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꽃을 그리자,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꽃을 그리자,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승인 2024-04-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양동길
간송미술관 소장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106.1 × 45.6cm, 지본 수묵담채>
올해는 유난히 봄꽃 소식이 많았던 것 같다. 정보망 덕도 있지만, 지자체마다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 열중한 탓이리라. 그것도 대규모여서 장관이었다. 매화, 벚꽃, 목련,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은 물론 유채꽃, 수선화, 튜울립, 꽃 잔디, 자운영, 라일락, 모란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꽃 가꾸듯 우리 마음도 가꾸면 얼마나 좋을까? 너나없이 꽃이 되면 모두가 꽃동산에 사는 것이요,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니랴.

나무에 피우는 봄꽃은 대부분 잎이 나오기 전에 핀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지만 보는 사람은 시심이 절로 솟는다. 시심뿐인가, 세상이 밝아진다. 번영, 사랑, 아름다움, 영화, 즐거움, 화려함, 좋은 일 등의 의미로 다가온다.



꽃에 굳이 등급이 있으랴만, 강희안은 <양화소록>에 화목9등품론을 썼다. 일품으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 연꽃을 들었다. 높고 뛰어난 운치와 절개 때문이라 한다. 모두 예술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즐기며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을 성찰하고 바람직한 삶을 사유하였다. 그중 매화 하나 살펴보자.

매화는 사군자중 첫 번째요, 세한삼우 송죽매 중 하나이다. 엄동설한 이겨내고 피우는 불굴의 의지, 수수하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 고난 속에서도 팔지 않는 맑은 향기가 흠모의 대상이요, 고아한 정신의 표상이다.



중국의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녹문산에 숨어 살았는데, 이른 봄이면 눈 덮인 산으로 매화 찾아 나귀타고 다녔다. 이 장면이 '나귀 타고 작은 다리 건너면서 매화 시들까 나 홀로 탄식하네.' 시구와 함께 고사 인물도로 그려진다. 나귀를 타는 것에 대해 송나라 시인 구양수(歐陽脩, 1007 ~ 1072)는 시문 구상에 가장 좋기 때문이라 한다. 그가 주장하는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세 가지 중 하나이다. 남은 두 가지는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잠자리에 누웠을 때, 뒷간에 앉았을 때이다.

중국 송대의 은일 시인 임포(林逋, 967∼1028)는 매화로 아내, 학으로 아들, 시를 벗 삼아 즐기며 살았다. 박학다식하여 매처학자(梅妻鶴子)로 불린다. 세상의 영욕은 멀리하고 유유자적 살아간 고매한 인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았으며, 예술 대상이 된다.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역시 매화를 몹시 사랑했다. 매화 시 91수로 <매화시첩>을 만들었으며, 총 107수의 매화시가 전한다. 함부로 부르지 않고 '매형(梅兄)'이라거나 '매군(梅君)', '매선(梅仙)'이라 불렀다. 앉은 자세로 역책(易?: 학덕이 높은 사람의 죽음)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마지막 남긴 말이 '매화에 물주라'는 것이었다. 도산 서원 앞에는 지금도 매화나무가 서있다.(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참조)

화가 조희룡(趙熙龍, 1789~1866) 역시 매화 사랑이 지극했다. 유작 중 가장 많은 것도 매화 그림이지만, 자신이 그린 매화병풍으로 방안을 꾸몄으며, 매화시가 새겨진 벼루와 먹을 사용했다. 매화 시 읊조리다가 목이 마르면 매화편차를 달여 먹었다. 자신의 거처 이름을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짓고, '매수(梅?)'라는 호도 사용하였다. 좋은 종이와 먹이 있으면 가장 먼저 매화가 생각난다고 하였다. 매화일색이다. 귀양 기간에도 울적한 마음을 매화 그리는 것으로 달랬다. 당시로서는 장수한 편인데, 병골이었던 자신이 장수한 이유가 매화의 맑은 향기와 기운을 그리다보니, 몸까지 깨끗해졌기 때문이라 한다. 역관 오세창은 그의 모습을 '마치 학이 가을 구름 타고 훨훨 날아가듯 길을 걸어 다녔다'고 묘사하였다.

그는 추사 김정희의 문인으로 여항시사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이다. 직업화가 이길 거부했으며, 추사의 묵란 정신과 서체를 본받으려 노력했다. 문사철 자세를 배웠다. 형사를 초월한 심의를 중시했다. 스스로 문인화가로 자처했으며, 애호가 역시 그의 작품을 많이 찾았다.

간송미술관 소장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106.1 × 45.6cm, 지본 수묵담채>는 전하는 30여 점, 그의 매화 유작 중에서도 으뜸이다. 독특한 필치와 화풍이 주목을 끈다. 특이한 준법의 산 아래 백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그 안에 서옥이 자리하고 있다. 둥근 창으로 서안 위 화병에 꽂힌 일지매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 모습이 보인다. 상기한 임포의 고사가 떠오른다.

화면의 우측 중간에 제발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내용이 이렇다. "좀 먹은 속에서 묵은 그림을 얻었다. 바로 스무 해 전에 그린 「매화서옥도」였다. 그저 장난스러운 손놀림이나, 제법 기이함이 있고 연기에 그을려 거의 백년은 된 것 같으니 매화 그림이 이런데 하물며 사람이랴! 펴보고 나니 죽었던 친구를 다시 보는 느낌을 받는 것 같구나! 단노"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드디어~맥도날드 세종 1호점, 2027년 장군면 둥지
  2.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3. 경찰청 총경급 전보인사 단행… 충남청 전출 17명·전입 18명
  4. 대전 탄동농협, 노은3동에 사랑의 쌀 기탁
  5. 세종시교육청 중등교사 1차 임용시험 68명 합격
  1. [인사] 세종경찰청
  2. 천안동남서, 100억원대 불법 도박자금 세탁 조직 일망타진
  3. 박재명 신임 농협중앙회 대전본부장 부임
  4.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5. [날씨]대전 -10도, 천안 -9도 강추위 내일부터 평년기온 회복

헤드라인 뉴스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대전 집값 51주 만에 상승 전환… 올해 첫 '반등'

대전 집값이 51주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충청권을 포함한 지방은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오르면서 전주(0.07%)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지방까지 모두 오름폭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충청권을 보면, 대전은 0.01% 상승하면서 지난주(-0.02%)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대전은 올해 단 한 차례의 보합도 없이 하락세를 기록하다 첫 반등을 기록했다...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