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 13-인간의 한계? UTMB에 물어봐

  • 문화
  • 여행/축제

[투르 뒤 몽블랑을 가다] 13-인간의 한계? UTMB에 물어봐

전세계 트레일 러너 로망 UTMB의 인기
혹독한 예선전 거쳐도 추첨 통해 UTMB 출전
알프스 산맥을 지나는 유일한 통로 마르티니

  • 승인 2023-12-05 15:30
  • 신문게재 2023-12-06 9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마르티니
보빈목장 인근에서 내려다본 도시 마르티니 전경. 마르티니 뒤쪽으로 그랑 무브랑(3051m)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11월 초 택배로 주문한 프랑스 S 브랜드의 트레일 베스트가 도착했다. 착용하고 보문산에 오르니 경험상 가장 편한 장비다. TMB에서 본 산악마라토너들의 장비와 똑같아 만족도가 상승했다.

중도일보에 TMB 연재를 하면서 국내외 여러 정보를 검색하다가 UTMB의 명성을 알게 됐다. 샤모니몽블랑과 쿠르마예르의 등산용품 매장이 산악마라톤 용품을 왜 이리 많이 파는지, 의문이 풀렸다. 알았다면 현지에서 값싸게 몇 점 구매했을 것이다. 트레일 베스트는 산악마라톤용이 아니더라도 당일치기 등산에는 유용한 장비다.

UTMB(Ultra-Trail du Mont Blanc)는 170㎞ 몽블랑 둘레길을 마라톤으로 종주하는 대회이자 전세계 트레일 러너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참가 자격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몽블랑 둘레길을 걷는 동안 트레일 마라토너들과 자주 접촉했다. 한 달 뒤 8월말에 열리는 UTMB에 출전하려는 마니아들이다.

어느덧 스위스 호반 소도시 샹페(Champex)에 도착할 때쯤 되자 일행은 트레일 러너의 추월 신호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길을 터줬다.



샹페에 도착해 도로변 산장에 6인실 방 2개를 잡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는데 스산한 비가 내렸다. 한여름인데도 기온이 영하수준으로 급강하했다. 호수에 다양한 물놀이시설이 있었지만 날씨 때문인지 운영을 하지 않았다. 감기로 고생을 하는 일행이 많아 저녁을 먹자마자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 일부는 발코니에서 바깥 경치를 감상하거나 빨래가 빨리 마르는 실내공간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보빈
해발 1987m에 위치한 보빈(Alpage de Bovine)목장에서 트레커들이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목장과 식당을 겸하는 이곳은 트레커들에게 맛난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TMB를 하면서 모든 산장의 공통점은 물과 전기를 지독할 정도로 애지중지한다는 점이다. 샹페의 산장도 공용 화장실 곳곳에 '물을 아껴 써 달라', '나갈 때 전기 스위치를 꺼달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오죽하면 'Please, Please!'를 반복할 정도였다. 샤워기에 타이머를 달아놓은 산장도 있었다. 수도와 전기요금이 비싼 탓도 있지만 돈 많은 선진국이어도 절약정신이 몸에 밴듯하다. 태양이 뜨겁기로 유명한 스페인 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 제품이 잘 보이지 않아 냉장고 문을 열고 살펴보자 주인이 불같이 화를 낸 걸 되새겨보면 우리는 에너지와 수자원 소비에 너그러운 면이 없지 않다.

utmb2
매년 8월 말 열리는 UTMB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산악마라토너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형규 여행작가)
이튿날 샹페 산장에서 곧바로 트레킹이 시작됐다. 14㎞를 걸어 포르클라즈 고개(Col de La Forclaz)까지 간 다음 거기서 차를 타고 다음 숙소인 스위스 마르티니(Martigny)로 이동할 예정이다. 마르티니는 유서 깊은 관광문화역사 도시다. 시간을 내서 곳곳을 누벼야 하지만 저녁에 도착해 이튿날 아침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 아쉽다.

오전 8시 샹페 산장에서 출발해 편도 1차선 도로(Route des Valettes)를 따라 북서쪽으로 1㎞ 걷다가 TMB 표지판이 보이는 좌측 샛길 샹페 당 오(Champex d'en haut) 방면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

샹페 당 오는 우리나라식으로 말하자면 '윗말' 샹페다. 조금 더 가면 샹페 당 바(Champex d'en bas) 마을이 나타난다. '아랫말' 샹페다. 실제로 윗말 샹페는 해발 1500m로 아랫말 샹페보다 100m 높다. 플랑 드 로(Plan de l'Au)산장을 지나 스위스 구간의 명소인 보빈목장(Alpage de Bovine)을 지나면 이날 최고점인 해발 2058m를 찍고 포르클라즈 고개까지 하산하면 된다. 해발 1560m에 자리잡은 포르클라즈 고개는 충남 금산과 전북 완주의 경계인 대둔산 배티재 분위기가 난다. 2차선 차도의 고갯길은 주차시설과 식당, 관광상품점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울트라 경기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 아마추어 자전거 대회 가운데 한때 280랠리와 300랠리를 비롯해 100㎞ 이상급 장거리 대회가 성행했었다. 280랠리는 어렵사리 대회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데 300랠리를 비롯한 대부분 랠리가 없어졌다. 유치 지역의 여러 지자체, 지주와 협조, 사고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80랠리를 예로 들자면 산속에 280㎞의 순환코스를 만들어 우기 시즌인 6월 말 주말 새벽 4시에 출발해 이튿날 오후 4시까지 36시간 안에 목적지에 골인하면 완주증을 받는 방식이다. 중간중간 통과지점을 정해 확인도장을 받아야 한다. 골인지점에서의 환호와 감격은 감동 그 자체다.

UTMB는 2003년 샤모니 몽블랑에서 처음 시작됐다. 몽블랑 둘레길 170㎞를 누가 빨리 달려 골인하느냐는 이벤트인데 첫해에는 참가자 700명으로 시작했다가 다음해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참가자를 제한하기 위해 각 대륙별로 예선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예선전을 치르더라도 모두 참가 자격을 주는 게 아니라 추첨방식을 채택했다. 거리에 따라, 대회 참가를 많이 해 완주할수록 추첨권을 많이 부여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트랜스 제주 대회가 UTMB 추첨권이 걸린 대회다.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2023년 열린 대회 기록을 보면 172㎞구간에서 남자부 1위가 19시간 37분 43초, 여자부는 23시간 29분 14초를 기록했다. 사람이 아니다./김형규 여행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농촌 미래세대 캠프, 농업의 가치 재발견 기회
  2. 대전도시과학고, 대전 첫 학교 협동조합 설립 노크
  3. 유성고 50주년, 미래로 도약하는 축제의 장 연다
  4. 이은학 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참여
  5. '한우법 통과'로 새 시대...한우협회 환영 성명
  1. 배드민턴화, 기능과 착용감서 제품별 차이 뚜렷
  2. 약국 찾아가 고성과 욕설 난동 '여전'…"가중처벌 약사폭력방지법 시행 덜 알려져"
  3. [인터뷰] 송호석 금강환경청장 "대청호 지속가능 관리방안 찾고, 지역협력으로 수해 예방"
  4. 설동호 대전교육감 새 특수학교 신설 추진할까 "적극 검토"
  5. 충남대 동문 교수들 "이진숙 실천형 리더십… 교육개혁 적임자"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