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유년기의 체험 학습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유년기의 체험 학습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8-07 18:4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8월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거리는 조금씩 바빠진다. 가족여행 또는 친구들과 여행 등, 각자 계획하고 준비하면서다. 올여름은 폭우가 아니면 섭씨 35~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여행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 바다든 산이든 이 불타는 듯한 무더운 도시를 잠시나마 떠나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오히려 집에 있다. 작은 방에 벽걸이 에어컨에 기대어 연일 쏟아지는 각 매체의 기사를 읽기도 하고, 신간을 찾아 눈요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드문드문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린다. 지금은 대청호인, 수몰된 동면이 부친의 고향으로 방학 때마다 갔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아버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그곳이 그 시절 내게는 최고의 쉼터였다.



사촌들과 어울려 냇가에서 물놀이했던 추억은 늘 정겹다. 그때 생각은 때때로 삭막해지려는 내 마음을 다독인다. 그렇듯 어릴 적 체험은 잊히지 않는 것 같다. 동식물을 대하는 데도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낸다면 호기심도 생기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일환으로 요즘은 생태 학습을 위한 농장이나 새집 등 동물 농장을 견학해서다.

나는 어디든 너무 복잡한 곳은 좋아하지 않기에 외국 여행을 가도 시즌을 비켜서 가는 편이다.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아가기보다는 갔던 곳 중에 인상 깊었던 곳을 다시 가는 편이다. 특히 미서부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간다. LA 도착은 항공편도 많고, 사계절 여행객도 많아서 여행 일정을 잡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보니 자연 선호하게 된다. 특히 LA는 사계절 날씨도 좋지만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어서 여행 중에 차창으로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미국 서부 여행 일정 중에는 대개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으로 나 또한 매번 갈 때마다 들르곤 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서부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는 이 공원의 면적은 3,026.87㎢이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요세미티는 화강암 절벽, 폭포, 깨끗한 개울, 자이언트 세쿼이아 숲, 호수, 산맥, 목초지, 빙하, 생물 다양성으로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이 공원의 약 95%가 자연 보호 구역이다. (참고 /위키백과)

그곳의 짙푸른 숲과 내리쏟아지는 폭포가 눈에 선하다.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그곳, 그럴 수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한 군데가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 높이 739m)다. 요세미티에서 제일 높은 폭포이며, 동시에 북아메리카에서 제일 높은 폭포이기도 하다.

그날도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일행과 함께 요세미티 폭포로 갈 때였다. 무심코 다리 위로 계곡을 건너가는데, 바로 옆에 통나무 외나무다리 위로 어린 형제가 건너고 있었다. 5, 6세 정도의 어린 형제 중 형인 듯한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건넜다. 하지만 동생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모습으로 엎드린 채 통나무를 부여잡고 간신히 조금씩 움직였다. 다리 아래는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리 건너에서 아빠는 별 동요 없이 작은아이한테 시선을 두고 있고, 엄마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역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다리를 다 건너자 가족은 별다른 동요 없이 나란히 폭포를 향해서 걸었다. 나는 가끔 그들 생각이 난다. 그들은 살면서 어떤 어려운 일을 마주쳐도 당당히 맞서서 잘 견뎌 나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주시하던 젊은 부모도 참 대견했다. 산 교육인 셈이다.

한번은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에 갔을 때였다.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 북서부 고원지대가 콜로라도강에 침식되어 생긴 협곡이다. 이 계곡이 유명한 이유는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콜로라도강의 빠른 물살과 엄청난 교류량이 많은 양의 진흙과 모래, 자갈 등을 운반했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 특성상 건조한 날씨가 유지되어 빠른 협곡 생성이 가능했다. (참고/나무위키)

그날도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걸으며 드넓은 협곡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몇 번 갔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신기했다. 불가사의하면서도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라고 하니 마냥 신비스럽기조차 했다.

그렇게 한참을 넋이 빠진 채 광활한 협곡에 취해 멍하니 있는데 문득 뒤편 낮은 언덕 같은 곳에서 세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멀리 협곡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양옆에는 아빠와 엄마가 서 있었다.

그곳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이다. 너나없이 사진 찍느라고 갖은 표정과 포즈가 북적이는 그곳에서 차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이 도리어 신기했다. 아이들은 아마도 그 시간이 영원히 화석처럼 남을 것 같다. 굳이 학습 효과를 바라서는 아니었을지라도 유년기의 체험 학습은 자연히 됐을 것 같다.

그날은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협곡이 더욱더 대견해 보였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