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미술 아카이브] 36-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오피니언
  • 대전미술 아카이브

[대전미술 아카이브] 36-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24-05-01 14:41
  • 신문게재 2024-05-02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40501085227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동시대 미술의 언어는, 정확히 그 언어의 범주는 넓고 경계는 느슨하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2009)는 새로운 기술 매체가 야기한 미학적 변화와 이를 수용해 나간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을 김홍주, 김해민, 임동식, 정광호, 홍명섭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전시다.

김홍주의 작품에는 그려진 부분과 그려지지 않은 (남겨진)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 둘 간의 경계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되는가를 살핀다. 붓으로 그린 부분과 그리지 않은 부분의 병치를 통해 오히려 관람의 포인트를 흐리고 몰입을 방해하며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물은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해민의 경계는 농담과 진담, 영상과 현실에 있다. 그는 영상 안쪽과 바깥쪽 현실을 넘나들면서 관객에게 진짜와 가짜는 한끝 차이라고 농담을 건다. 허풍선이의 농담 형식으로 말하지만, 말을 끝낸 후 입을 굳게 다른 심각한 얼굴을 마주한 관객은 그것이 진담이었음을 깨달으며 문제의식이 증폭된다. 임동식은 자연애와 자기애의 경계를 그린다. 자연은 임동식 작업의 한 축이며 그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공감이다. 그가 자연애를 표현하는 방식은 자연과 자신이 마주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인데 이는 자연에 대한 사랑임과 동시에 자연과 공감을 이룰 수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사랑, 일종의 자기애이다. 정광호는 '비조각적 조각'이라 스스로의 작업을 칭하며 조각과 비조각의 경계를 고민하게 한다. 깎거나 덧붙여 입체를 만드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조각이라면 그의 작업은 '조각'이지만 작가가 화두로 삼는 개념은 '비조각'이다.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전시장에 두어 사물의 기능을 상실한 미술작품으로 연출하기도 하고 전시가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가면 용도가 있는 사물임을 이야기하며 미술 매체의 개념과 실제 간의 경계와 접점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홍명섭은 다소 당혹스럽고 일반적이지 않은 언어를 작업에 부여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작품들과 자신의 개념적 언어들을 병치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 발견과 개념 언어 중 무엇인 먼저인지 그 경계가 '감상'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실험했다. 이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언어는 각기 다른 형태와 경계에 있지만, 그것은 동시대의 서사를 미학적 원형으로 설정하고 이를 새롭게 변용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모색하며 '꽃'을 피움을 시사했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2.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3.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4.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5.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1. aT-한국수출입은행, K-푸드 수출 확대 공조
  2.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3.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4. 생활고 이유 대전서 초등생 딸 살해하려 한 부부… 검찰 징역 12년 구형
  5. 4년 만에 권력교체 된 충남도의회… 민주당 중심 원구성 윤곽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되는 가운데, 시장과 기관장 임기를 맞춘 현행 조례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 교체기 마다 불거졌던 전 현직 인사 갈등 해소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시장 임기에 맞춰 기관장이 교체되는 구조가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정 발전을 위해 전문성이 최우선 돼야 하다는 자리지만 이른바 '선거 공신'들의 낙하산 인사 자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관련 조례 적용으로 민선 8기 이장우 시장과 임기를 함께..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기간 대전·세종 지역 장애인 투표 과정에서도 선관위 준비·대응 미숙으로 혼선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실(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지난 지선 기간 시각장애인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6개 지역에서 투표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전의 한 투표소에선 투표보조용구 점자 오탈자로 시각 장애인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에선 투표보조 제도 안내 당시 직원이 시각장애 선거인이 아닌 동행인에게 안..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