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황은경 시인의 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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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황은경 시인의 시 세계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5-15 11:2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시인이 되기까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히 시인이 되는 걸까. 그녀는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처음 교과서를 받았던 날, 날이 새도록 국어 도덕 사회 자연 미술책 등을 모두 다 읽고 위에 학년 교과서도 빌려다 읽곤 했다. 책에 대한 갈증이 심해서 아버지가 사다 주신 월간지는 물론이고, 기본 소설책도 초등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했다.



펄 벅의 '대지'가 최초로 읽었던 소설이고, 심지어 신문은 시인이 먼저 일어나 다 읽고 아버지께 드렸다. 책에 빠지면 밥은 굶어도 그날 다 읽어야 했던 적도 많았다고 하니 시인이 되는 데는 독서가 필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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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경 시인
그녀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싶었던 계기는 아픈 딸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고 고민하던 중 투병을 기록하고자 시작했다. 산문도 썼지만 짧은 글로 쓰다 보니 시가 되었고 여러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삶의 정서와 마음의 수양에는 보약처럼 다가온 시가 있었다.



그래서 시인으로 시집을 내고 시인의 길에 올랐다. 시를 읽고 쓰는 일에 열심히 하다 보면 시라는 영혼의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된다, 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시인이 추구하는 삶은 특별히 다른 것 같다고 되뇌었다. 이전에는 급한 성격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시를 읽고 쓰다 보니 되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니 말이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도 보이고 채워야 하는 부분도 보이고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보였을 것이다.

그건 어쩌면 시인 자신의 자아 성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를 쓰고부터는 생활의 모든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그로부터 주변에 더 많은 분이 좋은 인연으로 다가와 심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이 이어져서다.

진정한 삶에 대해 함께 연민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도 같이 고심할 수 있어서다. 사람과 사람이 그렇듯 더불어 사는 세상이 진정 행복하지 않을까, 나 또한 생각해 보곤한다.

그녀는 시를 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기를 쓴다고 말했다. 시와 만나는 날에는 차분해지고 자신에 대해 관대해져서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 같다고도 말했다. 주인공은 시인의 가슴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유명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가끔 좋은 글귀가 머릿속에 떠다닐 때가 있다. 시를 쓰며 만난 <문학동아리>에서 월마다 합평회를 하며 지내는데 시인의 감성은 우주와도 같고 은유와 추리의 길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었다.

시인은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인이 시집을 내서 기쁘기도 하지만 자신의 시집을 드릴 수 있는 시간도 많은 보람을 느끼고 경험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가 특별히 애착이 가는 그녀가 쓴 시를 읽어본다.

꽃이 진 자리도 아픈가 봐요/계절의 흐름대로/다시 피우는 다른 꽃에도//말라비틀어진 사람의 가슴 안에도 지고 있어요//꽃이 진 자리에는/물기조차 머물 새가 없겠지요//이른 아침 거미그물이 받쳐 준 성수 같은 눈물/초록의 들풀이 꿈꾸는 자리에 떨굽니다//떠남의 의미가 지워진다고/가슴에 담은 사랑이 지워지지 않아요/꽃이 진 자리에 다시 생명이 닿을 때까지/부디, 우리 아프지 말아요._《꽃이 진다면》전문

사실 여러 시인의 좋은 시를 읽다보면 불확실한 미래에 살면서 정서 함양은 물론 마음의 수양을 쌓으며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그분들의 삶에 작은 희망이라도 될 수 있는 시를 써 손잡고 동행하고 싶다고 넌지시 포부를 밝혔다. 시인의 시 세계가 문득 기대된다.

시인은 첫 시집 『겨울에는 꽃이 피지 못한다』로 문단 활동을 시작, 『마른 꽃이 피었습니다』,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 『바람 사이로 보이는 것』 등 다수가 있다. 현재 『창작세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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