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일제강점기 동굴 12개 최종 확인…"우리역사 파악 노력 필요"

대전서 일제강점기 동굴 12개 최종 확인…"우리역사 파악 노력 필요"

중도일보 보문산과 동구 신상동서 조사

  • 승인 2024-04-04 17:27
  • 수정 2024-04-04 17:32
  • 신문게재 2024-04-05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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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석교동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동굴 모습. 10m 안쪽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형태이며, 조성목적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중구 보문산과 동구 세천에서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한인을 동원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동굴 12개가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요구된다. 이러한 방공호가 대전 내 몇 개 있는지, 왜 조성됐는 지, 강제적 근로 동원이었을지 대전의 역사임에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로 남겨졌다. 그동안 대전에서 보고된 사례가 없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유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3월 31일 대전 중구 석교동 이화경로당 인근의 산비탈에서 중도일보가 2023년 8월부터 진행한 동굴 탐사의 마지막 대상지를 찾아 조사가 이뤄졌다. 이곳은 지난해 한 차례 동굴 안을 관찰했으나 실측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 내부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굴 입구에 주택을 매입해 관리 중인 점유자가 이날 기자에게 공개한 석교동 동굴은 입구에서 10m까지 직선으로 파고든 뒤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독특한 형태로 확인됐다. 동굴 내 바위가 날카롭게 돌출돼 곡괭이 등으로 벽을 거칠게 깎은 흔적이 역력했고, 엄지손가락 크기의 화약 구멍이 천장부터 어깨높이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관찰됐다. 벽면을 움푹하게 다듬은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는데, 굴을 팔 때 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기둥을 받쳤을 것으로 짐작됐다. 동굴 입구부터 가장 안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사진 동굴처럼 여겨지나, 무너진 토사가 바닥에 쌓인 탓인지는 불분명하다. 동굴 가장 안쪽은 토사가 무너져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지금은 'ㄱ'자 형태이나 무너진 곳에서 'ㄷ'형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방향을 꺾은 형태의 방공호 동굴은 화약이나 유류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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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된 석교동 동굴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이고 경사진 형태다. 관리인이 습기가 차지 않도록 환풍시설과 바닥포장 작업을 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이로써 중도일보가 2023년 여름부터 진행한 대전지역 일제강점기 방공호 전쟁유산 조사에서 총 12개의 동굴을 발견했다. 원형이 보존돼 입구가 열린 상태인 동굴만 중구 호동에서 2개를 발견한 것을 비롯해 석교동 1개, 동구 신상동 2개에 이른다. 또 입구에 토사가 무너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으나 주민 증언으로 실존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호동 1개, 석교동 2개, 신상동 1개이고, 입구가 관찰되나 벽돌로 막힌 동굴은 부사동에 3개 더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미군 폭격을 피해 무기 등을 보관하려고 한인을 강제동원해 만든 인천 부평구와 부산, 군산의 방공호와 같은 성격의 군사목적 시설로 추정된다. 1945년 광복 당시 대전중학교 2학년이었던 박영규 삼화모터스 회장이 보문산 동굴 조성작업에 근로동원되어 돌을 나르고 오후 학교에 복귀해 1~2시간 수업을 받았던 기억을 중도일보에 설명한 게 유일한 증언이다.

실태조사와 문헌연구가 전혀 없는 탓에 이러한 방공호가 대전에 얼마나 많았고, 어떻게 조성됐는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대전에서 지역 주민들이 동원되어서 만든 전쟁유산으로 대전의 역사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일본군이 남긴 기록 문헌조사와 현장탐사 그리고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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