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1만3000명에서 배워야 할 것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1만3000명에서 배워야 할 것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6-25 10:06
  • 신문게재 2024-06-2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만3000명, 무슨 숫자일까? 지난해에 임용 후 5년도 되지 않은 채 청운의 꿈을 품고 어렵게 들어온 공직을 떠난 숫자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이미 떠난 사람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고시 출신 젊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언제든지 이직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비록 여전히 공직 희망자가 많이 있고, 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이르지만, 최전성기 시절의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쟁률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경제발전에 따라 민간 영역의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기도 하고, 경직된 관료문화가 젊은 세대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또한 국회를 위시한 정치권의 과도한 행정 개입에 따른 무력감과 정권이 바뀐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오게 되는 수사와 감사로 인한 환멸감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접한 우수 공무원들이 공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급여에 있다.

신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관행적으로 일삼는 공무원 임금 동결,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 인상은 공무원의 사기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리게 한다. 점심 식사비로 알려진 급식비는 월 14만 원, 냉면 한 그릇이 만원을 훌쩍 넘어선 지금 면만 먹어도 한 달의 절반은 굶어야 한다.

이러한 낮은 처우로 언제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라고, 경제가 어려우니 참으라고만 할 것인가? 좀 심하게 표현하면, 참 나쁜 주인이다. 뛰어난 능력과 자질, 국민에 대한 봉사의 마음을 갖춘 인재가 공직을 떠나고, 공직을 회피하는 현상은 공직 사회에만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공무원 이직의 또 다른 이유는 곧 닥칠 100세 시대의 도래를 대비한 자기개발 욕구를 국가가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종전에는 정년 후 잔여 수명이 많지 않기에 굳이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가질 필요도 없었지만. 이제는 정년 후 재취업이 공무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영리활동 자체를 할 수 없음은 물론 학업을 병행하기도,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등으로 인해 기술 등을 배우기도 결코 쉽지 않다. 로스쿨만 봐도 그렇다. 로스쿨을 도입한 목적이 다양한 전공과 직장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로스쿨에 들어와 법을 배운 후 다시 일선으로 나가 활동하는 법률가를 양성함에 있다. 그렇기에 공무원들도 로스쿨에 와서 법을 배울 경우 행정 일선에서 법치행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퇴직 후에도 법률과 행정 전문가로서 또 다른 능력을 발휘하여 본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로스쿨 제도가 그리는 바람직한 모습이리라.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공무원은 휴직이 최장 1년으로 한정되고, 이 기간마저도 규정상 로스쿨은 다닐 수가 없다. 그러면 야간 로스쿨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하고도 미국에서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야간 로스쿨을 어찌 된 이유인지 우리나라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줘야 할 공무원이 법을 잘 몰라 위법한 행정행위를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진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아 권리구제를 밟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른다. 민간 영역의 뛰어난 인재와 혁신 기업이 기발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도, 담당 공무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전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이는 바로 국가 경제력 저하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우수한 공무원이 민간 영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직시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과 정부는 사명감 넘치는 뛰어난 인재들이 공직사회에서 발붙이고 열심히 일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길이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1만3000명에서 배워야 한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교육감 후보 4자 구도 판세, 여전히 혼조세
  2. "연기·연동면·해밀·산울동 적임자"… 찐 마을 사람 '김순주'가 뛴다
  3. 세종시 집현동의 잃어버린 5년, '정영원'이 되살린다
  4. '교류의 문' 연 대전여성기업인협회 "서로 돕는 협회 만들어가자"
  5. 5월 넷째 주 대전·충남 청약 흥행 단지 계약 '눈길'
  1. 천안법원,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하지 않은 운전자 징역형
  2. 정부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률 세종·대전 신청률 높아
  3. 고즈넉한 사찰 답사부터 도심 야경까지… 석가탄신일 맞이 식장산 나들이
  4. 천안시농업기술센터, 텃밭교육 모종 지역사회와 함께 나눠
  5.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6월 6일 '야외상영회' 운영

헤드라인 뉴스


고즈넉한 사찰 답사부터 도심 야경까지… 석가탄신일 맞이 식장산 나들이

고즈넉한 사찰 답사부터 도심 야경까지… 석가탄신일 맞이 식장산 나들이

대전의 동쪽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식장산 서쪽 기슭, 도심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잦아드는 곳에 천년 고찰 고산사(高山寺)가 자리하고 있다. 신라 정강왕 1년(886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산사는 오랜 세월 지역의 영욕을 함께해 온 대전의 대표적인 천년 고찰이다. 고산사의 중심인 대웅전(대전시 유형문화재)은 조선 후기의 소박하면서도 균형 잡힌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단아한 법당 내부로 들어서면 섬세한 필선이 돋보이는 아미타불화와 자애로운 미소의 목조석가여래좌상이 참배객을 맞이한다. 화려한 대형 사찰처럼..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 여야 지도부 충청 공략 "정부지원" vs "정권심판"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 여야 지도부 충청 공략 "정부지원" vs "정권심판"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금강벨트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여야 지도부의 총력전이 더욱 뜨거워 지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 양당 대표가 충청권을 찾아 각각 정부 지원론과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들고 지역 표심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4일 대전 대덕구 신탄진시장을 찾아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와 최충규 대덕구청장 후보를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송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성공한 지방정부를 이어갈지, 다시 무능과 혼란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

천안법원, 술에 취해 장례식 방해한 혐의 `벌금 100만원`
천안법원, 술에 취해 장례식 방해한 혐의 '벌금 100만원'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4단독은 술에 취해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피워 장례식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5월 9일 장례식이 진행 중인 천안시 서북구 모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해 빈소에서 의자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30여분간 욕설과 소리를 지르고 다른 조문객을 밀쳐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영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업무방해 등으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누범기간 중이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해 장례식장에서 소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처님 오신 날 분위기 고조시키는 봉축탑 부처님 오신 날 분위기 고조시키는 봉축탑

  • 13일간의 지방선거 유세전 시작…‘우리 후보 뽑아주세요’ 13일간의 지방선거 유세전 시작…‘우리 후보 뽑아주세요’

  • ‘중원을 잡아라’…여·야대표 충청 총출동 ‘중원을 잡아라’…여·야대표 충청 총출동

  • 공식 선거운동 D-1, 선거벽보 점검 공식 선거운동 D-1, 선거벽보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