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평등과 다양성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평등과 다양성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3-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자연에 다양성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인간 세계, 문화도 대동소이하다.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세계문화전쟁>을 읽다 떠오른 화두다.

지구에 1,0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 그 일부인 180만여 생물종이 발견되었다. 모르는 생명체가 더 많이 지구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수많은 종이 생태계 안정적 보전의 바탕이다. 생물다양성은 생물, 유전자, 생태계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다양성은 생태계 건강지표가 된다. 종이 다양할수록 먹이 사슬이 복잡해져 안정성이 증가하고 멸종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양성이 적어지면 균형이 무너져 상상할 수 없는 이상이 초래된다. 이상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나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구 팽창 및 활동영역 확대로 도시 확장, 산림 벌채, 농지 개발 등이 이루어져 여타 생물 서식지가 붕괴되고 있다. 기후 변화 또한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이에, 생물다양성 협약(Biodiversity Convention)등 국제적으로 종 보전에 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별 인식 없이 살아간다.



인종 및 문화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인디언을 살펴보자.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당시 원주민은 총 1,3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6세기 이후 백인이 들어오면서 싸워 죽거나 서부로 쫓겨났다. 연이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급격히 인구가 감소되었으며 문화도 파괴되었다. 그 숫자가 자료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574 부족이 있으며, 절반 정도가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다. 보호는 말뿐 강제수용소나 다름없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원주민 탄압과 강제이주에 대해 사과했다. 하나는 과거 미국 정부에 의한 폭력, 탄압, 강제 이주로 점철된 역사에 대한 사죄이고, 둘째는 원주민 자치구가 빈곤과 질병, 법의 보호로부터 방치된 부분들에 대한 사과였다.



미국뿐이 아니다. 점령지역이나 소수민족 대부분이 처한 입장이다. 보호라는 미명하에 겨우 생계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무력화시키고 있다. 일종의 고사작전이라 할 수 있다. 관광 상품으로 이용하는 문화 외엔 전통문화도 사라진다. 뉴질랜드에 갔을 때 원주민 보호구역에 들렸었다. 그때 받은 느낌이다. '보호란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1946년 유엔 산하기구로 탄생한 유네스코 헌장 서문에 미국 대표이고 시인인 아치볼드 매크리시(Archibald Macleish)는 "전쟁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방어선이 구축돼야 할 곳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라 헌정 했다. 제1차 총회에서 유네스코의 4대 긴급 목표로 1) 파괴된 문화 및 교육시설의 복구, 2) 문맹률 감소, 3) 교과서 개정, 4) 국가 간 정보유통 자유의 장애물 제거와 매스미디어 이용의 확장 등을 결의하였다. 2005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삼열이 말한다. "생태적 다양성이 자연에 필수적이라면 인류에겐 문화다양성이 꼭 필요합니다. 문화란 한 사회와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신적, 물질적, 지적, 정서적 특성의 총체니까요. 결국 문화 다양성은 한 집단의 차원을 넘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며 생명, 자유 및 행복의 추구에 대한 빼앗길 수 없는 천부적 권리를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았다." 미국 독립선언서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평등이란 획일화 또는 단일화가 아니다. 권리나 의무, 신분 따위가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 일각에서 혼동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나아가 다양성 파괴를 획책하기도 한다. 폭력적이기 까지 하다. 자신과 같기를 강요한다. 내 생각과 같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달라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오히려 다르지 않음을 탓해야 한다.

다양성이 무너지면 인류 전체의 희망이 사라진다. 예술가가 다름을 추구하듯, 서로가 달라야 한다. 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평등이 존중 되어야 하듯 다양성도 마땅히 보전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3.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