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 먹기 전엔 복약지시서, 화학물질 취급 전엔 물질안전보건자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약 먹기 전엔 복약지시서, 화학물질 취급 전엔 물질안전보건자료

한규남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 차장

  • 승인 2023-11-23 14:34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한규남 산업보건센터 차장
한규남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 차장
사업장을 다녀보면 흔히 듣는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다 알죠. 다 아는데 직원들이 귀찮아서 안 해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인데 방독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곳에서 관리자들이 하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간혹 납땜 작업을 하는 20대 근로자들이 정밀한 땜질을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작업대엔 배기장치가 설치되어 있지만 납땜 위치에서 충분히 가깝지 않아 흄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맨눈으로 보이기도 한다. "납이 정자 형성을 억제해서 나중에 자녀 가지실 때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많은 얘기도 필요 없이 이 한 문장만 건네면 흠칫 놀라며 배기장치를 당기고 방진마스크를 다시 잘 착용한다.



우리가 약국에서 약을 살 땐 약사가 주의 사항들을 설명해 주고, 약을 먹기 전에는 스스로 복약지시서를 읽으면서 식전인지 식후인지, 하루에 몇 번, 한 번에 몇 알을 먹어야 하는지, 알레르기 등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화학물질도 마찬가지이다.

화학물질을 다룰 때 복약지시서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이다. MSDS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응급조치요령, 독성에 관한 정보, 법적 규제현황 등 총 16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학물질 제조·수입사는 제약회사의 역할처럼 해당 물질의 정확한 정보를 MSDS로 작성해서 제공해야 하고, 사업장의 관리감독자는 약사의 역할처럼 MSDS를 바탕으로 작업자들에게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적절한 보호구 등에 대해 교육·지도해야 하며, 필요시 근로자가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취급 장소 등에 비치·게시해야 한다.

2021년 1월 OO시 소재 디스플레이 제조 사업장에서 탱크 및 배관 교체 작업 중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 2.38%가 함유된 물질 300~400L가 누출되어,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물질에 의한 사망사고는 그전에도 있었다. 2011년 12월 경기 OO시 소재 파렛트 임대 사업장에서 세척제(TMAH 8.75% 함유) 샘플테스트 중 세척제가 몸에 쏟아졌으나, 그대로 젖은 상태로 활동하다 약 17분 후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이듬해인 2012년 4월 충북 OO군 소재 탱크로리 운반업체에서도 탱크로리 공급라인에 잔류하고 있는 TMAH(24.8%)가 얼굴, 목 등에 분사되었고, 즉시 세척을 했음에도 20분 만에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화학물질을 마시거나, 흡입한 것이 아니다. 비교적 작은 농도의 화학물질이 몸에 묻었을 뿐인데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재해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그렇게 작업을 했을까? TMAH의 MSDS를 보면 피부에 노출되었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나타내는 '급성독성(경피): 구분1'로 구분하고 있고, 그에 따라 '피부와 접촉하면 치명적임'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재해자들이 미리 MSDS를 확인했더라면, 관리자가 해당 내용을 미리 교육했다면, 제조사·판매사가 해당 내용을 확실하게 주지시켰다면…. MSDS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고, 이를 통해 또다시 이런 이유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를 기도해 본다.

한규남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2.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3.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4.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5.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