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의대 증원과 무학과 정책의 문제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의대 증원과 무학과 정책의 문제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4-02-18 17:06
  • 신문게재 2024-02-1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리형권
이형권 교수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소위 '인(in)서울' 현상으로 인해 정원이 미달하는 대학은 주로 지방 대학에 몰려 있다. 지방 대학 가운데서도 국립 대학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사립 대학은 폐교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대학이 별다른 대처 방안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가 대학 정원 문제이다. 우선 의대 정원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선언을 했지만, 의사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OECD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므로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노령화 사회로 인한 의료 인력의 부족, 의대 내에서 특정 전공에의 쏠림 현상, 지역 의료 서비스의 붕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의대 증원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고,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사례를 들기도 한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증원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오늘날 의료 현장의 문제들은 의사 수의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의사 규모로도 전공별, 지역별로 적절히 배치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특히 특정 전공에의 쏠림 현상은 전공별 의료 수가가 현실적이지 못하고, 의료 분쟁과 관련된 법적인 책임 문제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의사 단체들은 당장 내년부터 2,000명 규모의 대폭적인 증원을 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정부와 의사 단체들의 주장은 각기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너무 과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3,000여 명에 불과한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 늘린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정책은 얼마나 연착륙하여 현실에 착근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면 성공하기 어렵다. 갑자기 두 배 가까운 인원을 교육하는 데서 오는 교육의 부실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걱정이다.



최근에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정책 가운데 또 하나의 핵심이 무학과 제도이다. 그 요지는 각 대학 정원의 20%에 해당하는 정원을 무학과로 선발하여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공과 진로의 부조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무학과 제도 시행의 핵심 근거로 들고 있다. 물론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교육 당국의 주장과 달리 대학 내부, 특히 기초학문 분야에서는 그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학의 본질이 취업의 도구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부 인기학과로의 쏠림으로 인한 전공 생태계의 붕괴, 인문·자연계열을 중심으로 한 기초학문의 고사, 대학 간 서열화와 지방 대학 위기의 가속화, 과거 시행했던 학부제의 실패 사례 등을 들고 있다.

무학과 제도 역시 의대 증원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당장 내년에 20%를 무학과로 선발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너무 과격하다. 권장이라고 하지만 강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일부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20%를 강요하는 것은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에 과격한 정책 수단이 항상 실패했던 사례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2.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