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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은 보람초등학교 교장 |
얼마 전, 본교 운동장에서는 3일간의 활기찬 운동회가 열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경쾌한 음악으로 학교는 오랜만에 생동감으로 넘쳐났다. "아이가 웃을 때 비로소 세상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말처럼, 학교라는 공간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응원 소리, 먼지를 털어내며 다시 일어서는 무릎의 훈장,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함께 박수치던 교사들의 환한 미소가 봄볕 아래 반짝였다. 그러나 그 즐거움의 이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몇 인근 주민들로부터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 전화가 학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누군가에게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일상을 방해하는 불편함으로 다가온 것이다.
민원에 대한 우려가 깊어질수록 학교는 위축되기 쉽다. 지역사회를 교육의 주체라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와 마을이 긴밀히 발을 맞추는 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위해 헌신해주시는 지역사회의 많은 분이 계시기에 학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아이들의 성장을 온 마을이 함께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자 공동체의 따뜻한 온기일 것이다.
#아이들의 삶을 온전히 품어내는 학교
오늘날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적인 역할보다 '무한 책임의 장'으로서 요구받는 역할이 더 커졌다. 최근 운동장에서 축구나 피구를 금지시키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축구를 하다 다치는 일상적인 사고조차 학교와 교사의 관리 소홀이라는 책임론으로 귀결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현장체험학습 역시 마찬가지다.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을 준비하던 교사들은 '민원 및 사고 시 처벌'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사들의 열정은 멈추지 않으나, 이런 구조 속에서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의 소중한 경험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에 교육부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하여 교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협력하여 법령정비 등 촘촘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빠른 시일에 안착되길 기대한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마주할 때, 학교는 성장을 돕는 '지도'의 공간이 아니라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증명'의 장이 된다. 그간 교사가 쏟아온 상담 기록과 세심한 생활지도의 노력은 무색해지곤 한다. 교사가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회복을 돕기 위해 기울이는 그 진심 어린 과정과 노력을 조금 더 귀하게 여겨주길 바란다.
학교도 자녀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 그 소중한 가치들을 잘 알고 있으며 존중한다. 감사하게도 학교를 신뢰하며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이 보여주신 믿음이 우리 사회 곳곳에 기분 좋은 울림으로 전파되길 기대한다. 학교 담장 너머 들려오는 소리들이 마을의 생명력이 되어 주민들의 일상을 따스하게 데우는 선순환을 꿈꿔본다.
신뢰로 지속 가능한 아이들의 미래 세우기
우리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학교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마음이 두터울수록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성장한다.
지역사회와 학부모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학교 담장 너머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함성을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주시길 바란다. 운동장에서 들려온 음악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세상을 깨우는 박동이다. 학교를 신뢰해 주시는 그 크기만큼,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성은 보람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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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