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문화유산환수기념박물관'이 필요한 이유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문화유산환수기념박물관'이 필요한 이유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4-01-30 17:31
  • 신문게재 2024-01-3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유물을 환수하면 전시는 제대로 할 수 있나요, 그냥 수장고에 들어가서 공개도 잘 안 하는데 굳이 환수할 필요가 있나요?" 유물 소장자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묻고 있지만 따지는 뜻도 있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수많은 유물이 국외로 반출당했다. 약탈, 도굴, 도난 등 불법적 수단 외에도 교류에 의한 선물, 기념품으로 구입 등 여러 방식으로 반출된 유물이 2023년 기준 27개국에 약 23만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현재 기준으로 해마다 7~8천여 점이 증가하고 있으니 고정된 결과는 아니다. 반면 1945년 광복이후 환수한 유물은 12개국에서 약 1만 1천여 점이다. 이 중에 국보로 지정된 것은 2005년 일본에서 환수되어 이듬해 북으로 간 '북관대첩비'를 포함하여 단 6건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환수한 유물이 국보로 지정된 사례도 있다. '경천사지십층석탑', '지광국사탑'이 일본에 약탈당했다가 돌아왔고, 영국인 개스비에게 간송 전형필이 구입한 '오리모양 연적' 등 고려청자 4점, 소전 손재형이 일본인 후지츠카에게 돌려받은 '세한도' 등이 국보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국립박물관으로 간 이들 유물이 제작 내력이나 예술적 가치, 특징 등은 설명하고 있지만 반출 경위나 환수 과정 등에 대한 소개는 빈약하다. 일제의 악랄한 약탈을 상징하는 '경천사십층석탑'은 운송하기 편하게 갈기갈기 조각내어 1912년 일본으로 갔다가 대한매일신보를 운영하던 영국인 베델과 미국인 헐버트가 약탈의 민낯을 전 세계에 고발함으로 결국 1918년 조선총독부가 의해 돌아왔다는 긴박했던 6년의 역사적 사실은 충분히 소개되지 않고 있다. 국가문화유산포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이 탑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무단으로 반출되었던 것을 되돌려 받아 1960년에 경복궁으로 옮겨 세워 놓았다가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라는 간락하게 소개되어 있다. 박물관의 영문 안내문에는 이런 내용조차 기술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광국사탑 :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오사카로 몰래 빼돌려졌다가 반환', '한송사지석조보살상: 1912년 일본으로 옮겨졌다가, 1965년 조인된 '한일협정'에 따라 되돌려 받았다'고 설명한다. 1969년 재일 동포 김대현 선생이 구입하여 고국에 기증한 '상지은니묘법연화경'은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최근에 되찾아온 것으로서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내용만 소개함으로 누가 어떤 노력을 거쳐 환수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유산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 환수기념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 피해국이다. 또한 환수에 있어 모범국가이다. 특히 민관협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전 세계 피탈국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에 한국의 환수 노력이 사례로서 종종 소개된다. 그런데도 반출과 환수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는 일에는 인색하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유산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지 않고, 강제노동의 기간을 삭제함으로 유산의 진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2021년 발의되어 국회에 심사 중인 <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 및 환수·활용에 관한 법률안> 제17조에는 "국외소재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환수 성과 등을 전시하고 홍보·교육하기 위하여 전시관이나 홍보관, 역사관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법률안은 심의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수년간 재외동포와 외국인 소장가 여럿을 만났다. 대부분 선대로부터 수집한 유산의 행방을 결정해야 할 나이에 이른 분들이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시절 애지중지 수집하고 오늘날까지 보관했던 정성이 느껴진다. 이제는 고국으로 돌려주거나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 쓰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기증하곤 한다, 이제는 이분들의 소망을 담는 '특별한 박물관 하나'가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5장-별봉, 세상의 중심을 꿈꾸다
  2.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3. 안전공업 참사 73일 만에 또… 충청권 산업현장 안전 경고음
  4.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5. [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1.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 배우자, 검찰 고발
  2.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이수진요가로부터 후원금 전달 받아
  3. 박수현 "집권여당 핫라인 통해 현안 해결" vs 김태흠 "도민, 민주당 독주 허락하지 않을 것"
  4. 중국대학생 대상 한국어말하기대회 성황리에 개최
  5. [중도일보-세종선관위 공동기획 '지방선거 포커스⑧'] 개표소 설비상황 점검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