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려(草廬)선생은 가고 없는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초려(草廬)선생은 가고 없는데

이종수 전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4-01-31 13:46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이종수
이종수 전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가 2023년에 발표한 조사결과가 주목을 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집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혼자 낮잠을 자는 시간이 제일 좋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보람을 느끼며 나는 집에서 식구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더 즐겁다, 가족과 이웃과의 대화로 소속감을 느낀다'라는 질문엔 '그렇지않다'고 응답해 조사대상인 38개국 중 한국이 가장 위험하고 특별하다는 보고였다.

이는 가정과 사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는 생활추세를 말해준다. 그리고 결국은 게임, 마약 중독, 우울증, 자살로 이어지는 사회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문제다.



필자는 여기에서 조선 중기 대표적인 경세사상가 초려 이유태(李惟泰) 선생의 개혁론을 생각하며 이를 새로운 의식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초려 선생은 정암 조광조, 율곡 이이를 이어 정치, 사회개혁을 주창하며 순근아칙 화이불류(醇謹雅飭 和而不流)의 생활을 몸소 실천한 대유학자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소홀히 하고, 경전을 입으로만 말하며 세상사를 아는 체하는 교육의 폐단을 지적하고 수신(修身), 정심(正心)공부에는 마음이 없고,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감언이설로 현혹하는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상행하교(上行下敎)의 교훈을 벗어난 관료의 무실(無實)을 크게 질타하고 안타까워했다.

모든 동물은 이기적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존재로 시간의 개념을 알면서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와 너의 관계를 정립하고 나를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사회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은 부분에 집착해 고집하지 말고 전체를 보려는 큰 안목을 가지고, 목전의 이익에만 정신을 팔지 말며,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할 줄 알아야 비로소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에게는 정체성이 중요하다. 자기 정체성이 그렇고 국가의 정체성이 그렇다. 위기에 빠져드는 현실에서 의식의 대전환을 위한 방법을 초려 선생의 글에서 찾아본다.

먼저,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누구고, 내가 해야 할 도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바른 목표를 세우고(立志), 사물의 이치를 생각하며 경험을 쌓아 스스로를 깨우치자(窮理). 자신을 이겨가며(克己) 자신을 다지고(養氣) 매사에 성실히 임하는 습관을 기르자. 나를 알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근본이 없는 사람, 개념이 없는 사람, 미래가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상행하효(上行下效)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자는 '말로 가르치면 대들고 몸으로 가르치면 따른다'고 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국가에서도 실천해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남 탓으로 떠넘기는 잘못을 위에서부터 버려서 따르게 하자. 또한, 올바른 관계를 맺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와 국가와 나와의 관계를 바르게 해야 한다. 나만을 중심에 둔 이기심은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고 결국 나도 파멸할 수 있다.

어린 왕자는 말했다.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신라의 화랑도 같이 배워야 한다. 그러면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가정의 파괴와 관계의 단절로 인한 사회악이 사라지고 개인의 고립을 벗어나 더불어 함께하는 유능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다는 판단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1.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2.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3.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