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 정뱅이마을 침수 당시 주민 구조한 영웅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인터뷰] 대전 정뱅이마을 침수 당시 주민 구조한 영웅들

김중훈 씨 직접 수영해 물에 빠진 어머니와 주민 구해
권선필 교수 집에 있던 낚시용 보트로 고립 주민 구조

  • 승인 2024-07-11 17:42
  • 신문게재 2024-07-12 5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40711_170312408_05
11일 침수 복구 중인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김중훈 씨 뒷 모습. 침수 복구를 돕기 위해 어머니 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7월 10일 새벽 대전 정뱅이마을 전체가 침수됐을 당시 고립된 노모와 이웃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두 주민의 선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구 가수원동에 사는 김중훈(59) 씨는 10일 새벽 4시께 정뱅이마을에 사는 형수로부터 "마을이 침수됐는데, 어머니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연락에 황급히 차를 타고 마을로 도착했다. 도착한 마을은 아비규환. 폭우가 내리며 갑천 주변 제방이 무너져 하천물이 온 마을을 뒤덮은 상태였다.



김 씨의 어머니는 90대로, 순식간에 덮친 하천에 집에서 대피하지 못했다. 주택 기둥에 간신히 매달렸지만 이미 물이 목까지 차오른 위험한 상황. 옆집에 혼자 사는 고령 이웃 주민 역시 탈출하지 못하고 주택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소방에서 구조하러 오기 전, 멀리서 들리는 어머니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들리지 않자, 다급해진 김 씨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씨는 "새벽 4시 40분쯤 마을에 도착했는데, 둑이 터져서 갑자기 물살이 세게 밀려 10여 분만에 동네에 물이 가득 찼다"며 "수영을 해서 이웃 아주머니를 먼저 지붕 위에 올려드리고, 어머니 집 쪽으로 와서 어머니를 지붕에 올려드렸다. 이다음에 소방에서 구조하러 와, 안전한 고지대로 올라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김 씨는 어머니 집까지 150m 정도의 거리를 직접 수영해 갔다. 수색대 출신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인근 냇가에서 수영을 자주하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물살이 가파르다 보니 김 씨조차도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김 씨의 어머니와 이웃 주민은 기둥을 붙잡고 1시간가량 물속에 잠겨 있었다. 다행히 김 씨의 어머니와 주민은 현재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김 씨는 "물살이 바다 파도보다 더 심했는데, 나도 죽는 줄 알았다"며 "두 분을 구조하고 나니 시간은 새벽 6시 정도 됐었다. 이때 물이 주택 지붕까지 차 있더라. 10분이라도 지체됐으면, 어머니와 주민 모두 정말 위험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clip20240711172940
권선필 교수
이날 이재민 구조에 일조한 또 한 명의 주민이 있다.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권선필 씨다. 정뱅이마을에 거주 중인 권 씨는 마을 침수 당시 어르신들이 고립돼 대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됐다. 고지대에 있어 집이 침수된 상태는 아니었던 권 씨는 집에서 낚시용 보트를 찾아내 바깥으로 나섰다.

권 씨는 "자녀들에게 구조요청을 한 어르신도 있었고, 일부 주민은 주방 식탁에 올라가 벌벌 떠는 상황이었다"며 "119구조대가 오긴 했는데, 구명보트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어르신들을 구명환으로 구조하기에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보트를 타고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해병대 출신인 권 씨는 당시 보트를 타고, 어르신들이 고립돼 있다고 판단한 곳마다 방문해 창문 열고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 권 씨가 이날 구조한 주민은 5명이다.

권 씨는 "동네 지리를 다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119구조대원들이 지리 잘 몰라 애를 먹기도 했는데 재난 상황이 되면 동네 주민들과 같이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3.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4.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5.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1.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2.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3.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4. '성찰 다이어리'와 '21일 좋은 습관 만들기'에 쑥쑥… 대전동문초 인성교육 호평
  5.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만든 따뜻한 한포기, 지역사회로 전하다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위대한 용기, 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

이대통령 "위대한 용기, 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3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특별성명, ‘빛의 혁명 1주년을 맞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을 함께 기념하고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대한민국과 비슷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것..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