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청년들이 머무는 도시가 되려면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청년들이 머무는 도시가 되려면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03-20 13:31
  • 신문게재 2024-03-2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필 교수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민선 8기 대전시가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청년 정책을 제시했다. 총 1961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청년정책에는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 및 문화, 참여 및 권리의 5대 핵심 분야에 걸쳐 66개의 세부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일자리 분야에서는 대전형 코업청년 뉴리더 양성과 나노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 주택 공급과 청년 월세 지원사업을, 교육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학대학원과 양자대학원 지원을, 복지 및 문화 분야에서는 미래두배 청년통장 지원과 청년 부상제대군인 등 진로탐색비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전청년내일재단 설립과 대전청년마을 시범조성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렇게 일자리 만들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게 될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지방 도시의 일자리 질은 수도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이나 고용조건이 수도권을 이기기는 힘들다. 지역의 경쟁력 자체가 수도권을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자리와 주거를 수도권처럼 만들려는 생각은 애당초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전은 대학들로 인해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유입하는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졸업과 동시에 지역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24세 인구 순유입은 1927명이었으나, 25~39세의 경우 1374명이 순유출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지역 밖으로 나가는 이유로 일자리와 주택 보급 부족 등을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운 정책들로 보인다.



대전은 대전답게, 대전 청년은 대전 청년답게 살 수 있는 차별적인 이유를 제공해야 대전에 정착할 이유가 되는 것이지, 수도권과 비슷한 일자리나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면 대전에 남을 거라는 생각으로는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에 청년들이 정착하도록 하려면 청년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지역에 사는 삶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지역에서 사는 삶이 수도권에서 사는 삶보다 더 행복하면 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청년들이 더 행복해지는데 일자리와 주거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도 청년들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에 몰리는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도시를 떠나 중소규모 도시들로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로는 청년들이 취업도 어렵고, 저임금인 데다가, 생활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 외에 20~29세 청년들이 지역 중소도시를 선택한 이유로 드는 것은 음식점, 술집, 공연장 등 즐길 거리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다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 청년들이 원하는 도시는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서 집사고 결혼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며 살 수 있는 재미있는 도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삶의 질이 가능한 도시를 원한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살아왔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먹고사는 걱정 없이 풍요롭게 자란 이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바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중에는 적당히 일하고 주말에는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맘껏 할 수 있는 일자리, 주 4일만 일해도 되거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 나이나 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평등한 분위기. 등등 이런 것들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려면 이러한 일자리를 만들고 또 그러한 직장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정책을 추구하는 속에서 생활하는 청년은 결국 더 좋은 일자리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수도권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좋은 자연환경에서 즐겁게 일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4.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5. <인사>대전시
  1.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2.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3.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4. 대전시, 반려동물산업 육성에 힘쏟는다
  5. [한성일이 만난 사람]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선 현장에선 76년 만에 독소조항 폐지 기대감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환영기류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일각에선 개정안 국회 통과 때 자칫 지휘체계가 휘청이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대전 지역 공직사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전날 입법 예고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둘..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