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가짜와 싸워야 하는 시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가짜와 싸워야 하는 시대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4-09-08 17:45
  • 신문게재 2024-09-0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4072201001738400068441
신동철 변호사
올해 초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끌었다. 왈츠 리듬에 경쾌한 드럼 연주와 브라스까지 더해지면서 흥겨우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를 가진 곡이다. 중독성 있게 반복되는 '달디단 밤양갱'이란 후렴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양갱을 사러 가야 할 것 같은 충동마저 생기게 된다. 이 곡이 크게 히트를 하면서 유튜브에서는 다른 가수나 배우가 부른 영상이 계속 올라왔는데, 다시 보니 'AI 커버'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배우 황정민, 개그맨 박명수, 가수 양희은 등의 AI 버전이 올라왔고 심지어 고 김광석의 밤양갱 버전도 높은 조회수를 보였다. 그것을 계기로 가수 김광석의 목소리로 AI가 부른 다른 가수의 히트곡들 영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를 추억하며 AI기술의 순기능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감상 한편으로 문득 노래들이 너무나 정교하고 자연스러워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기술이 계속 발전되고 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낼 수 있을까. 특히 재판에서 이런 가짜 음성들이 상대방의 증거로 사용되면 진위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이런 영상들은 딥페이크 기술이 사용된 것인데, 딥페이크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서 학습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이미지·음성·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딥페이크 영상으로 큰 문제가 된 외신 보도가 종종 있었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유력인사의 특정 후보 지지연설이 딥페이크로 조작된 것이 밝혀져 큰 파장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초 홍콩에서는 영국 임원의 얼굴과 음성이 조작된 영상통화를 통해 이에 속은 직원이 한화 약 340억 원을 송금하는 영화에서나 있을 것 같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상통화에 여러 사람이 등장했는데, 모두 직원의 얼굴을 딥페이크로 재현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딥페이크 기술이 일부 전문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어려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인공지능 어플을 이용하여 지인 사진 한 장으로 수 분 만에 금방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을 만큼 보급되었다. 이렇게 쉽게 딥페이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최근 딥페이크 음란물이 사회문제가 되자 중학생 개발자가 딥페이크 피해가 의심되는 지역이나 학교가 표기된 지도를 만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피해가 접수된 학교가 6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미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청소년들이 또래 친구, 연예인, 심지어 가족의 사진을 이용하여 딥페이크 음란 편집물을 만드는 일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갑자기 터진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방치되어 있었던 문제이며, 청소년들의 단순한 성욕이나 호기심의 문제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가담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인식하면서도 붙잡힐 염려가 없고 잡히더라도 처벌이 약하니 괜찮다는 생각에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행동이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한 놀이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고 한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14조의 2 규정으로도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과 반포 행위에 대해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작·반포한 경우엔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당국도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더 이상 훈계나 솜방이 처벌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고, 입법을 통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딥페이크 편집물에 대해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의무적으로 표시되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시급히 요구된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 자전거 타고 '행정수도 퍼즐' 완성 투어… 경품이 내 품에
  2.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와 봉사위원단, 사랑의 연탄 봉사
  3. 충청권 부동산 시장 뚜렷한 온도차… 혼조세 이어져
  4.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5. [한성일이 만난 사람]풀꽃시인 나태주 시인
  1. 천안법원, 게임 핵 프로그램 배포한 20대 남성 징역형
  2. 천안법원, 병무청 지시 이행하지 않은 20대 남성 징역형
  3. 장철민, '어르신 든든 10대 약속'… "세번째 임플란트 전액 지원"
  4. [인터뷰]<시조로 읽는 목민심서> 쓴 김상홍 단국대 명예교수((단국대 부총장)
  5. 천안시, 정신재활시설에 웨어러블 로봇 활용...신체 활동 프로그램 운영

헤드라인 뉴스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6·3 지방선거가 14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에서 명운을 건 건곤일척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안정론과 국민의힘의 정권견제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번 선거에선 단연 전국 민심 바로미터 충청권의 여야 성적표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금강벨트 압승을 재현하려는 국민의힘과 당시 참패를 설욕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속속 대진표를 확정하면서 전투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대선 1년 만에 치러지는 6·3 지선은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정국 향방을 가..

[3차 석유최고가격 동결] 대전 주유소들 2000원대 사수 `안간힘`
[3차 석유최고가격 동결] 대전 주유소들 2000원대 사수 '안간힘'

대전지역 주유소들이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 발표 이후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리터당 2000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12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차 최고가격제 발표 이후 사흘 사이 대전지역 휘발유는 리터당 7.20원, 경유는 7.95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87.54원, 경유는 1978.19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종의 휘발유 가격은 19.03원, 경유는 16.47원 올랐고..

배달용기·뚜껑 등 가격 고가 지속에 대전 자영업자 `한숨` 지속
배달용기·뚜껑 등 가격 고가 지속에 대전 자영업자 '한숨' 지속

대전 소상공인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배달용기와 뚜껑, 비닐봉지, 일회용 수저, 종이컵 등 가격 인상에 시름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관련 품목에 대한 가격은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인데, 부수적 비용이 아닌 핵심 고정비용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지역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포장재와 부자재 등의 가격이 전보다 급격히 인상되며 전체적인 마진율이 하락하고 있다. 포장재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와 관련된 상품이 전체적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이 매출의 절반 이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

  •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