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갑천변을 따라 뛰려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갑천변을 따라 뛰려면

경제부 심효준 기자

  • 승인 2024-09-22 11:59
  • 수정 2024-09-23 16:01
  • 신문게재 2024-09-2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중도일보 심효준 증명사진
심효준 기자
최근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 있다. 바로 러닝이다.

10년 가까이 웨이트 트레이닝 방식에만 적응했던 내 몸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싶었던 나는 접근성이 높고 돈도 별로 들지 않는 운동으로 알려진 러닝을 별다른 고민 없이 나의 일상 루틴에 추가했다.



러닝의 시작은 헬스장의 러닝머신이었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멀리했던 나이기에 처음엔 10분 정도를 뛰는 것도 꽤 크나큰 고비였다. 그래도 하루하루 거리를 늘려가며 페이스 조절하는 법을 익혀가다 보니 점차 체력이 늘기 시작했고, 어느새 5㎞ 정도를 완주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러닝 거리와 시간이 늘기 시작하면서 단조로운 헬스장 풍경을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이제 야외로 나갔다. 내가 사는 집 주변을 거점으로,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길이 이어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내가 뛸 만한 적절한 코스를 탐색했다.



인도가 겨우 깔린 원룸촌 골목길부터 시작해 8차선 큰 대로변 곁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와 함께 운동장이 있는 곳, 시청과 백화점을 이어주는 자전거 도로, 고층 빌딩 숲을 지나 아파트 대단지 근처에 있는 달리기 트랙이 깔린 공원 등 동네마다 조성된 러닝 코스는 정말 제각각이었다.

이렇게 주변 동네를 둘러보는 건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한 나에게도 큰 공부가 됐다. 곳곳을 직접 뛰어보면서 속으로 공감할 수 없었던 입지, 환경, 교통, 학군 등과 같은 요소를 이제서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지쳐 호흡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 "여긴 좀 괜찮은데?" 싶었던 동네의 아파트는 안타깝게도 이미 수억 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내 나이보다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라는 건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본 곳 중 최고의 러닝 코스는 단연 갑천변이었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떠나지 않은 모기들은 성가신 존재였지만, 넓게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갑천변은 러닝을 즐기기 최적화된 코스였다. 그렇게 갑천을 따라 뛰면서 몇몇 지점을 놓고선 터를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변의 부동산 시세는 이미 상상을 초월한 상태였다. 갑천변을 바라보며 들어선 일부 주거단지는 장기간 지속한 고금리와 각종 규제가 무색하게도, 매일 새로운 프리미엄을 쌓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누군가 저걸 견제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내가 닿기엔 너무 높이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서 출발해 숨이 차도록 정말 멀리 뛰어왔는데도 말이다.

갑천에서의 러닝을 끝내고 지친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정거장을 몇 개나 지나는 걸 보니 가볍게 들리기엔 역시 무리인 거리였다. 아무래도 러닝은 제대로 즐기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인 것 같다.
심효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계홍 작가 '해인사를 폭격하라', 탄리문학상 대상 영예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정관장, 대전 대덕구청서 사랑의 김장 나눔 전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대전시 배터리 커넥트 2025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