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심판과 솎아냄의 벼릿줄(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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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심판과 솎아냄의 벼릿줄(綱)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4-04-02 17:04
  • 신문게재 2024-04-0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요즘 거리 곳곳엔 각 정당 입후보자들의 '나를 선택해 달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이제 벽보도 붙고, 투표안내문·선거공보 및 후보자 홍보물은 집집마다 배달되어 선택에 대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아침부터 아파트 입구에선 해당 지역구의 출마자(해당 선거구에 뼈를 묻을)나 관계자들이 각기 다른 색의 운동원 복장을 입고, 왠지 낯 설고 어설프게 90도로 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유권자의 시간이며 심판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우리들 정치 문화의 길들여진 풍경이다.

이번 22대 총선은 각 당의 정치 리더에 대한 '혐오 대 혐오'의 선거 구도가 형성되어, 정당들은 '심판론'·'대안론'을 놓고 헤게모니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의 민낯을 경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총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정치는 짙게 팬덤(Fandom)화 되고 진영 간 갈라치기의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하여, 국민들은 웬만한 논란엔 타격도 입지 않고 감동은 잊은 지 오래다,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나쁜 사례'에 아예 기대를 낮춰 버렸거나, 눈을 감고, 귀를 닫아 버린 듯싶다.

이렇게 혼미한 정치마당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연한 것'을 '낯선 질문'으로 바꿔 묘파하는 작업은 소중하다. '낯설게 바라보기'는 우리를 더욱 좋은 질문으로 이끄는 시작점이다. 변화는 질문이 예민하고 예리 할수록 빠르게 오며, 우리 스스로 질문하는 주체가 될 때 그 변화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떠오른 질문은 '선거는 최선을 뽑겠다는 능동적 의지의 발걸음'일 수 도 있지만, 최악을 솎아내겠다는 '배거(排去) 혹은 솎아냄의 도장 찍기'란 물음으로 다가온다.

먼저 물음표의 존재 안에서 벼리(綱))를 찾아보자. 벼리란 그물코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인 줄 하나를 가리키는데 이번 총선의 유권자로서 어떤 출마자를 선택할 때,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적인 도덕과 규범을 말한다. 세상은 온통 정치인들이 자기를 뽑아달라고 소리 지르며 바람(風)을 일으킨다. 물론 정치인들이 '바람(望)의 배'를 띄울 수는 있지만, 돛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유권자들 스스로가 '심판과 솎아냄의 벼리'를 제대로 세울 때의 일이다.

그럼 이번 총선에서 솎아냄의 벼릿줄은 무엇이어야 할까. 갖가지 비틀어진 언어적 작희로 국민의 머리와 가슴을 아프게 하는 '피폐해진 거짓 언어조율사', 얄팍하게 포장된 힘으로 소리 지르지 못하는 침묵하는 다수를 억누르는 합리적 논리의 가면을 쓴 <위장 권력자>, 물론 죄질의 세목을 두고 따져봐야 하겠지만 선과 악 사이에 밧줄처럼 걸쳐 있거나, '자기 울타리 안의 동류(同類) 종'만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만을 위해 탈법과 편법을 일삼는 <법꾸라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절대 절명의 결격 사유인 <탈세(脫稅)자>를 벼리는 일이다. 우리는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에 대항해 건강한 의심을 견지하는 '단정한 유권자'로서 이런 입후보자들을 솎아내기 위해, '배거의 카니발'에 다양한 디자인의 연미복을 차려입고 엄숙하게 참여해야 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몸과 마음이 괜히 설레고 바쁘기만 하다. 이젠 가만히 선택할 후보자들 사이에서 솎아냄의 벼리를 찾아보았으니 내 삶의 벼릿줄를 당겨보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고 무엇을 멈추어야 할까? 수많은 그물코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붙잡으려 매달리면 안 된다. 우리는 다 할 수 없다. '하나를 버리는 일은 하나의 벼릿줄을 만드는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낡은 벼리를 내려놓아야 '소중한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문밖을 나서니 세상이 꽃 천국이다. 온통 예쁜 꽃들이 자기를 봐 달라고 손짓한다. 너무 예쁘다. 너무 예쁘다고 붙잡고 있으면 결코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꽃이 져야 빈자리에 열매가 열린다. 얻은 열매가 너무 탐스러워 간직하고 싶다. 하지만 열매마저 땅속에 버려야 내년에 새싹이 돋는다. 버리는 일은 벼리를 정하는 일이며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다. 가냘픈 희망을 쫓아다니기 보다는 무거워진 일의 목록을 덜어내야 할 일이 많은 4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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