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같은데' 대전 산내 추모공원 지지부진… 경남 거창사건과 대조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슬픔은 같은데' 대전 산내 추모공원 지지부진… 경남 거창사건과 대조

15일 대전시NGO센터·인권연대 거창 역사탐방
1951년 주민 719명 학살사건 추모·역사관 관람
대전 산내 평화공원 계획 타당성조사서 지연

  • 승인 2024-06-16 16:34
  • 수정 2024-06-16 18:12
  • 신문게재 2024-06-17 4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경남 거창1
대전시NGO센터와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들이 15일 경남 거창사건 역사탐방에서 박산골 희생장소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산내에 정부가 약속한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평화공원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앞서 조성된 경남 거창사건 추모공원에서 대전시민들이 역사탐방을 벌였다. 대전시NGO센터는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 30여 명과 함께 경남 거창군 일대에서 1951년 발생한 양민학살 사건 현장을 찾아 견학했다. 거창사건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서 국군이 공비토벌 과정에서 주민 719명을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두 달 뒤 거창 출신 신중목 의원이 부산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군에 의한 양민 학살사건을 공개하면서 국회합동조사단이 꾸려지고 국내 및 외신에 보도되면서, 당시 민간인 희생사건 중 처음으로 군법회의에서 국군의 위법행위를 판결로 인정받았다. 산청과 함양에서 먼저 발생해 산청·함양·거창 사건이라고도 부른다.

이날 역사투어는 지리산과 덕유산에 둘러싸인 지형의 거창읍에서 11사단 9연대 주에서 민간인학살에 앞장선 3대대의 부대 이동 경로를 쫓아 '함께하는거창' 신용균 대표의 안내 속에 청연마을과 탄량골, 박산골 순으로 이뤄졌다. 6개 마을 84명의 주민이 학살된 청연마을 희생자 묘역에는 두 돌 지나지 않은 아이부터 초등학교 입학 앞뒀을 나이의 어린이 묘비가 말없이 추모객을 맞았다. 이어 방문한 옛 신원국민학교와 이곳으로부터 500m 떨어진 박산골은 주민 1000여 명을 밤사이 감금하고 다음 날 아침 주민 517명에 대한 학살이 이뤄진 곳으로 박산골짜기 바위는 총탄에 맞아 움푹 팬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때 희생된 이들을 합장한 박산합동묘역에 유족들이 1960년 세운 위령비를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1961년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족들의 손으로 글귀를 훼손하고 땅속에 다시 묻었다가 1988년에서야 다시 꺼낸 역사를 그때 훼손된 위령비를 뉘어 전시함으로써 재현했다.



경남 거창5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거창사건 역사교육관에 당시를 재현한 전시물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특히, 거창사건 추모공원과 역사교육관은 대전 골령골에 정부가 마련하기로 한 산내평화공원의 롤모델이 되는 곳으로 1998년 '거창사건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근거로 2000년 10월 착공해 2004년 개관할 수 있었다. 2020년 전면 리모델링으로 재개관한 '역사교육관'은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 은폐와 폭로 과정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전시물이 구성되었다. 전국에서 벌어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전국단위 위령시설을 구상하는 산내 평화공원은 토지보상만 최근 완료했을 뿐,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재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전숙자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사건임에도 거창사건처럼 명예를 회복하고 진상조사할 특별법 제정이 산내사건에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그 중에서 대전형무소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이 서둘러 이뤄지고 위령시설 다른 지역 사례에 대한 견학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남 거창=임병안 기자 victorylba@



경남 거창9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원에 거창사건 추모공원과 역사교육관이 조성되어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산시 '신인감독 김연경' 상록수체육관서 최종전
  2. 양산국화축제, 6만 5천여 점 국화 작품 전시 성황리에 폐막
  3.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국제공모작 13개 윤곽...국민의 원픽은
  4. 김태흠 “6.25 참전유공자 희생·헌신 잊지 않을 것”
  5.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아니 갑자기 이렇게? 10번 문제에 우수수 탈락
  1.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즐겁게 퀴즈풀며 안전상식 배웠다… 2025 예산군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2. 충남도, 내년 국비 확보 총력… 김태흠 지사 국회 방문
  3.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4.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최형규 예산군 산업건설국장 "안전상식 배우고 실천해주길"
  5.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아이들 행복의 기초는 안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