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하지 않는 기업 애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변하지 않는 기업 애로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

  • 승인 2024-08-05 11:34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정형식 과장 프로필 사진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
미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탁월한 안목을 가졌다. 인터넷 시대를 예측해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립했고, 다음 시대의 가치는 우주에 있다고 판단하고 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이끌며 시대변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그의 행보를 바라보면 늘 새로운 변화를 좇아 혁신만을 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성공비결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베조스는 "성공의 비법은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데 있다"고 했다. 10년 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 지보다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게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고, 이 전제에 집중해 만든 아마존의 서비스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대한 문제도 제프 베조스가 남긴 말에 해당된다.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제조업은 급격한 속도로 진화하며, 모든 과정에 파고들어 제조업을 재정의하고 있다. 수출산업은 기계, 조선, 화학산업에서 첨단 반도체, 이차전지 등으로 산업이 고도화되고, 이에 따라 수출 품목도 변화했다.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는 지원책을 고민하지만, 제프 베조스의 말대로 변하지 않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보았다.

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는 지난 4월 지역 소재 수출기업 208곳을 대상으로 수출 애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수출기업은 수출지원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분야로 금융(32%), 해외마케팅(20%), 기술(18%), 인력(11%) 등을 꼽았다. 작금의 수출업체의 애로가 변화하는 시대의 문제인지 확인해봤다. 무역협회 홈페이지의 AI 검색을 통해 수출 애로에 대해 검색한 결과, 2006년 2월에 조사한 중소기업의 수출 애로사항 조사에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해외마케팅 지원(38.9%), 환율 안정(29.0%, 자금 조달지원(24.4%) 순으로 응답했다.



약 20여 년 전과 현대 모두 우리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당시의 금리여건과 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순서가 다를 뿐,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변함없이 해외마케팅과 금융애로였다. 해외마케팅에 대한 애로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출기업의 검색 최상위 키워드는 항상 '해외 바이어 발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출 확대를 위한 바이어발굴, 바이어 접점을 찾기 위한 갈증은 20년째 변하지 않는 업계의 애로인 것이다.

금융 애로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현재,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해 판매하는 우리 수출산업의 특성상 환율인상에 따른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으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피해가 크며,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출로 인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수출을 위한 자금조달 문제는 20년 전과 같은 당면 과제다.

문제의 해결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중소기업의 수출애로에 대한 질문에 업체들이 응답했고, 변하지 않는 기업 애로를 확인했다. 우리 지역본부는 수출기업의 해외마케팅 애로 해결을 위해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참가한 '코리아 엑스포 파리'에 총 1210만 달러의 상담 성과를 이뤄냈고, 7월 참가한 '태국 식품 및 외식산업 서비스 박람회'에서도 현장 수출계약 90만 달러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하반기에는 자카르타, 독일, 홍콩 등의 전시회와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 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수출기업의 금융애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말, 지역본부는 충청권 대표 은행인 하나은행,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 충청영업본부, 기술보증기금 충청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수출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수출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역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여건 완화와 대출금리 우대 등을 지원한다.

변하지 않는 수출기업의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대응을 통해 올해 지역 수출이 다시 1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미력이나마 도움이 돼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우리 지역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3. 천안시 동남구, 빅데이터 기반 야생동물 로드킬 관리체계 구축
  4. 천안도시공사, 개인정보보호 실천 캠페인 추진
  5. 천안의료원, 공공보건의료 성과보고회서'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1.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2.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3. 천안시,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시작 응원
  4. 백석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5.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 아동학대 예방 공로 충남도지사 표창 수상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