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4. 장애인의 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64. 장애인의 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4-18 12:00
  • 신문게재 2024-04-19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내일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한주 내내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보람을 주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질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워 삶의 한계 상황에서 헤매는 사람, 사람 관계에서 상처받아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순간적인 고통일 수 있지만, 인생 전체를 볼 때는 평생 힘들고, 불편하고, 외롭게 사는 장애인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낫지 않을까요?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는 모두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선행(善行)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입니다. 언젠가 장애인에 대한 더 생생한 자료를 얻기 위해 서점을 찾아 훑어봐도 적당한 책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을 나타낸 하나의 사례가 아닐는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그때 중증 장애인 곁에서 그들을 희생적으로 돌보는 사회복지사들을 보고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어쩌면 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힘든 일상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와 바로 그분들에게 "나는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분께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요지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또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돈을 모아 장애인들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외롭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시정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어느 장애인 단체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이 세상에는 장애인은 없다. 다만 편견만 있을 뿐이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법정 스님의 잠언집이 있는데, 거기에 '건강만 해도 축복이고 행복이다'라는 말을 부제로 덧붙이고 싶습니다. 장애인의 날에 '함께 웃었다'라는 시를 써보았습니다.

휠체어에 몸 싣고 가파른 비탈 오른다
땀이 팥죽이 되어 흐른다
턱이 들리고 팔이 휘어 뒤뚱뒤뚱
몸을 움직인다
걷고 덜어도 그 자리 맴돈다

눈꺼풀 닫혀 하늘 못 보면서
더듬이 지팡이 의지해 한 발짝씩 발을 뗀다
손끝이 눈이 되어 여기저기 살피지만
꽃도 하늘도 까맣기만 하다

입을 열어도 한마디 말 나오지 않으니
수화와 필담으로 겨우 얼굴 핀다
가슴 치며 토로한 심장의 소리가
허공을 떠다닌다

눈과 귀와 사지 온전한 사람 보면
부러워 눈물 쏟지만
그들과 견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포기한다
그리고 용서한다

장애인 곁에서 천사동무 지켜주고
김밥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온
청화(靑貨)가 새옷 되어 다가온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도 울고
천사동무도 울고
김밥 할머니도 울었지만
그들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3.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4.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5.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