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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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57회 과학의 날 앞두고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기자회견
정부 R&D 삭감 사태 이후 현장 어려움 지속 "암울한 분위기"
22대 국회 역할 기대,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 위한 정책 필요

  • 승인 2024-04-18 17:35
  • 수정 2024-04-22 11:09
  • 신문게재 2024-04-19 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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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이 과학의날을 앞둔 18일 오전 대덕특구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30년 전엔 여기 있는 과학자들 다 의대도 갈 수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지금 입장에서 보면 심지어 자기 자식들한테 제발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하죠. 아빠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과학자는 되지 말라는 게 지금의 분위기입니다."

제57회 과학의 날을 앞둔 18일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에 종사하는 한 과학기술인이 목멘 소리로 말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사흘 앞둔 가운데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끄는 이들은 현재 상황을 '암담하다'고 했다. 2024년 국가 연구개발(R&D) 삭감 여파로 연구 차질은 물론 자신이 선택한 과학자의 길에 회의감마저 든다는 게 현실이다. 연구현장 정상화를 위한 예산과 정책을 비롯해 바닥에 떨어진 연구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과학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과학기술계의 침통한 분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제언했다. 연구현장에선 매년 과학의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팍팍하다 못해 침울한 현재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R&D 예산 삭감 이후 연구 몰입은커녕 연구자로서의 의욕이 꺾였다는 것이다.

이창재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과학기술본부장(한국전기연구원 지부장)은 "연구에 직접 투입돼야 하는 연구비가 대폭 삭감돼 연구장비 등 반토막이 된 과제가 수두룩하다. 연말부터는 인건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까를 우려한다"며 "연구하고 싶어서 연구에 진심인 분들이 온 곳이 출연연인데, 자긍심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까 싶다. 1990년대는 서울대 물리학과가 의대보다 높은 상황이었는데 그런 분들이 연구원 와서 처우는 고사하고 연구비 삭감, 카르텔로 지목돼서 의욕이 크게 꺾였다"고 말했다.

김성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지부장 역시 "연구원에 있는 분들이 많이 암울해 한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위상이 너무 낮아진 부분이 되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왜 깎여야 되는지 이유도 없이 깎는 거고 깎은 것에 대해 연구자가 과제계획서를 수정해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하던 연구 자체가 더 이상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정부가 2025년 예산에 과학기술 연구개발비를 역대 최고로 편성하겠다고 했지만 연구자들의 기대는 높지 않다.

이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부장은 "대통령이 혁신 도전적 과제에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연구 사업 분류 중 혁신 도전으로 분류되는 사업들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며 "그 부분이 확대된다면 나머지 사업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의문이 여전히 남아서 총선용 선심성 발언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최연택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위원장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수 결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고 있어서 그렇게 신뢰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총선 과정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과 각각 정책협약을 체결했고 이들 정당이 국회 다수가 되면서 연구현장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이날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공공기관 공공성과 자율성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따른 법 개정과 국가 R&D 예산 안정적 지원,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개혁, 연구기관 리더십 개선과 구성원 사기 진작 등을 요구했다.

이상근 지부장은 "정책요구안에 법 개정이 필요한 여러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야당 후보들과 꾸준히 공감대를 형성했고 당선된 이후에 소통을 끊지 않고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다"며 "일단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법 개정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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