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의 세상읽기]여행 단상

  • 오피니언
  • 세상읽기

[한성일의 세상읽기]여행 단상

편집위원(국장)

  • 승인 2024-08-28 23:36
  • 수정 2024-11-17 11:33
  • 신문게재 2024-08-29 18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저자 사진
지난해 연말은 가족여행차 남편과 두 딸아이와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럽고 연한 교토 소고기 맛이 잊혀지지 않는 맛집 탐방여행이었다. 지난 2월은 큰 딸래미와 뉴질랜드 남섬 북섬 여행을 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보았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까지는 세계평화를 위한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과 함께 아제르바이젠,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3국과 두바이, 아부다비 성지순례 취재를 다녀와 우리 신문에 매주 월요일자마다 12회 연재를 마쳤고, 8월 여름휴가 때는 한국은행 상해 소장으로 있는 남동생네 사택에 다녀왔다.

지난 주말엔 성균관대 언론정보 고위과정 워크숍으로 강원도 영월에 가서 미디어기자박물관을 둘러보고 300년 된 고택이 살아 숨쉬는 조견당의 한옥스테이에서 한옥의 멋을 느끼며 하루를 묵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에서 비운의 단종을 애도하고, 박중훈과 안성기 주연에 박중훈이 불렀던 주제가 '비와 당신'까지 유명했던 영화 '라디오스타' 촬영장, 진귀한 예술작품들이 가득한 젊은달 Y파크,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법흥사를 보고 왔다. 박물관, 미술관이 정말 많은 도시였다. 다슬기탕과 메밀전병, 배추부침개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코카서스 3국 중 꼬냑이 유명한 아르메니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가 국교가 된 나라이고, 와인의 나라 조지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이다. 성지순례를 가는 이유이기도 한데, 가는 곳곳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 나라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면 다 결혼을 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순수하고 해맑아 보이는지 참 예뻤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오일머니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두바이는 세계 최대 높이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와 밤의 조명이 너무도 아름다운 버즈 알 아랍,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몰 앞에서 펼쳐지는 두바이 분수쇼가 압권이다. 두바이의 교통범칙금은 최소가 35만 원이라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는 나라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금수저보다 더한 오일수저를 갖고 태어난 무슬림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화이트컬러다. 무슬림으로 태어나면 천국이지만 노동자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인권이란 게 없다. 엄청난 빈부 차이에 가슴이 아팠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두바이에서 또 한번 느끼게 됐다.

아부다비는 뭐든지 세계 최대 규모를 지향한다. 아부다비 공항도,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한 작품들로 가득 찬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도 그렇다. 아부다비는 황금빛깔과 백색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그랜드모스크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부다비 대통령궁은 그랜드모스크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상해는 8년 전 성균관대 언론정보 고위과정 대학원 재학시절 졸업여행으로 갔던 곳인데 남동생 덕분에 이번에 두 번째 상해를 찾게 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상해 임시정부를 가보니 나라를 잃고 비분강개했던 조상들의 숨소리를 듣는 듯했다.

상해의 가로수길은 프랑스에서 들어왔다는 잎 넓은 플라타너스가 나무 그늘 터널을 만들어 주는데다 빛깔도 고와서 예쁜 거리를 걷는 꿀잼이 있는 도시다. 상해거리를 2만 보를 걷고 동생과 함께 먹은 칭타오 맥주와 모듬소고기구이가 얼마나 맛있던지 잊을 수가 없다. 대학원 졸업여행 때 가봤던 고대도시 주가각을 다시 가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가각에서 타는 나룻배는 낭만 그 자체다. 선수핑 판다기지가 상해에서는 너무 멀어 푸바오를 못봐 아쉬웠지만 다른 판다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던 상해동물원도 우람한 나무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동방명주를 비롯해 온갖 조명빛으로 반짝이는 세계 최고의 야경을 자랑하는 와이탄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명소와 맛집을 데리고 다녀준 동생 부부 덕분에 휴가 기간이 참으로 즐겁고 감사했다. 가족애의 끈끈함과 정을 더더욱 깊이 체험하고 느끼고 감동 받는 시간이었다.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과 행복과 삶의 활력을 주는 최고의 도구다.

편집위원(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