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치에 가격 대신 양 줄이는 제품기업들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소비자 눈치에 가격 대신 양 줄이는 제품기업들

정부 물가 잡기 나서자 기업들 제품 용량 줄이기
식당도 가격 대신 양 조정이나 기타 서비스 줄여

  • 승인 2023-11-12 17:27
  • 수정 2024-02-06 09:18
  • 신문게재 2023-11-13 5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PYH2023110711020001300_P4
연합뉴스DB
고물가 시대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 줄이기를 선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물가를 통제해 고물가 잡기에 나서자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선택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사과 한 개가 5000원에 이르고, 옷·신발 값이 1992년 5월 이후 31년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8,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달아 3%대를 기록한 후 10월에는 3.8%로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각 부처 차관에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부여하고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범부처 특별 물가 안정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 등의 가격을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업들은 '가격 인상분'만큼 제품의 '중량' 줄이기에 나섰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20일 국내 식품회사 16곳을 불러 물가안정 협조를 당부한 이후 동원F&B의 '양반김' '동원참치라이트스탠다드' 등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만 낮췄다. 해태제과가 지난 7월 '고향만두'와 '고향 김치만두' 용량을 줄였고, OB맥주도 4월부터 '카스 맥주' 묶음팩 제품용량만 캔당 기존 375㎖에서 370㎖로 5㎖씩 줄였다.

풀무원도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인 바 있다. 롯데웰푸드(카스타드·꼬깔콘), 농심(오징어집·양파링)도 마찬가지다.

주부 이 모씨(41·대전 서구 둔산동)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서 비교적 가격이 낮은 제품을 발견해 기본이 좋았는데 중량이 다른 것을 알고 실망했다"면서 "용량을 줄일 대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으니까 장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속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식당도 가격 상승으로 손님이 줄 수 있어 양을 줄이거나, 밑반찬 가짓수는 물론 각종 서비스도 축소하고 있다.

당장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 것을 우려해 원재료량을 줄이거나 종류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가 뛴 반찬을 아예 구성에서 빼버리거나 손님에게 리필해 주지 않고 있다. 일부 식당에선 국내산 대신 중국산 김치로 갈아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성 봉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당장 채소 값 인상부터 안 오르는 게 없다. 메뉴 가격을 상향해 판매해야 하지만, 손님 불만이 클까봐 조심스럽다"면서도 "차선책으로 반찬을 바꾼다거나, 줄이는 등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