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원조 K방산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원조 K방산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

  • 승인 2024-02-01 10:32
  • 수정 2025-08-21 14:20
  • 신문게재 2024-02-01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GettyImages-a12198991
우리 민족은 수백 년 전부터 신무기를 개발해 조국을 지켜냈다. 사진은 조선시대 다연장 로켓 신기전 출처:게티이미지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일본 열도를 이어주고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가진 대한민국은 대륙과 해양으로부터 수많은 외침을 받아왔다. 고대의 크고 작은 전쟁부터 삼국시대, 고려,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기까지 무려 900회가 넘는 외침을 받았지만, 위기에 강한 한민족은 삶의 터전인 한반도를 끝까지 지켜냈다. 광활한 대륙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를 지켜낸 비결에는 위기에 강했던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함이 있었지만, 한반도 특유의 지형과 자원을 활용한 뛰어난 전술과 슬기로 빚어낸 무기(武器)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효자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K 방산의 저력에는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무기제조 기술이 있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대하 드라마 '고려 거란전쟁'에는 수십만의 거란 대군에 맞서 싸우는 고려 병사들의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993년(성종 12년)부터 1019년(현종 10년)에 이르기까지 26년 동안 이어진 여요 전쟁에서 고려는 압도적인 병력을 가진 거란군에 대응하고자 치밀한 전술과 무기로 맞서 싸웠다.



2차 여요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통주 전투에서 고려군은 막강한 거란 기병에 대응하고자 '검차'를 전면에 배치했다. 방패 형태의 마차에 검을 꽂은 형상으로 조선 정조 때 발간됐던 군사 연구서 풍천유향[風泉遺響]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는 통주전투를 지휘했던 고려 장군 강조가 "검차를 진에 배치하여 거란병이 들어오면 검차로 이를 동시에 공격하게 하니 꺾여 쓰러지지 않음이 없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발해를 멸망시키고 강대국 송나라의 보병들도 두려워했던 거란의 기병들을 단숨에 제압했던 검차는 이후 이어진 전투에서도 고려 군사들의 든든한 방어 무기로 활약했다.

한반도를 지켜낸 대표적인 무기는 역시 '활'이다. 중국 역사서에는 한반도에 활을 중요시하는 민족이라는 뜻으로 '동이족'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의 양궁, 몽골의 활도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지만, 우리나라의 각궁(角弓)은 물소의 뿔, 대나무 등 다양한 재료와 기술을 조합해 최강의 위력을 발휘했다. 각궁 외에도 활의 크기와 재질에 따라 다양한 활이 있었다. 뽕나무와 광대싸리로 만든 목궁, 박달나무로 만든 단궁, 대나무로 만든 죽궁, 철재로 만든 철태궁이 있었다.

조선 시대 무관을 선발했던 무과시험에서는 서서 활을 쏘는 보사(步射)와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기사(騎射)를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화살로 표적을 정확히 맞히는 고난도의 기술인데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도 바로 이 과목에서 낙마하며 무과시험에 낙방했다. 말을 탄 기병(騎兵)은 기동력 확보를 위해 각궁보다 작은 편전(片箭)을 다뤘다. 각궁보다 작아 '애깃살'이라고 불렸는데 '통아'라는 발사대를 달아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였다. 문헌에는 500m를 날아가고도 목표물에 적중할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났는데 오늘날의 현대식 소총에 버금가는 위력이다.

고려말에 한반도에 전해진 화약은 고려 우왕 때 최무선(崔茂宣)이 화약 제조법을 습득하고 이를 화포 제작기술로 승화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최무선은 화통도감(火筒都監)이라는 관을 설치해 화약제조 기술과 화포기술을 발전시켰다. 조선이 개국한 이후에도 화포는 장인들에 의해 꾸준히 연구됐다. 세종은 왕자 시절부터 화약 무기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보위에 오르자 군기감의 대장간을 궁궐 옆에 짓게 할 정도로 화약 무기에 열정을 보였다. 세종 재임 기간 개발된 화약 무기만 총포류 10개, 폭탄류 8종, 로켓 화기 5종 등 23종에 달한다.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으로 기록된 한산도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은 조선의 화약 무기에 있어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조상들의 무기에 관한 연구와 노력은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괴물 미사일 '현무' 다연장로켓 '천무' 지상전의 왕자 'K2 흑표' 명품 자주포 'K9 자주포'로 전해지는 무기 개발 기술은 작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선열들의 호국정신 계승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금상진 뉴스디지털부 부장
2020030201000132900002801
금상진 뉴스디지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박헌오의 시조 풍경-11] 다시 꺼내보는 4월의 序詩-불꽃은 언제나 젊게 타오른다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3일 금요일
  4.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5.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1. 대전을지대병원, 환자와 보호자 위로하는 음악회 개최
  2.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3.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4.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