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방학에는 좀 쉬어라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방학에는 좀 쉬어라

정상신/대전미래교육연구회 회장, 전 유성중 교장

  • 승인 2024-07-18 16:41
  • 수정 2024-07-21 14:56
  • 신문게재 2024-07-22 18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다운로드
"아들아, 학교 다니느라 그 동안 수고 많았어~ 이제 방학이니 좀 쉬려무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말하려면 학부모님들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교보다 약간 느슨하거나 혹은 더 빡빡한 공부 스케줄을 만들어 학원으로 달려간다. 그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남들 다 가는 학원에 안 가면 공부가 뒤처질까 불안하고, 엄마 아빠 없이 집에 혼자 두는게 불안하기도 하고. 둘 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직에 있어 보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학원에 많이 가는 학생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란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꼭 공부가 아니라도 자신의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생각’이라는 걸 야무지게 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 방학에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 어떨까 제안한다. 그 시간에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깨우치도록 말이다. 거창한 철학을 말하는 게 아니고 생각하는 법의 첫 단계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말이다.

시작하기 쉬운 방법으로, 방학만이라도 엄마 아빠가 퇴근하여 집에 일찍 들어와, 자기들만의 가정을 만들어 온 과정을 자녀와 함께 이야기하면 좋겠다. 엄마아빠가 어떻게 만나고 사랑해서 너를 낳고 얼마나 기뻤고 또 너를 통해 어떤 꿈을 꾸었고 등등.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이고 희망이고 소중한지 알아가게 된다. 궁극에는 가족 서로가 60억 인구 중에 오롯이 ‘우리’라는 뜨거운 유대감을 가지게 되고 아이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당장의 공부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할 줄 알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고 이것이 학습동기가 된다. 학습성취가 높은 사람은 학습동기가 높다. 학습동기가 생기고 자라나려면 '생각'이라는 기본 틀이 있어야 한다. 그 생각의 틀은 '나'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나'는 가족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서 학부모는 이번 방학에 집에 일찍 들어가서 아이와 생각의 틀을 만드는 데 함께 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한다.

무턱대고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학원에 보내고 돈만 벌어다 준다고 아이가 바라는 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 경우를 무수히 본다.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그 수가 적지 않기에 기억해 본다.

아들이 학폭에 연루되자 아침에 술 냄새 풍기며, 교장실에 면담하러 쳐들어온 어느 아빠의 몸부림 같은 절규가 애처로웠다. "왜 남들 자식은 밥만 먹여도 공부도 잘하고 잘 크는데, 내 새끼는 매번 생각 없이 문제를 일으켜서 아빠를 학교에 오게 하는지 저도 속이 터집니다! 교장선생님!" 그분의 노동자로서의 고단한 삶에 100% 공감하지만, 돈 버는 일에는 의사, 판사, 자영업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으로 바라보지만, 집에 와서 '아빠'는 아이에게 똑 같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직업이 의사, 판사, 자영업자인 경우 학폭에 연루되는 아이들 사례가 비슷하게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엄하게 물었다. "아빠는 아들하고 하루에 아니 일주일에 아니 지금까지 얼마나 대화를 하고 살았나요? 지금의 아들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되었겠나요?"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고 그리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번 방학에 엄마 아빠 밖에서 놀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자녀와 함께 놀아봅시다. 그래서 자녀의 생각 속에 함께하는 엄마 아빠가 되어봅시다.

이번 방학은 공부하라는 방학이 아니고 쉬면서 생각하라는 방학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상신/대전미래교육연구회 회장, 전 유성중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실효적 대책 절실
  2. [문예공론] 유상란 시인의 시 '어느 날 문득'에 내재된 삶의 궤적
  3. 李대통령 "대전충남 통합 공감없이 강행안돼" 사실상 무산
  4. 슬럼화 우려 문화동 국방부 부지… 정부 기조 변화에 개발 전환점 맞나
  5. 봄 시샘하는 폭설
  1.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본격 논의… 5월 통합신청서 제출 예정
  2. 대전시, 먹거리 안전 확보 위한 수사 협력체계 강화
  3. BK21 우수 참여인력 37명 장관상… 충남대 송준엽·권오훈 씨 등 선정
  4. 3월부터 여권발급 수수료 2000원 인상
  5. 통합특별법 제동에 대전교육감 진보단일화 어떻게?… 3월 초 전원회의서 최종 결정

헤드라인 뉴스


TK까지 올라탄 행정통합 열차…대전·충남만 골든타임 놓치나

TK까지 올라탄 행정통합 열차…대전·충남만 골든타임 놓치나

광주전남에 이어 대구경북(TK)도 행정통합 열차에 탑승한 가운데 대전 충남만 통합 무산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지역 백년대계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 지역 정치권은 꽉 막힌 행정통합 정국 속에도 활로를 찾으며 미래 성장 시계를 다시 돌리는 반면, 충청 여야는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 동력 창출을 위한 입법 경쟁에서 뒤처진 무능함을 노출한 것인데 특별법 처리를 위한 마지노선인 2월 국회 마지막 주말 초당적 결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2월 국회 회..

대화와 타협 사라진 정치, 여의도에 다시 등장한 ‘운정 김종필’
대화와 타협 사라진 정치, 여의도에 다시 등장한 ‘운정 김종필’

김종필기념사업재단과 백제개발문화연구원을 통합한 ‘김종필문화재단’이 26일 공식 출범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에 달한 정치권을 향해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다. 2025년 통합한 재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통합 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인 ‘김종필문화재단 새출발, 재도약 다짐 오찬’을 열고 정식 출범을 알렸다. 행사에는 조부영 재단 이사장과 김희용·나경원 부이사장, 추재엽 사무총장을 비롯해 96세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상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국회의원 등 JP를 기억하는..

분양 성수기 본격 `개막`…3월 충청권 분양 6631세대 공급
분양 성수기 본격 '개막'…3월 충청권 분양 6631세대 공급

분양 성수기인 봄을 맞아 전국 아파트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 충청권에서는 6600여 세대가 신규 공급이 예정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3월 충청권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충남 4853세대, 충북 1351세대, 대전 427세대 등 총 6631세대다. 세종은 예정된 분양이 없다. 충청권 주요 공급 단지를 보면 충남에서는 '천안 아이파크시티 5단지' 882세대, '천안 아이파크시티 6단지' 1066세대, '천안 업성2구역(계룡)' 1267세대, '아산탕정자이 메트로시티(A3)..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 파크골프 인기에 파크골프장 주변 불법주정차 극성 파크골프 인기에 파크골프장 주변 불법주정차 극성

  •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