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67. 여행을 통해 삶의 확장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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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67. 여행을 통해 삶의 확장을 시도한다

  • 승인 2024-05-0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저 지난 주말, 가까이 지내는 다섯 가족(부부)이 1박 2일 서해안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천 해수욕장, 원산도, 안면도, 수덕사를 거쳐 예산의 내포보부상촌까지였지요. 아직 본격적인 시즌은 아니지만 대천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았지요. 파도도 보았고 모래도 보았으며 밤에는 별들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바다만 바라봐도 힐링이 절로 되었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 해수욕장을 따라 모래 위를 걷고, 바다를 보면서 멋진 아침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 후 원산도로 이동하면서 보령의 해저 터널을 통과했습니다. 이 해저 터널은 공사 기간만 9년이 걸렸으며, 총길이는 약 7킬로미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터널이고 세계에서도 다섯 번째로 긴 터널이기 때문에 그 터널을 통과하는 자체만으로도 아주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있어 지루하지도 않았지요.



원산도에도 볼 것이 많지만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 바이더오(bytheO) 카페를 찾았는데, 이곳을 관광 명소로 자랑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커피 맛도 유명 브랜드 커피 못지않았고, 특히 쑥 향이 은은한 쑥카스테라는 별미였습니다. 일행들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분들이 이 순간만큼은 마음챙김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풍경 얘기가 나왔으니까 도스토옙스키의 '백지'에 나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단 5분의 삶이 남은 정치범 사형수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설명하였는데, 처음 2분은 동료들과의 작별에 시간을 보내고, 다음 2분은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데 할애합니다. 나머지 1분은 주위의 풍경을 둘러본다고 했지요. 죽기 직전 마지막 1분을 풍경에 쓰는 것은, 풍경에는 저마다 모양새가 다른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안면도였는데, 안면도의 많은 볼거리 중에서 자연 휴양림을 선택했습니다. 수령 100년 내외의 안면 소나무들이 천연림을 이루었고, 그들이 뿜어내는 솔 향기는 정신을 맑게 만들었지요. 언덕을 잘 활용해 걷기 좋은 데크가 만들어져서 만족도를 많이 높여 주었지요. 이와 같은 소나무 숲의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편의 시설도 충분히 되어 있어 여행객의 편리성을 한층 높여주었지요.

마지막으로 수덕사를 찾았는데 여기서는 약간 실망했습니다. 물론 수덕사 자체는 잘 보존되어 있어 고즈넉한 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나, 사찰이 관광의 명소가 되다 보니 입구에 수많은 인파와 호객 행위 등 혼잡스러움과 소음은 수덕사 대웅전에 올라가기 전에 이미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목적지에 가기 전까지 고속도로나 국도가 잘 건설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 좌우에 전개되는 삼림은 우리를 산속에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였지요. 이미 우리나라에서 민둥산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도로는 시골길 구석구석까지 이어졌습니다. 도로 인프라는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좁은 골목길까지 꽃단장을 해놓았지요. 어느 특정한 곳만이 아니라 어딜 가더라도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것들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이번에 방문한 서해안뿐만 아니라 나라 구석구석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일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삶의 확장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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