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굴엔 착암기 받침 흔적과 호롱불까지… 市 "전문가 현지조사 계획"

대전 동굴엔 착암기 받침 흔적과 호롱불까지… 市 "전문가 현지조사 계획"

동굴 벽면에 굴착용 착암기 흔적 추정
어둠 밝히는 용도 호롱불 심지 모습도

  • 승인 2024-04-04 17:27
  • 수정 2024-04-04 18:28
  • 신문게재 2024-04-05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동굴 사진
대전 일제강점기 조성 동굴에서 발견된 여러 흔적들.  (사진=임병안 기자)
동굴 안 어둠을 밝혔을 호롱불 심지부터 바위 굴착에 쓰이는 착암기 받침 흔적까지, 대전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동굴 속에는 당시를 짐작케 하는 증거들이 여럿 남아 있다.

대전 중구 호동동굴은 지금도 많은 흔적이 보전된 곳이다. 착굴 때 무너지지 않도록 세웠을 나무기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굴 벽면 바닥에 박힌 형태로 남은 나무기둥은 80여 년이 흘렀으나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 덕분인지 뿌리 부분이 온전히 남아 있다.



또 나무기둥 옆에는 동굴 조성 때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담도 있다. 나무기둥과 동굴 벽면 사이 남은 공간에 돌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또 동굴 입구에서 15m 안쪽 사람 무릎 높이쯤의 벽면에는 말발굽이 연상되는 흔적이 뚜렷이 남았는데 바위를 깰 때 사용하는 중장비 착암기를 걸친 흔적으로 여겨진다. 착암기의 발을 바위에 걸치고 벽을 거칠게 굴착하면서 눌리거나 깨진 흔적으로 추정되며, 보기에 따라서는 다이너마이트 설치를 위한 다지기 흔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호동동굴 가장 안쪽에서는 손바닥 만한 너비에 무엇인가 타고 남은 재 같은 것이 있다. 굴착 당시 또는 6·25전쟁 피란 때 동굴 안 어둠을 밝히는 호롱불처럼 조명으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석교동 동굴에서도 나무기둥은 남아 있지 않으나, 기둥을 세우는 목적으로 벽면을 다진 흔적이 동굴 곳곳에서 발견됐고, 동구 신상동 동굴에서도 어두운 동굴을 밝힐 때 호롱불을 받쳤을 자취가 나왔다.

보문산 동굴지도
대전 보문산 일원 일제강점기 동굴 위치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동굴 안에 역력하게 남았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동원돼 보문산 일원과 동구 세천에서 작업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동원경로는 주로 모집과 국민징용, 관 알선으로 이뤄져 대전에서도 다른 동원지역과 마찬가지로의 방식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군사적 목적의 동굴 조성을 위해 탄광 기술자들이 가장 깊은 곳에서 작업하고 학생을 포함한 동원된 한인들이 바위를 굴 밖으로 나르고, 일본군과 군속이 현장을 관리하며 화약을 사용해 발파하는 순서의 작업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일제강점기 군시설로 추정되는 동굴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해 시작할 예정이고, 가덕도·지심도를 비롯해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전쟁 유산 보전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문화재 전문위원 등과 함께 대전에서 발견된 방공호를 찾아 현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전쟁유적 유무와 보존과 활용 필요성에 대해서도 현지조사 이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3.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4. 인천 연수구, ‘집회 현수막’ 단속 시행
  5.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1. 대학 라이즈 사업 초광역 개편 가능성에 지역대학 기대·우려 공존
  2. 대전교육청 교육위 행감서도 전국 유일 교권보호전담변호사 부재 지적
  3. "행정수도 세종 완성, 당에서 도와달라"
  4.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5. 당진읍성광장, 주민 손으로 활짝 펴다!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 보령에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도는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당 센터를 통해 전력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동일 보령시장, 김용호 웅천에이아이캠퍼스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웅천에이아이캠퍼스(이하 캠퍼스)는 보령 웅천산업단지 내 10만 3109㎡의 부지에 AI 특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캠퍼스 측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내년부터 2029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K-방산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에 대전시와 산학연이 뭉쳤다. 대전시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화시스템, 대전테크노파크는 18일 시청에서 '국방·우주반도체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 이광형 KAIST 총장, 방승찬 ETRI 원장,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김우연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협약 기관들은..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15~16일 이틀간 충남 청양공설운동장에는 선수들을 향한 환호와 응원으로 떠들썩했고, 전국에서 모인 풋살 동호인들은 신선한 가을 하늘 아래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중도일보와 청양군체육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청양군과 청양군의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과 가족, 지인, 연인 등 25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