빠졌던 길을 벗어나 본류로 돌아온다. 작금 당면한 1인 가구의 빈곤율은 급증하고 있는 노년 자살률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우리는 쉬이 어르신께 "부디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덕담을 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몸이 부실하고 돈도 없는, 병약한 독거노인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악담 아닌 악담의 장르가 되는 셈이 아닐까 싶다.

최근 모 지인이 부동산 투자로 거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지인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었던 지난 시절에 나는 과연 어찌 허송세월했던 것일까….

하기는 그러니까 어쩌면 하늘의 섭리인 천라지망(天羅地網)에 의거하여 오늘날, 이 모양으로 쪼들리며 사는 것이리라. 여하튼 내일은 손자의 생일이다. 오늘도 공공근로를 마치고 귀가한 이 할아버지는 여전히 주머니가 새털처럼 가벼웠다.

손자에게 약간의 용돈을 보냈다. 얼마 전 방문하여 독거노인의 자택에서 정리 수납 자원봉사를 했던 씁쓸한 기억이 때 아닌 겨울바람으로 다가와 뺨을 세차게 때렸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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